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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6] 미니멀리스트 그녀 2

그녀가 비워내지 못한 것

by 할수 최정희

그녀의 막내며느리가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그녀를 모시고 병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점심때가 되어 막내며느리가 그녀를 모시고 식당에 갔다. 시켜 놓은 음식이 나오는 그때. 그녀가 식당 밖으로 나가버렸다. 막내며느리가 뒤따라 나갔다. 이미 만든 음식이라 안 먹어도 돈을 내야 하니까, 들어가서 드시자고 해도. 그녀는 이렇게 해야 다시는 이런 일을 안 할 거라면서 식당에 들어가지 않았다.


자식이 사드리는 밥 한 그릇조차 마다하는 미니멀 라이프, 그녀의 생활 방식. 자식들은 존중해야 했다.누가 뭐라 해도 그녀가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기에.


맏며느리에게 그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게 아들이 없나. 딸이 없나. 그래도 나는 자식 집에 안 간다. 내 집이 있는데. 말라고 가서 자식 귀찮게 하노."라고. 그녀는 그렇게 살았다. 그녀는 종종 막내아들 집에 갔지만 집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현관 앞에 서서 자신이 애써 키운 농산물만 막내며느리에게 건네주고 돌아섰다.


그녀가 맏아들 집에 간 것도 딱 두 번. 맏아들이 결혼하여 신혼살림을 차릴 때와 맏손주가 태어났을 때뿐이다. 언젠가 그녀가 맏며느리에게 한 말이다. "자식은 있다고 생각만 하면 되고. 자식 얼굴은 설날과 추석 명절에만 보면 된다."라고. 그녀의 이 말은 동의할 수 없지만 동의해야 하는 말이었다. 그녀의 맏며느리는 깊은 슬픔을 느꼈다.


미니멀리스트 중에서 이보다 미니멀한 삶을 산 사람이 있을까. 미니멀리스트를 부러워하고 미니멀 라이프를 동경하지만. 그녀의 미니멀 라이프는 맘이 아린다.


미니멀 라이프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나 일을 줄이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만으로 살아가는 단순한 생활방식인데. 그녀는 필요한 물건도 줄이고 필요한 일도 줄였다.


단 한 가지. 그녀가 줄이지도 비워내지 못한 것이 있다. 이것만 줄이거나 비워냈더라면 그녀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미니멀한 삶을 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줄이지도 비워내지도 못한 것은 자식사랑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바쳐 자식을 사랑한 엄마였다. 자식이 딱 필요한 만큼의 사랑을 줄 수 있는 엄마가 세상에 있을까. 그녀의 자식사랑은 넘쳐서 아프고 나의 자식사랑은 모자라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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