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1] 보이스 트레이닝

나는 중(ing)이다

by 할수 최정희


보이스 트레이닝을 받는 중이었다. 다섯 번째 날 발성 연습을 할 때 원장님이 내가 가장 힘 있는 목소리를 냈다고 했다. 함께 트레이닝을 받는 이들 중에서 나 말고는 이삼십 대 청년이었는데.


내 목소리는 가늘고 힘이 없다. 큰 소리를 내려고 하면 "캑" 하는 소리가 먼저 튀어나온다. 힘이 있는 소리를 내고 싶어서 거금(?)을 들여 보이스 트레이닝을 받는 중이었다.


집에서 틈틈이 "험마~~." 연습을 했다. 어느 날 내 목소리 톤을 찾으려고 "험마~~. 험마 " 소리를 낮게도 내보고 차츰 높게도 내보는데


사람이 피아노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피아노이면 나도 피아노겠네.'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 멜로디언이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온다.


"사람아."라며 내게 말을 건네 오는 이가 있다.


"네가 피아노면 어떻고 멜로디언이면 어떤가. 건반들이 있는 건 마찬가진데. 누르거나 두드리지 않는다면 그랜드 피아노면 뭣하겠는가. 두드리는 게 중요하지."


그렇다. 두드리는 게 중요하다. 제대로 두드려 못한 건반들 다시 두드려보자. 건반들이 협업하면 어떤 소리가 날까.


목소리라는 나의 건반. 사용법을 배우는 중이다.


입술과 혀와 코와 성대와 폐와 횡격막과 배라는 건반들을 사용하여 내는 소리를 듣고 알아차려야 하는 귀라는 건반. 쫑긋 집중하고 있다.


“험마~~ 소리를 내면 귀를 기울여 들을 게.” “소리가 작다던가, 이상한 소리가 나면 신호를 보낼게.”라는 건반. 내게 매우 협조적인 건반.


내 귀는 초보 음성감별사다.


코는 알아서 숨을 들이쉬고. 횡격막은 아래로 내려가고 배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숨을 잠시 멈추었던 내가 배에서 숨을 끌어올리며 목구멍을 열어 ‘험~마~~~’ 소리를 내니 풍선 바람 빠지듯 배가 줄어든다.


“소리가 작아.”라고 초보 음성감별사 귀가 신호를 보내온다. 입이라는 건반을 더 크게 벌려 소리를 내지만 “소리가 납작하네.”라는 신호를 보내는 초보 음성감별사.


목구멍을 더 열고 혓바닥을 아래로 둥그렇게 내려본다. ‘쌀’을 ‘살’로 ‘어떤’을 ‘으뜬’으로 ‘성격’을 ‘승껵’으로 발음하는 나의 건반 혀. 오랜 습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살을 쌀로. 으뜬을 어떤으로. 승껵을 성격으로 알아듣는 귀라는 건반. 언제 이 오류를 범하지 않게 될까.


초보 음성감별사 딱지를 떼려고 노력하는 내 귀. ㅅ과 ㅆ, ㅓ와 ㅡ 를 감별해내려고 귀를 쫑긋거리다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한다.


내 음성의 톤을 찾으려고 험~마~~, 험마~~~ 소리를 낸다. 소리가 뻗어나가 벽을 뚫고 나간다고. 벽을 지나 또 다른 벽을 뚫고 나가서 멀리 전달되는 상상을 하면서. 입안의 공간이 넓어지도록 혀를 내리고 입은 더 크게 벌리는 동시에 양손을 옆으로 벌리면서 소리를 뻗어낸다.


다시 “험~마~~~”, “험마~~~” 소리를 내며 건반 혀를 눌러본다. 초보 음성감별사 귀 신호를 보내온다.


"네 목소리의 톤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는 중(ing)이야. 너만의 방식으로 너의 건반을 두드리는 중(ing)이야."


그렇네. 건반들을 두드리는 중(ing)이네.


내고 싶은 소리를 내는 건반.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들어야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반이 되려고 "험마~" 소리를 내는 중( ing)인 나.


살아 꿈틀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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