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작가 되기

by 글이로

작가. 사전에서는 ‘문학이나 예술의 창작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그런데 이 단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짓고 만드는 사람’이라는 더 본질적인 뜻이 숨어 있다. 그렇다면 정말 그렇다. 우리 모두 작가다. 누구나 자기 삶을 매일 짓고 있으니 말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나는 또 다른 하루를 써 내려간다. 누가 대신 써주는 것도 아니고, 흰 종이에 내 펜으로 한 줄 한 줄 그려 넣는다. 때로는 이불속에서 시작한 문장이 아침밥 냄새에 이어지고, 출근길의 숨 가쁜 발걸음으로 이어진다. 일터에서 만난 사람들의 말투와 표정이 내 이야기에 등장인물로 등장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스쳐 지나간 생각 하나가 문단이 되기도 한다.

물론 좋은 이야기만 써지진 않는다. 때론 문장이 엉키고, 줄거리가 산으로 가고, 후회라는 단어로 가득 찬 페이지도 생긴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펜을 내려놓고 싶어진다. “이건 내가 쓰던 이야기가 아니야” 하고 외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문득 생각난다. 내가 이 삶의 작가라는 사실을.

글을 쓰는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끝도 없이 퇴고하고, 다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독자에게 보여주기 전까지 수없이 고치고 또 고친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어제의 실수를 오늘 고치고, 오늘의 눈물을 내일은 닦아낸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더 나은 이야기를 써 나간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하루에 한 줄씩 자기 이야기를 써.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걸 남 탓으로 쓰고, 어떤 사람은 그걸 기회로 쓰지.”

그 말을 들은 뒤로 나는 하루를 마무리할 때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썼나?” 돌아보면 웃긴 장면도 있고, 민망한 실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이 이야기는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이야기다.

요즘은 SNS나 블로그처럼 누가 봐도 작가처럼 보일 수 있는 도구들이 많아졌다. 글을 잘 써야만 작가인가? 감동을 줘야만 작가인가? 아니다. 진짜 작가는 자기 이야기를 자기 방식대로 진심을 담아 풀어내는 사람이다. 그 진심이 글이든, 말이든, 표정이든 상관없다.

생각해 보면, 시장에서 상추를 고르고 있는 아주머니도, 버스 안에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학생도,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는 엄마도, 늦은 밤까지 배달하는 아저씨도,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를 짓고 있다. 살아 있다는 건 결국, 매일 한 편의 글을 쓰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그러니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나요?”

그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우리에겐 아직 빈 페이지가 많이 남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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