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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데이터까지 목표 조정하기

글을 못 써도 괜찮아:일생 단 한 번의 자서전 쓰기【제4강_#2】

by Lazist

여러분께서는 왜 자서전 쓰기를 시작하셨나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대답하실 겁니다. ‘책’을 내기 위해서.

이런 상상을 하고 계실 수도 있습니다. 내가 쓴 자서전이 유명작가들의 책과 함께 서점 진열대에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께서 ‘자비출판’을 선택하고 최소한의 ‘책꼴’을 완성해 유통까지 맡긴다 해도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서점은 ‘잘 팔리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책’을 진열대에 놓거나, 판매 페이지 메인화면에 노출시킵니다.


제가 이 말씀을 '굳이' 드리는 것은 여러분을 실망시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출판업자들을 비난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여러분께 '나의 자서전 쓰기' 혹은 '출판하기'의 목적이 어디에 있었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시라, 권유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자비출판의 진실, 상업출판 이미테이션


많은 자비출판사들이 ‘자신들에게 책을 맡기면 잘 만들어서 전국의 서점에 깔아주겠다’고 얘기합니다. 이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하지만 100% 진실도 아니죠. 그들은 단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자서전을 마치 서점 진열대의 상업출판물처럼 보이게 해드리겠습니다.”


출판사들이 적잖은 예산을 투입해 책을 만들고 유통하는 목적은 매우 간단합니다. ‘판매하기’ 위해서죠.

출판기획자들이 새로운 책에 대한 기획을 시작하거나, 작가로부터 원고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내가 독자라면 이 책을 살 마음이 있는가.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는 그럴 마음이 있을까?


여러분도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어떠세요? 나의 자서전이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기꺼이 소정의 가격을 지불하고 살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애초에 여러분께서 자서전 쓰기를 시작하신 이유가 그게 아니지 않았나요?


두 가지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첫째, 여러분의 자서전이 상업출판 가치가 있을 수 있지만,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둘째, 그렇다고 해서 그 자서전이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출판 프로세스 이해하고 목표 조정하기


저는 여러분께 책을 만들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단지 상업출판 시스템에 기대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서 어떻게 책을 만들 수 있을지 그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거죠.


그렇다면 ‘원고(출판 소스)’가 어떻게 책이 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일단 원고를 만드는 방법까지 배웠으니까, 다음 단계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종이책을 기준으로 책은 크게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쳐 완성됩니다.


편집(교정·교열) ⇒ (표지·내지) 디자인 ⇒ 디지털 데이터 ⇒ 인쇄·제본


하지만 책은 종이책만 있는 게 아니죠. e북이나 심지어 오디오북, 각종 멀티미디어 소스를 수록한 다양한 형태의 ‘전자책’이 있습니다. 차이는 딱 한 가지입니다. 전자책은 인쇄·제본이 아닌 다양한 디지털 가공 과정을 거쳐 각각의 플랫폼에 싣습니다.


편집(교정·교열) ⇒ 디자인 ⇒ 디지털 데이터 ⇒ 미디어 가공


여기서 주목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첫째, 초반 프로세스는 차이가 없다.

둘째, 중간 성과물이 ‘디지털 데이터’로 같다.


여러분께서는 어떤 형태의 책을 갖고 싶으신가요? 서가에 번듯하게 꽂아놓을 수 있는 종이책입니까? 아니면 인터넷이 닿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전자책입니까?

그 어떤 것을 목표로 하든 여러분은 일단 ‘디지털 데이터’를 가지셔야 합니다.

이걸 앞으로 ‘허브데이터(Hub Data)’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렇다면 허브데이터란 게 과연 뭘까요?

책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텍스트(글자) 혹은 사진이나 그림 등의 책을 전제로 한다면 허브데이터 형태는 거의 고정돼 있습니다. 휴대용 문서형식(Portable Document Format)입니다. 보통 PDF 파일이라고 부르죠.

PDF 파일을 갖고 인쇄소에 가면 인쇄를 해줍니다.

PDF 파일을 주문형 인쇄책자(Print On Demand: POD) 플랫폼에 올리면 책을 만들어줍니다.

PDF 파일을 e-북 플랫폼에 올리면 전자책을 만들어줍니다.


POD 혹은 e북 플랫폼에서는 판매도 가능합니다. 즉, 유통시킬 수도 있다는 거죠.


어떻습니까? 뭔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보이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맞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형태, 어떤 종류의 책을 원하든 현재의 목표는 같아야 합니다.

바로 PDF 파일입니다.



종이책은 공산품이다. 500권 패키지의 비밀


다시 종이책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그래도 책은 '책'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뭔가 손에 쥐는 게 있으면 오랫동안 자서전 만드는데 쓰인 노력을 더욱 크게 보상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저도 원고를 완성한 후에는 늘 프린트를 해서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검토를 시작하곤 합니다.


책을 직접 쓰고 만들어온 경험에서 발견한 사실이 있습니다. 인쇄에 대해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구분하는 간단한 방법이죠. 초보자들은 이야기합니다.


"100권만 인쇄하면 됩니다." 혹은 "이 포스터는 10장만 필요합니다."


인쇄소는 양산 체제로 인쇄물을 찍어내는 ‘공장’입니다. 한 번에 많이 찍어낼수록 생산단가가 떨어집니다. 최소 단위 이하의 생산단가는 ‘동일’합니다. 초보자들은 이 사실을 잘 모릅니다.

종이책 출판에 대해 알아본 경험을 갖고 계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출판업계에서는 언제나 최소 제작기준으로 500권을 제시합니다. 이 ‘500권’이라는 수량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우리가 흔히 인쇄소라고 부르는 곳들은 오프셋(off-set)이라는 인쇄 방법을 사용합니다. 공임을 계산할 때 연(連: Ream)이라는 단위를 사용하고요. 즉 ‘연당 얼마’의 방식으로 비용을 산출하죠.

‘연’ 즉 ‘R’은 종이의 양을 세는 단위입니다. 전지(全紙) 500장을 의미합니다. 즉 전지 1장을 인쇄하나 500장을 인쇄하나 같은 비용으로 셈합니다. 그래서 인쇄물의 최소 단위가 500매가 되는 겁니다. 책이라면 500권이죠.

좀 더 쉽게 말씀드릴게요.

책을 500권 인쇄하나 1권 인쇄하나 인쇄비용은 똑같이 듭니다.

이게 500권 패키지가 구성되는 유일한 원리입니다.



단 한 권의 책을 얻는 방법, 주문형 인쇄책자(POD)


책이 일종의 권위나 권력을 상징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출판사의 자금이든, 개인의 사비이든 어쨌거나 출판을 하려면 적잖은 비용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죠. 일단 자신의 책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사람이 가진 사회적 성취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일정한 기본비용 부담 없이 책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인쇄 종이책 500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의 500분의 1만으로 한 권의 책을 얻을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방법을 택하실 건가요?


세상이 좋아져서 방법이 생겼습니다. POD가 바로 그것이죠.

POD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인쇄해서 책자를 만드는 제작방식을 말합니다. 간단히 이해하려면 예전에 대학교 앞에 많았던 ‘논문집’을 한 번 떠올려보세요. 그곳에서 했던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라 이해하면 쉽니다. 데이터를 주면 프린트와 제본을 해서 책으로 만들어주죠.


출처 : 교보문고 바로출판POD 서비스 소개(product.kyobobook.co.kr)


위의 그림은 한 국내 POD 플랫폼의 안내문을 그대로 갈무리(캡처)해온 것입니다.

'비용 0’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죠? 말 그대로입니다.

허브데이터(PDF)만 갖고 있다면 이를 업로드해서 출간 준비를 완료하기까지 전혀 비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누군가가 종이책을 주문하는 순간부터 권당 제작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국제표준도서번호(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 ISBN)까지 부여받은 완전한 형태를 갖춥니다. 만약 여러분께서 원한다면 도서관 납본까지도 가능합니다.



우리의 목표, 허브데이터(PDF) 만들기

이쯤에서 우리의 목표가 한결 더 명확해집니다.

POD 책자를 얻기 위한 허브데이터 즉 PDF를 만드는 거죠.


그럼 그걸 어떻게 만드느냐? 간단합니다. 지금 바로 해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원고를 어떤 도구를 이용해서 만드셨나요? ‘아래아한글’입니까? ‘MS워드’ 혹은 구글문서의 ‘Docs’입니까? 그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당장 워드프로세서이 ‘인쇄’ 메뉴를 열어보세요. 그리고 프린트 선택창에서 ‘PDF 인쇄’ 메뉴가 있는지 찾아보세요. 그걸 선택하고 ‘인쇄’ 버튼을 누르는 순간, 순식간에 PDF 파일이 만들어지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스크린샷 2025-11-04 105255.png

오랜만에 과제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어쩌면 벌써 과제를 마친 분들도 계실 겁니다.


오늘의 과제는 각자 갖고 계신 원고를 ‘PDF 파일로 출력해보기’입니다.


오늘 강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여러분의 허브데이터, PDF 파일을 조금 다듬어서 최대한 출간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1. 이 강의는 주 2회(매주 월/목요일)을 기본으로 진행합니다. 1강당 평균 3회 분량입니다.

2. 댓글로 질문 받습니다. 짧게 즉답이 가능한 답변은 댓글로 드리고, 중요한 내용은 모아서 마지막 강의에서 Q&A로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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