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8] 리어카와 종고모
하루 결석하면 어때
국민학교 1학년 때 등굣길이었다. 동네 아이들과 함께 동네 골목길을 빠져나와 비포장 군도를 걸을 때였다. 어떤 아저씨가 소달구지가 아니라 리어카를 끌고 갔다.
생소한 물건이었다. 리어카가 신기해서 리어카 뒤를 쫄랑쫄랑 걸어갔다. 미끄덩! 무엇인가를 밟고 미끄러져 넘어졌다.
소똥이었다. 리어카 때문에 못 본 것이었다.
학교에는 가야겠고. 소똥이 범벅된 옷을 입고 갈 수는 없고. 혼자 집에 갔다 오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고.
앙, 울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종고모가 학교에 가서 나를 씻겨주었다. 갓 국민학교에 입학한 내가 해결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문제였는데 종고모가 간단하게 해결해주었다.
소똥에 옷이 더럽혀진 일을 가지고 세상 무너진 줄 알고 울었다. 학교 가서 씻거나 집에 돌아가서 씻고 학교 가기 늦으면 하루 결석하면 그만인데.
그때만 세상 무너진 듯한 일을 겪은 것이 아니다. 성인이 된 뒤에도 세상 무너진 듯한 일을 종종 겪었다.
국민학교 1학년 내가 겪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나 성인이 된 내가 겪는 세상이 무너진 듯한 일이나 그 일을 겪는 당시에는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국민학교 1학년 내가 '하루 결석해도 괜찮아.'라는 생각을 못 했듯. 성인이 된 나도 '하루 결석하면 어때.'란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내가 한 달 결석해도 큰일이 일어나지 않고 일 년 동안 결석해도 세상이 무너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결석해가면서 소똥 씻어내 가며 살란다.
생태공예힐링핼퍼 1호/ 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