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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거품이 온몸을 감싼다
오래 묵은 얼룩
가슴에 박힌
지난날의 흔적들
고운 실밥 사이로 스며든
후회의 먼지 씻겨나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통
속에서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다
뜨거운 물살에 휩쓸려
찌든 고독도 헹궈지길
강력 탈수로 남은 눈물도
말라버리길
때때로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얼룩이
나를 덮고 있는지
말하지 못한 비밀들
숨기려던 허물들
깨끗한 티셔츠처럼 보이고
싶어도
가슴 한편에 남아있는 얼룩은
결코 숨길 수 없는 법
그러니 나를 세탁기에 넣어다오
세제를 듬뿍 넣고
섬유유연제는 빼도 좋아
부드러움보다 선명한 나를 원하니까
빨랫줄에 널린 내 모습
햇살 아래 바람에 흔들릴 때
비로소 깨끗한 마음
세상과 마주할 준비가 된다
회전이 멈추고
나는 물기를 털어내며
새로운 하루를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