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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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로

나는 꼬불꼬불하다

누가 보면 천연 곱슬 머리인 줄 알겠지만

사실은 공장에서 태어났다

겉은 단단하다


세상 풍파에도 끄떡없다

하지만 뜨거운 물 앞에서는

내가 제일 먼저 무너진다

인생,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삼분.

3분 만에

나는 삶을 마치고

누군가의 젓가락에 끌려간다

“아, 인생 참 짧다!”

나는 매번 그렇게 깨닫는다


스프는 나의 화장품

붉게 발라야

사람들이 나를 보고 군침을 삼킨다

계란은 나의 명품 액세서리

치즈는 럭셔리 코트


그러나 아무것도 없어도 좋다

나는 언제나 ‘가성비 인생’

사람들의 배 속에서

천원의 행복을 선물한다


그래서 나는 자부한다

편의점의 영원한 스타

야식계의 대통령

속풀이의 철학자

나는, 라면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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