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7]강은 흐르지 않는다

그래도 살만한 세상

by 할수 최정희

밤 10시 53분이다. 방금 잠에서 깨어났다. 백일백장 글쓰기 마감 시간까지 한 시간 남아있다. 8시 30분쯤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켜고 앉았다. 온몸이 부러질 것 같은 피곤이 몰려왔다. 잠시 잔다는 게 두 시간이 넘었다.

잠에서 깨어나니 몸이 개운해졌다. 그대로 글을 쓰다간 무슨 병을 얻을 것 같았는데. 다행이다.


내가 이렇게 피곤을 느낀 것은 부러진 갈비뼈 때문일 것 같다. 한 달이 되어야 붙는다고 한다. 내 갈비뼈 부러진 날로부터 한 달이 되려면 한 참 남았다.


백일백장 글쓰기가 아니면 그냥 아침까지 자버렸을 텐데. 백일백장 글쓰기를 완주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완주한 내가 궁금하다.


이전엔 백일 동안이 아니라 일주일도 꾸준히 해 본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77일째 글쓰기를 하고 있는 나. 칭찬해 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자꾸 시계를 쳐다본다. 시간에게 쫓기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누군가가 한 말이 떠오른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흘러가는 것이라고. 강은 그대로 있고 물이 흘러간다고.


그렇다. 내가 흘러가는 것이다.


내가 흘러내리다가 이리저리 부딪쳐서 머리카락도 희끗희끗해지고 얼굴에 주름살도 생겼다. 세월은 그대로다. 세월이 늙는다면 세상에 어떻게 아기가 있겠으며 청년이 있겠는가.


물이 강을 흘러내릴 수밖에 없듯 우리도 세월을 흘러내릴 수밖에 없다. 물이 강을 따라 흘러가야 하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는 자신이 흘러내려가고 싶은 곳으로 돌아 흘러갈 수도 있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 하다.


나를 살만 하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백일백장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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