글을 못 써도 괜찮아:일생 단 한 번의 자서전 쓰기【제3강_#1】
안녕하세요, 어느덧 3강입니다. 지난 강의에서 과제로 내드렸던 ‘한 꼭지 완성하기’는 마치셨는지요. 쉽지 않으셨을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상이 됩니다만, 어떠셨나요? 결과가 마음에 드시나요?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작은 부분이나마 내 손으로 원고를 완성했다는 게 중요합니다. AI파트너의 도움으로 이 허들을 넘었으니 이제부터는 자신의 자서전 저자이자 디렉터인 ‘나 자신’이 글쓰기의 주도권을 잡을 때입니다.
아마도 완성된 꼭지를 읽어보면서 이런 의문을 품은 분들이 계셨겠죠.
"이게 정말 잘 쓴 글일까?"
"AI파트너가 만들어준 문장을 그대로 써도 되는 걸까?"
"뭔가 어색한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어."
저는 여기서부터 3강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여러분께서는 전문가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기술? 경험? 재능? 모두 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최소한’이라는 선을 긋고 나면 딱 한 가지가 남습니다. 바로 ‘안목’입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의미있는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좋은 것과 나쁜 것, 잘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전문가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하지만 자서전 쓰기에도 요구받는 안목이라는 것은 요구수준이 크게 높지 않습니다.
지난 별강에 첨부해드렸던 제 노래 ‘1942|1945’를 기억하시나요?
백번 양보해서 제가 작사는 어지간히 가능하다고 쳐도 작곡에는 완전히 문외한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노래를 들어온 경험에 비춰 내가 좋아하는 멜로디, 내가 좋아하는 박자,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걸 적용해 AI가 생성해준 곡 몇 개 중에서 단지 골라내기만 하는 것으로 저는 노래를 완성했습니다.
얼마나 다행입니까. ‘곡쓰기’에 비하면 ‘글쓰기’는 좀 더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악보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악보을 쓰고, 읽고 그것만으로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더 적죠. 하지만 우리는 모두 글을 쓸 줄 압니다. 소리 내어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이 강의는 글쓰기 전문가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몇 번의 짧은 강의로 전문가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지인들이나 가족들 앞에 내놓기 부끄럽지 않을 수준까지는 글쓰기 실력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초안을 들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할 일은 단지 좋은 것과 나쁜 것, 잘 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골라내 알맞게 고치기만 하면 됩니다. 그것마저도 어렵게 느껴지신다고요?
네. 그 마음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려움마저 극복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습니다. 한 권의 자서전을 완성하겠다는 ‘열망’이죠. 비전문가가 전문가의 능력을 따라잡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반복’입니다. 전문작가가 한두 번의 시도로 완성품을 만들어낸다면, 우리는 그 이상을 반복적으로 시도해 전문가의 완성품에 준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3강의 모든 내용을 따라오시면서 다음의 내용만 ‘딱’ 마음에 새겨두세요.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친 후에 마침표는 내가 찍는다.’
그렇다면 글쓰기에서 안목이 필요한 부분, 구체적으로 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이것을 ‘문장’과 ‘구조’ 두 가지로 나눠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문장은 독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최소 단위입니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문장이 어설프면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가닿지 못합니다. 구조는 이야기의 흐름을 만드는 설계도이고, 독자의 감정을 조절하는 장치입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순서를 잡아, 강약을 주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인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몇 가지 원칙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따라와 주세요. 만약 AI파트너가 우리에게 준 문장이 이 원칙에서 벗어나고 있다면 골라내고 직접 수정하거나, 수정을 요청하시면 됩니다. 대신 그 전에 전제드릴 것이 두 개 있습니다.
첫째, 알게 모르게 가졌던 좋은 문장에 대한 선입관이나 습관을 갖고 계셨다면, 이 시간 이후로 완전히 버려주세요.
둘째.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는 ‘좋은 문장’에 대한 절대적인 금과옥조(金科玉條)가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그저 작은 참고사항일 뿐이고, 여러분만의 스타일과 호흡으로 좋은 문장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누구나 고유의 ‘말투’와 ‘화법(話法)’을 갖고 있죠? 그것을 그대로 글에 옮긴다는 소박한 마음가짐, 그것 하나만 갖고 시작하면 됩니다.
① ‘구체성’의 원칙
좋은 문장의 첫 번째 조건은 구체성입니다. 추상적인 문장은 독자의 머릿속에 아무것도 그려주지 못합니다. 그럼 추상적인 문장이라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요? 대표적으로 ‘힘들었다’, ‘어려웠다’, ‘좋았다’ 같은 서술어 사용을 자제해야 합니다. 이런 직접적인 감정의 말들은 사실을 전달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감정은 전달하지 못합니다. 감정을 드러내는 형용사들이 실제로는 감정을 전달하지 못한다니 아이러니하죠? 직접 문장을 써놓고 읽어보세요.
“그 시절 나는 정말 힘들었다”
어떤 느낌이 오시나요? 저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힘든 건 알겠습니다. 그래서요?’
이런 느낌을 주는 이유는 문장에 ‘구체적인 뭔가’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본다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어떤 장면에서 여러분은 슬픔을 느끼시나요? 주인공의 ‘슬프다’는 대사를 통해서였나요? 아니면 주인공의 슬픔을 드러내는 어떤 행동이나 상황을 통해서였나요?
“2003년 겨울, 몇 달 동안을 줄곧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이른 출근을 했다. 겨울철 난방이 가동되지 않은 사무실에서는 숨만 쉬어도 차가운 입김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낮밤을 뒤바꿔 사는 현지 바이어와 연락하기 위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 문장으로 독자는 그 시절 여러분의 춥고 힘들었던 겨울을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새벽 네 시의 어둠과 피로, 사무실 허공으로 퍼져나가는 입김이 그 시절의 추위를 좀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죠.
구체성의 핵심은 ‘보여주기’입니다. ‘묘사’라고도 하죠. ‘힘들었다’고 직접 말하는 것보다 힘든 장면을 묘사하는 게 훨씬 더 힘겨웠던 당시의 감정을 잘 전달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6하원칙입니다.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 가운데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게 가장 좋을까 떠올려보시면 조금 더 쉽게 표현하고 싶은 장면을 묘사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 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이 여러분의 당시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② ‘감각 재현’의 원칙
구체성의 원칙에서 한 걸음 더 나가 보겠습니다.
구체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것으로 좋은 문장이 만들 수 있지만, 여기에 감각을 보태면 독자는 여러분의 과거 속으로 좀 더 쉽게 빨려 들어갑니다. ‘감각 재현’이란 과거의 어느 순간 직접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만지고, 맛본 것을 다시 불러오는 것을 말합니다.
“식당을 하던 어머니는 매일 새벽 음식 준비를 하셨다.”
이 문장은 사실을 전달하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감각을 더하면 내용이 훨씬 더 생생해집니다.
“매일 새벽 다섯 시가 되면 주방에서 칼질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선잠에 깨 공부방 문을 열면 거실을 통해 칼질 소리와 함께 온갖 냄새가 스며들어왔다.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의 얼큰한 냄새, 쿰쿰한 젓갈 냄새가 풍기면 찬물로 세수를 하기 전부터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감각은 기억의 문을 여는 열쇠와 같습니다. 어떤 냄새를 맡는 순간 수십 년 전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거나, 노래 한 곡이 온전히 그 시절로 데려가는 듯한 경험을 여러분도 해보셨을 겁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감각이 살아있는 문장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더 쉽게 자극합니다.
기억하세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설명을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야기 속에 담긴 감각을 전달하는 겁니다.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때 무엇이 보였지?’, ‘어떤 소리가 들렸지?’, ‘어떤 냄새가 났지?' 이 질문들 가운데 하나라도 답할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그것을 문장에 담으세요.
③ ‘진정성’의 원칙
구체적으로 쓰고, 감각을 살렸다면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져봐야 할 차례입니다.
이게 정말 진실인가?
자서전과 같은 자전적 글을 쓸 때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조금 더 극적으로 만들면 어떨까?, 이 부분은 좀 더 멋있게 포장하면 어떨까? 하는 과장의 욕구입니다. 이 함정에 빠지는 순간 글에는 거짓이 섞이고 독자들은 그것을 느낍니다. 특히 ‘감정의 과장’을 조심해야 합니다.
사람의 인생은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극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짜배기 감정은 조용하고, 담담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버지 장례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거실에 들어서자 아버지가 늘 쓰시던 돋보기 안경이 테이블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가만히 집어 들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아버지 임종을 지키면서 펑펑 흘렸던 눈물, 가슴 찢어지는 아픔이 절제된 표현을 통해 오히려 더 풍부하게 전달됩니다.
상투적이고 진부한 표현도 진심을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자서전을 쓸 때는 ‘피땀 흘려 일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와 같은 관용어구는 머리 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리시는 게 좋습니다.
대신 자신만의 표현을 찾으세요. 이게 어려우면 상투적인 어구를 나열하시고, ‘이런 것들 말고 다른 표현을 찾아줘’라고 AI파트너에게 요청하십시오. 나의 목소리로는 어떤 게 더 어울리는지 끊임없이 탐구하며 스스로를 향해 귀를 열어놓으세요.
이상의 세 가지 원칙은 문장에 ‘무엇을 담을까’에 대한 것들입니다. 지금부터는 조금 관점을 바꿔서 ‘어떻게 담을까’하는 내용을 들여다보겠습니다. 가장 오해하고 계시는 경우가 많은 부분이니까 조금 더 신경을 집중해서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④ ‘간결성’의 원칙
간결성의 첫 번째 수칙은 간단합니다. 문장을 짧게 쓰세요.
간결한 문장이 좋다는 것을 아는 분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이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간결한 문장을 쓰는 게 왜 어려운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짧은 문장보다는 긴 문장이 더 나아보인다’는 오해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문장이 길어지는 이유는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글을 못 쓰는 사람일수록 문장을 길게 쓰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건 의식적으로 연습을 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긴 문장 특히 복문으로 된 문장은 독자를 쉬 지치게 만듭니다. 물론 복문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주 반복돼서는 안 되며, 특히 연달아 나오면 안 됩니다.
“IMF가 터지고, 회사 분위기가 이상해지면서, 구조조정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그래서 나는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출근했다, 결국 어느 날 전 직원 소집 공고가 붙었고, 그날 회의에서 30퍼센트 감원계획 발표가 있었고, 회사 전체가 실의에 빠졌다.”
모든 문장이 깁니다. 그리고 복문을 반복하고 있는 최악의 문장입니다. 우리는 가능한 다음과 같이 문장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IMF가 터졌다. 회사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구조조정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출근했다. 결국 어느 날 전 직원 소집 공고가 붙었다. 그날 회의에서 30퍼센트 감원계획이 발표됐다. 회사 전체가 실의에 빠졌다.”
너무 단문만 나열해서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이렇게 적으세요. 나중에 리듬과 호흡에 맞춰 적당히 연결하는 게 훨씬 쉽습니다.
간결한 문장을 얻기 위해 지켜야 할 다음 수칙은 명사형 종결을 남발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는 것이다', '~하는 거 같다'와 같은 표현이 자주 나와서는 안 됩니다. "그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었던 것이다"보다는 "그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었다"가 훨씬 안정적이고 단단한 문장입니다.
'한 문장에 한 생각 담기'를 습관화하세요. 문장을 쓰고 나서 단 한 단어라도 제외 가능한 단어가 있다면 과감하게 빼고 지워버리세요. 대부분의 경우 그것만으로 훨씬 아름답고, 설득력 있는 문장이 됩니다.
⑤ ‘절제’의 원칙
앞서 간결한 문장의 중요성을 배웠다면, 이번에는 절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절제의 원칙이란 문장 안에서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꾸밈을 빼는 것입니다.
글쓰기 초심자들이 가장 오해하기 쉬운 부분인데, 많은 분들이 글을 쓸 때 형용사와 부사를 많이 쓸수록 문장이 풍부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정반대입니다. 오히려 수식어가 많을수록 문장의 힘이 약해집니다.
"매우 힘들고 고된 나날들이 정말로 길고 지루하게 이어졌다."
매우, 고된, 정말로, 길고, 지루하게와 같은 수식어들이 글쓴이의 처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느껴지시나요? 산만한 느낌만 더 들지는 않으신가요?
"힘든 나날이 이어졌다."
이 정도만으로 충분합니다. 때로는 단호함이 더 강한 느낌을 만들어줍니다.
더 좋은 방법도 있습니다. 일말의 형용사마저 완전히 빼고 구체적으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죠. 구체성의 원칙을 응용하는 겁니다.
"그 시절의 석 달간, 새벽 네 시 출근이 계속됐다."
‘힘든’이라는 수식어를 굳이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그 시절의 고단함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 ‘부사(副詞)’의 사용입니다. 매우, 정말, 아주, 너무, 굉장히, 무척 같은 말들은 꼭 필요할 때만 써야 합니다. 이런 단어들은 실제로는 아무것도 강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장을 쓰고 나서 꾸밈말들에 밑줄을 그어보시기 바랍니다. 전문작가들조차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반복해서 쓰는 꾸밈말들이 있습니다. 그런 말들이 눈에 띄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전업작가나 초심자들이나 모두 같습니다. 최선을 다해 찾아내고 가능한 제거하는 것뿐이죠.
⑥ ‘리듬 생성’의 원칙
지금까지 배운 원칙들을 잘 따라오셨다면, 여러분의 문장은 이미 상당히 좋아진 상태일 겁니다. 하지만 넘어서야 할 한 가지 문제가 더 남아있습니다. 단조로움이죠..
우리는 문장이 간결할수록 좋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짧은 문장이 계속되면 독자는 단조로움을 느낍니다. 일체의 변주없이 계속 같은 박자가 반복되는 음악을 듣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IMF가 터졌다. 회사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구조조정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출근했다. 결국 어느 날 전 직원 소집 공고가 붙었다. 그날 회의에서 30퍼센트 감원계획이 발표됐다. 회사 전체가 실의에 빠졌다.”
짧고 간결한 문장은 일단 합격점을 넘어섭니다. 하지만 기계적이고 지루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여러분만의 리듬과 호흡을 고민해야 합니다.
“IMF가 터졌다. 회사 분위기가 이상해졌고, 구조조정 소문이 돌았다. 나는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출근했다. 결국 어느 날 전 직원 소집 공고가 붙었고, 그 자리에서 30퍼센트 감원계획이 발표됐다. 회사 전체가 실의에 빠졌다.”
과감하게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을 섞어봅니다. 복문의 매력이 살아납니다. 문장을 두 개를 초과해서 합치지 않는다. 같은 구조의 문장을 반복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이 두 개의 수칙만 잘 적용해도 문장의 느낌이 확 달라집니다.
리듬은 '변주'를 통해 태어납니다. 짧은 문장으로 긴장감을 만들고, 긴 문장으로 여유를 줍니다. 중요한 순간에는 짧게 끊어 강조하고, 배경 설명이 필요할 때는 조금 길게 이어가는 방법이 좋습니다.
지루하지도 않고, 난잡하지도 않은 좋은 리듬, 나만의 개성이 살아 있는 문장의 리듬을 쉽게 얻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문장을 다 쓰고 나서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여러분의 귀가 가장 정확한 판단을 내려줄 것입니다. 여러분의 말투, 여러분의 문체는 여러분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마치 미켈란젤로의 대리석 안에 피에타가 숨어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지금까지 우리는 ‘무엇을 담을까’와 ‘어떻게 담을까’에 관한 각 세 가지 원칙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마지막 원칙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각 모두를 총괄함으로써 문장의 완성도를 높이는 마지막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⑦ ‘일관성’의 원칙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원칙을 말합니다. 문장 하나하나를 보면 좋은데, 전체를 읽으면 뭔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어디선가 일관성이 깨진 것입니다. 이야기를 하는 화자의 일관적인 화법과 태도, 이것을 한데 묶어 보통 톤앤매너(tone and manner)라고 합니다.
경어와 평어를 뒤섞어 쓰는 초보적인 실수야 잘 걸러질 확률이 높지만 적절한 어미(語尾)를 섞어 일관적인 원고 톤을 유지하는 것은 전문작가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서 왕도(王道)는 없습니다. 가능한 '자주' 문장을 되돌아보고 '많이' 수정해야 합니다. 전문가가 세 번 볼 때, 초심자는 열 번을 본다는 각오로 임해야 합니다. 기억하시나요? 우리가 전문가를 따라잡는 방법은 오로지 ‘반복’밖에 없다고 제가 이미 말씀드렸었죠?
너무 고생스러울 거 같다고요? 당연히 어렵고, 힘들겠죠. 딱 한 번만 하세요. 우리는 전문작가가 되기 위해 글쓰기를 공부하는 게 아닙니다.
이 부분에서 초보자들이 가장 쉽게 하는 실수는 시제(時制)를 섞는 겁니다. 과거는 과거형으로, 현재는 현재형으로, 미래는 미래형으로 명확하게 구분해서 써야 합니다. 이걸 제대로 하지 않으면 독자에게 혼란을 줄 뿐 아니라, 집중력을 흐트리며 글의 격을 순식간에 떨어트릴 위험이 있습니다.
"1997년 겨울이었다. IMF가 터진다. 회사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중간에 난데없이 끼어 있는 ‘터진다’는 현재시제의 서술어 하나가 단락 전체를 망가트리고 있습니다.
글의 일관성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체를 한꺼번에 읽어보는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이미 완성해두신 한 꼭지의 원고를 일관성에 유의해 다시 한 번 읽어보세요. 어디선가 일관성이 무너진 느낌이 든다면 그곳을 다시 손봐야 합니다. 만약 이게 번거롭고 어렵다면, 여러분의 초고와 7가지 원칙의 모든 내용을 복사해 AI파트너에게 검토를 요청하셔도 됩니다. 우리의 AI 파트너는 잘 하는 게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최종 원고의 검토를 가장 확실하게 잘 처리합니다.
【예제 프롬프트 : 완성 초고의 검토】
※ 초고 복사해 넣기
위의 초고를 다음의 관점에서 검토해줘.
※ 7가지 원고 검토의 원칙 제목과 상세 내용 모두 복사해 넣기
오늘의 과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완성된 한 꼭지의 초고를 스스로의 힘이든, AI파트너의 힘을 얻어서든 제대로 검토해보기.
하지만 기억하세요. 어떤 방법을 쓰시든 마침표는 스스로 찍으셔야 합니다.
오늘은 진짜 선물을 놓고 갑니다.
최백호 가수가 부른 '가을 우체국 앞에서'라는 노래입니다.
가사를 잘 음미하면서 들어보세요.
뭔가 복습을 하는 느낌이 든다면, 오늘 공부를 아주 알차게 하신 겁니다. :-)
다음 강의에서 뵙겠습니다.
1. 이 강의는 주 2회(매주 월/목요일)을 기본으로 진행합니다. 1강당 평균 3회 분량입니다.
2. 댓글로 질문 받습니다. 짧게 즉답이 가능한 답변은 댓글로 드리고, 중요한 내용은 모아서 마지막 강의에서 Q&A로 진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