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4]덜 익고 떨어지는 사과처럼
늙어간다
도서관에서 기말 시험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과목은 심리검사 및 측정이었다.
심리검사를 측정하는데 필요한 몇 가지 수학 공식을 보니 머리가 핑 돌면서 '이 나이에 왜 고생을 사서 하지?'란 생각이 들었다.
젊어서 하는 고생도 늙어서 신경통 된다 하고 고생 끝에 병든다는데. 늙어서 사서 하는 고생. 무슨 큰 영광이 있겠나 만. 사서 고생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어찌하겠는가.
요즘엔 기말시험 준비와 백일백장 글쓰기로 하느라고 머리가 멍멍하다. 오는 일요일 시험이 끝나면 한 동안 편히 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년 3월 평생교육사 실습과목을 수강하려면 며칠 뒤에 평생교육사 실습을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내년 1월엔 실습을 해야 하니. 바쁘긴 마찬가지다.
'사는 게 그런 거지.'라며 마음을 고쳐먹고 시험공부를 다시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손이 시리다. 아프지 않아야 늙어서도 사서 고생을 할 수 있다. 며칠 째 도서관 오갈 때 내 다리를 사용할 수 있는 기한이 늘어나기를 바라며. 왕복 1시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에도 주로 계단을 이용한다. 어느 날 계단 올라가는데 한 계단 올라가면 생명이 4초 늘어난다고 적혀있었다.
그때부터 계단을 오를 때 계단을 세는 버릇이 생겼다.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계단을 걸어올라 가도 생명이 늘어나는 것은 5분이 채 안 되었다.
5분 더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5분 동안 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가 늙었다는 것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난 여기에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을 포함시키고 싶다.
이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나이가 더 들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싹트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을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던 내가 걷고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사는 동안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어서다.
노사연의 바램이라는 노래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가사에 눈물 흘리며 운 적이 있다. 나도 익어가는 줄 알고 말이다.
사과나무에 달린 사과가 모두 익지 않는 것처럼 사람이라고 모두 익을 순 없다.
덜 익고 떨어져 버리는 사과가 있듯이 익지 못하고 늙어 죽는 사람도 있다.
늙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아침에 도착한 신문 앞면. 2050년 대구 탄소 배출 '0' 전환. 이란 대문짝만 한 헤드라인 기사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어 , 2050년? 저때까지 내가 세상에 있나?'라는 생각이 먼저 일어난다.
내가 익어가고 있다면 신문의 그 기사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머릿속에 기후 위기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을 것이다.
난 익어가는 중이 아니라 늙어가는 중이다.
생태공예힐링핼퍼 1호/ 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