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MBC 방송

by 글이로

그녀가 우리 집에 온건 매서운 겨울 해질 무렵이었다. 현관을 지나 거실에 조심히 발을 딛고 서자 그녀는 작은 몸집과 불안해 보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갈색 눈동자는 순진하고 예뻤고 입고 있는 진한 회색 털옷은 부드럽고 따뜻하게 보였다.


불안 해 하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편안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바닥에 카펫을 깔아 주었다. 그래도 그녀는 매우 경계심이 많았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듯했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며칠 동안 경계심으로 혼자 구석에 숨기 바빴다. 그런 그녀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나는 그녀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기로 마음먹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서야 그녀는 점점 나와 우리 집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일상은 점차 조화를 이루었다. 아침이면 침대 옆에서 나를 깨우고,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주방에서 나를 따라다니기도 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그녀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내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 나는 그녀의 식사를 챙겼고, 그녀는 나의 마음을 채워주었다.


언젠가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였다. 그날은 유난히 몸과 마음이 힘든 하루였고 쉽게 잠들지 못했다. 침대에서 뒤척이던 중, 그녀가 조용히 옆으로 다가와 내 품에 몸을 누였다. 그녀의 따뜻한 체온과 부드러운 피부가 나를 감싸주었고, 나는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와의 동거가 공동생활을 넘어선 깊은 유대감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나의 감정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내가 필요로 할 때 조용히 곁에 있어 주며 슬플 때 다가와 주었다, 대신 나는 그녀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이해하며 그녀에게 편안한 생활공간을 제공하려 노력했다.


그녀는 이제 한 가족이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뽀뽀’ 스코티시폴드 고양이다. 우리 집에 온 지 1년이 지났나? 뽀뽀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하루 종일 방안에만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지켜보았다.


좋아하는 그루밍도 하지 않고 먹이도 먹지 않았다. 어느 날 퇴근해 보니 아기처럼 울며 바닥을 긁어 대고 뒹굴었다. 병원에 데려가니 발정기라고 한다. 사람과 달리 동물은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 울거나 몸짓 등으로 상태를 알린다. 결국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마음이 짠하고 안타까웠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자유를 빼앗은 인간의 욕심에 마음이 씁쓸해졌다.


공감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동물과의 공감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것은 서로의 마음을 읽고,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고 더 깊이 이해하는 사랑의 힘이 아닐까?


나는 고양이 '뽀뽀'를 통해 그런 공감의 깊이를 배웠다. 그녀와 살아온 시간은 어느새 5년을 훌쩍 넘겼다.

그 다섯 해 동안 나는 조금 더 부드러운 사람이 되었고, 작은 몸짓 하나에도 마음을 기울이게 되었다. 뽀뽀는 말을 하지 않지만, 눈빛으로, 꼬리의 움직임으로, 가만히 다가와 내 무릎을 차지하는 습관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나는 바란다. 내가 뽀뽀에게 영원한 동반자가 되어주듯, 나 또한 뽀뽀를 통해 더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를. 오늘도 뽀뽀는 졸린 눈으로 내 곁을 맴돈다. 작은 몸을 부비며 ‘그러렁’ 하는 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 하루의 긴장이 풀린다.

고맙다, 뽀뽀야. 함께 있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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