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3] 여우나무

다정한 애도

by 할수 최정희


그림책 '여우 나무'는 숲속 동물들이 죽은 여우를 애도하는 이야기다.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포근하고 평화롭게 느껴진다. 이 이유는 뭘까.


작가는 '여우는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내쉰 뒤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어요.'라고 여우의 죽음을 묘사해놓았다.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온 여우. 많이 지쳐서 느릿느릿 가장 좋아하는 숲속 공터로 가는 여우. 사랑하는 숲을 지그시 바라본 후 땅에 눕는 여우.


이 여우를 나무 꼭대기에서 지켜본 부엉이. 영원한 잠에 빠진 여우 주위에 모여드는 생쥐와 곰과 다람쥐 등 숲속 동물들.


오래오래 말없이 앉아있었다.


숲속 동물들. 각자 여우와 함께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애도의 시간을 보낸다.


오랜 침묵 후 부엉이가 먼저 여우와 떨어지는 낙엽 많이 잡기를 하던 이야기를 하자.


동물들은 차례로 돌아가면서 여우랑 함께 했던 즐거웠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여우에 대한 그들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숲속 동물들. 훌쩍이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소리 내 울지 않는다.


여우의 죽음을 애도하는 숲속 동물들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죽음을 애도하는 자리에서 미소를 떠오르게 하는 여우의 삶. 어땠을까.


여우가 어느 동물에게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여우와 친한 동물이 여우가 얼마나 억울한 일을 당했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이야기하며 눈물 흘리며 울 것이고.


반대로 어느 동물이 여우에게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그 동물이 여우 때문에 너무나 속상하고 힘들었다고 소리쳐 울 것이라 여우의 죽음은 애통하고 비통할 것이다.


여우가 누워있던 자리에 오렌지 나무 싹이 돋아나고 여우 이야기가 하나씩 끝날 때마다 그 싹이 점점 자라 큰 나무가 된다는 말.


숲속 동물들이 여우를 생각할수록 여우가 그들에게 보여줬던 다정함이 배가 되어 그들 마음속을 따뜻하게 데워준다는 의미겠다.


여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수록 동물들의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졌고 나무는 숲에서 가장 큰 나무가 되었다는 말.


여우의 다정함이 그들에게 살아갈 힘이 되었다는 뜻이겠다.


죽음 이야기가 따뜻하고 평화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우가 따뜻하고 평화롭게 살았기 때문이다.


숲속 동물들 또한 여우와 더불어 따뜻하고 평화롭게 살았기 때문이다,


여우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물들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 이유 중 하나는 여우가 살아있을 때 그들이 여우와 함께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떠나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우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울음이 없다. 그 이유는 그들의 삶에 슬픔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에게도 슬픔이 있었다. 그들의 슬픔을 여우가 다정함으로 녹여주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은 따뜻했다.


내가 죽은 뒤 남은 사람들이 "그 사람 참 다정했어. ."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마음속에 오렌지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을까.


억울하게 산 사람은 죽음도 억울하고 평화롭게 산 사람은 죽음도 평화롭다.

여우는 살아서도 다정했고 죽고 난 뒤에도 다정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 죽음도 예외일 수 없다.


나는 죽음을 통해 거두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지금 죽는다면 그것을 거둘 수 있을끼.


죽음이 삶의 과정이라는 걸 아는 숲속 동물들. 여우의 웰다잉 이야기처럼정한 죽음을 맞고 싶다.


생태공예힐링핼퍼1호/ 할수


여우나무: 브리타 테켄트럽 글 그림/ 봄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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