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4] 자전거 타는 법

지금 여기

아버지는 내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쳤다. 처음에 마당에서 자전거 타는 연습을 했다. 아버지가 자전거를 잡고 있으면 내가 자전거에 올라탔다. 페달을 밟으면서 나아가면 아버지가 자전거를 잡고 따라왔다. 아버지가 자전거에서 손을 떼는 동시에 나는 넘어졌다.

시골 마당이 넓다 해도 자전거를 배우기엔 좁았다. 텃밭에 나둥거러질까 담벼락에 부딪힐까 두려워서 자전거를 제대로 탈 수 없었다.

아버지는 나를 길가로 데리고 나갔다. 자전거에 올라타고 페달을 밟았다. 역시 아버지가 자전거를 잡고 따라오고 있었지만 나는 자전거 페달을 밟을 수가 없었다. 길은 좁고 높았다. 한쪽은 개울물이 흘러가고 건너편은 미나리꽝이었다. 금방이라도 길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아 불안했다.

이때는 내가 갓 중학교 입학하고 나서다. 인근 도시의 중학교에 입학한 나는 기차로 통학을 했다. 집에서 기차역까지는 보도로 40분 정도 걸린다. 기차를 타면 중학교가 있는 도시까지 50분 걸린다. 기차에 내려서 학교까지 또 15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아버지는 이렇게 먼 길을 오가는 내가 안쓰러웠을 것이다. 아버지가 내가 조금 더 편하게 기차역까지 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쳤는데. 나는 끝내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내가 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중심을 잡고 방향을 바꿔가면서 페달을 밟을 수가 없었던 이유는 길 아래로 떨어질까 두려워서 생긴 불안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때 내 마음이 몸과 함께 핸들을 잡고 페달을 돌렸다면 자전거를 탈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중심을 잡고 핸들 방향을 바꿔 가면서 페달을 못 밟은 이유는 내 마음이 몸을 구하려고 저가 먼저 미나리꽝과 개울물 속으로 뛰어내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인류 초기부터 내려온 것이라고 한다. 높은 곳이 두렵지 않은 사람들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 떨어져서 죽었다고 한다. 높은 곳이 두려워서 올라가지 않거나 높은 곳에 올라갔더라도 조심한 사람들이 살아남았다고 한다. 우리는 높은 곳을 두려워한 이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그러니 내 속에 높은 곳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의 생존을 돕던 두려움과 불안함이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만들었다. 자전거만 못 타게 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순간에 내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음이 불안할 때 왜 불안한지 그것의 근거를 살펴보았다. 내가 불안해하는 일은 미래의 일로 실체가 없었다. 몸은 여기에 있는데 내 마음이 상상의 세계, 미래에서 온갖 불해안 이야기를 지어내기 때문이다.

후회는 과거의 일을 현재로 끌어와서 생겨난 것이다. 그때 이렇게 할 걸이라는 생각은 현재의 삶을 갉아먹는다. 몸과 마음이 지금 여기에서 산다면 후회할 일도 불안해할 일도 없지 않겠는가.

불안해서 안절부절할 때 '내가 살고 싶어서 그러는구나' '이것 한다고 죽지는 않아'라고 자신에게 말해 줄 수 있다면

불안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생태공예힐링핼퍼 1호 / 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