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0-64]공원에서 만난 후투티/곁눈질하다

by 할수 최정희

.

며칠 전 공원에서 후투티를 보았다. 후투티는 여름새로 분류되었지만 이젠 겨울에도 볼 수 있는 텃새가 되었다. 후투티의 깃털에는 검은색과 흰색의 넓은 줄무늬가 있고 날개와 꽁지와 검은색의 긴 댕기 끝부분 이외에는 분홍색을 띤 갈색이다.


후투티는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머리 꼭대기에 왕관 같은 깃털이 있고 등 깃털에 있는 검은색과 흰색의 줄무늬가 선명하기 때문이다. 머리 꼭대기 왕관 같은 깃털은 크고 길어서 자유롭게 눕혔다 세웠다 할 수 있다. 땅 위에 내려앉아 주위를 살필 때나 놀랐을 땐 이 깃털을 곧추세운다.

땅바닥에 쌓인 낙엽 사이를 콕콕 쪼아대는 후투티를 보면서 풀씨나 떨어진 작은 열매를 찾아 먹겠거니 생각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가니 훌쩍 나무 위로 날아 올라가 버렸다.

잠시 기다리니 다시 땅으로 내려와 낙엽 사이를 콕콕 찍으며 먹이를 찾아 먹었다. 잠시 앉아서 휴대폰으로 사진 몇 장과 동영상을 찍었다. 집에 돌아와서 동영상을 보니, 후투티 부리 사이에 긴 애벌레가 매달려있었다. 후투티는 곤충의 유충과 거미·나비·딱정벌레·파리·벌·지렁이를 잡아먹으며, 자라는 동안에는 주로 지렁이와 땅강아지를 먹는다고 한다.


처음 후투티를 발견한 그다음 날에도 공원에 나갔다. 후투티가 어제 있던 자리에서 낙엽 사이를 콕콕 쪼아대며 애벌레를 찾아 먹고 있었다. 공원에서 그린웨이 길을 따라 뛰었다가 걸었다를 시작한 지 오늘이 5일 째다.


공원에 나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수면패턴이 망가져서 저녁에 잠들기 힘들어서다. 오후에 공원에 나갔는데 아침에 햇빛을 쬐이면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되어 숙면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오늘은 해가 뜨고 난 뒤 한참 후 나갔다.


햇빛이 있는 쪽을 골라 걷다가 뛰면서 공원을 돌다가 며칠 전에 후투티가 있던 곳으로 갔다. 후투티가 없었다. 집에서 나올 때부터 후투티를 보러갈 생각이었다. 후투티가 없는 것을 확인한 순간 '오후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연이어 '이게 뭐지?' 그냥 두 번 본 후투틴데.라는 생각이 일어났다.

생텍쥐베리의 동화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가 서로 나누던 이야기다. '함께 놀자'는 어린 왕자의 말에 사막여우는 "난 너와 함께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져 있지 않으니까."라고 대답한다.


어린 왕자가 어떻게 하면 사막여우를 길들일 수 있는지 묻자 이렇게 답한다. "우선 내게서 좀 멀리 떨어져서 이렇게 풀숲에 앉아 있어. 난 너를 곁눈질해 볼 거야. …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어린 왕자에게 난 너와 함께 놀 수 없다던 사막여우처럼 내가 다가가자 후투티는 너랑 놀 수 없다며 나무 위로 날아가 버렸다. 잠깐 나 혼자 후투티를 곁눈질했나 보다.


생태공예힐링핼퍼 1호/ 할수

keyword
작가의 이전글[100-63] 웃음보가 정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