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없는 사회, 기술과 정신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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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로

작은 골목에 자리 잡은 중국집 하나가 문을 닫았다. 4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켜온 노인은 더는 힘이 없다고 했다. 자식은 도시로 나가 대기업에 다니고 있고, 제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 가게가 사라진 날, 동네 사람들은 불편해졌고, 동시에 마음 한켠이 헛헛해졌다.

며칠 전, 나는 기업 M&A 센터에서 지역 한 언론사와 미팅을 가졌다. 그 언론사는 금년부터 중소기업 승계를 본격적으로 돕는 사업을 열성적으로 펼치고 있었다. 나는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그 중소기업들의 경영 프로세스를 살피며 그 안에 담긴 고민들을 같이 하기로 했다.


“후계자가 없어요. 자식도 물려 받을 생각이 없으니, 그냥 이쯤에서 문을 닫아야 하나 싶습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한 사람의 인생이, 기술이, 철학이 사라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기업이라고 하면 흔히 큰 회사를 떠올리지만, 사실 우리 곁에는 수많은 작고 단단한 기업들이 있다. 구멍가게부터 시작해, 지역의 인쇄소, 작은 공방, 오래된 식당… 그 모두가 한 세대의 땀과 시간이 만든 결과물이다. 그런데 후계가 없다는 이유로 이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다.


기업 승계, 혹은 기업 인수합병(M&A)은 그런 소멸을 막을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제3자 승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에게도 가게를, 회사를 물려주는 문화가 점점 자리 잡고 있다.


장인의 손에서 나온 기술이 새로운 사람의 손으로 이어지고, 회사는 또 하나의 생명을 얻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M&A가 낯설다.


“저건 대기업이나 하는 거 아닌가요?” 하는 반응이 많다. 실제로는, 지방의 오래된 제조업체, 2대째 이어오던 병원, 심지어 작은 찻집까지 M&A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핵심은 '기업'이 아니라 '사람'이다. 누가 그 마음을 이어받을 수 있을까, 그 정신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것이 중요하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자식이 부모의 일을 이어받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부모는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지만,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 회사, 그 일터가 소멸해야 하는 건 아니다. 제3자가 그것을 이어받을 수 있다면, 더 나은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

"사람은 지나가도, 그 사람이 남긴 일은 계속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아는 중소기업 중 하나는, 30년 넘게 지역에 뿌리 내린 인쇄소였다. 사장은 70대 중반, 더는 기계 소리에 귀가 버티질 못한다며 회사를 정리하려 했다. 그 때 직원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사장님, 제가 인수하면 안 될까요? 제가 아직 모르는 게 많지만, 배우고 싶습니다.”

그 말에 사장의 눈이 붉어졌다. 그건 단순한 사업 인수 제안이 아니라, 그동안 함께 걸어온 시간에 대한 존중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 인쇄소는 조금씩 새로운 색으로 물들고 있다. 젊은 감각과 오래된 기술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승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때다. 단순히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을 넘어서, 회사를, 기술을, 정신을 잇는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은 단지 경제적인 거래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아름다운 연결이다.


기업 M&A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삶을 잇고, 세대의 정신을 지키는 일이다. 문을 닫는 가게들이 더는 안타깝지 않기를, 오래된 이름들이 새로운 사람의 손에서 다시 살아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연결의 첫걸음을, 우리부터 내딛어야 하지 않을까


* 추신 : 개인적으로 기업승계를 원하시는 분은 댓글주시면 열정적으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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