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8] 이장님의 목소리에서

영화 페르시아 수업까지

by 할수 최정희

평생교육사 실습 중이다. 평생교육원 원장님과 영천의 한 마을회관으로 갔다. 이번 수업은 천연비누 만들기였다. 핫플레이트를 비롯해서 비누 만들 재료와 도구를 싣고 갔다.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동네 어르신 몇 분과 이장님이 미리 와 있었다.


인사를 하는데 , 내 머릿속이 어릴 때 살던 고향 생각으로 달려가 버렸다. 이장님 음성의 톤과 음색이 어릴 때 고향에서 듣던 남자 어른들의 것과 똑같았다.


천연비누를 다 만들고 난 뒤 간식 시간이었다. 이때 "드소."라고 말하는 이장님의 음성에 내 마음이 외갓집으로 날아갔다.


네다섯 살 때쯤 다른 지역에 가본 것은 외갓집이 유일하다. 외할머니, 외숙부님과 외숙모님 그리고 이모님들의 음색과 톤은 내가 살던 곳과 달랐다. 그래서 외갓집 식구들이 말을 할 때마다 고향 사람들과 다른 음색과 톤이 귀를 톡톡 자극했다.


딸과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을 관람할 때였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딸이 영화에 어떤 장면엔 독일어 또 다른 장면에는 프랑스어로 말한다고 했다. 독일어와 프랑스어의 차이가 분명 있을 텐데. 내 귀엔 그게 그거였다.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은 페르시아어를 가르치는 수업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진짜 페르시아어가 아니라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면 테헤란에 가서 살고 싶어 하는 '코흐'와 살아남기 위해 페르시아인 행세를 하는 유대인 '질'과의 사이에 벌어지는 숨 막힌 이야기다.


질은 페르시아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독일군 장교 코흐에게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쳐 준다. 가짜 페르시아어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이 만든 가짜 페르시아어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 가짜 페르시아인이라는 것을 들키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흐에게 가르쳐 준 자신이 만든 가짜 페르시아어 단어를 외우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다. 질은 사경을 헤매는 중에도 가짜 페르시아어를 말한다. 이 일로 인해 질은 페르시아인으로 인정받는다. 코흐와 약간의 인간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코흐가 테헤란으로 가기 위해 탈영할 때 질을 데리고 나가 보내준다. 비행기를 타고 테헤란으로 간 코흐. 공항에서 질에게서 배운 페르시아어를 말하지만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 코흐는 그들이 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 그들이 하는 말을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도 없다.


질은 국경을 넘어 탈출한다. 질은 수용소에 수용되었던 무려 이천팔백 명이 넘는 사람의 이름을 외우고 있었다. 그 사람들의 이름을 외울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람들의 이름을 이용하여 가짜 페르시아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단어 하나가 한 사람이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죽어간 유대인을 조명하는 영화이다. 유대인 질이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것을 보면서 사는 게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이 일어났다. 그렇게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질이 왜 살아남게 되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질은 나치 수용소로 끌려가는 중인데 샌드위치와 읽을 수도 없는 페르시아어 책과 바꿔주고 매맞고 고통받는 다른 수용자에게 몰래 먹을 것을 갖다 주기도 한다. 그렇게나 살기 위해 몸부리치던 그가 또 다른 수용자 대신에 죽음을 무릅쓰고 다른 수용소로 대신 가기도 한다.


예기치 않게 그의 도움을 받은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 놓인 질을 구해준다. 질이 살아남게 된 주된 이유는 그가 따뜻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죽어간 유대인을 조명하는 영화이지만 나는 질의 따뜻한 인간미에 끌렸다.


시골 동네 이장님 목소리가 나를 고향으로 외갓집으로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게 한 하루였다.


생태공예힐링핼퍼 1호/ 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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