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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Feb 16. 2023

스피치 연습 프로젝트

315일 동안 더 탈 수 있을까

스피치 연습을 시작한 지 50 일째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스피치 연습을  하다 보니 ''나도 매일 할 수 있네 '라는 자긍심이 생긴다. 매일 스피치 연습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백일백장 글쓰기를 하면서 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의 내 마음 심지는 흘러내려 굳은 촛농으로 덮여있었다. 그래서 불을 붙이기도 힘들었고 불붙여도 하루 이틀이 지나면 꺼졌다. 지금 내 심지는 50 일을 계속 타오를 수 있을 만큼 굳게 서있다.


스피치 연습은 복식호흡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발성과 발음 연습을 해야 한다. 요즘은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쉐도잉 기법 즉 아나운서나 성우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연습을 한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스피치를 따라 할 때 휴대폰에 녹음한다. 그리고 녹음한  음성을 들어 본다. 이때 자주 절망감에 휩싸인다. '어째  저리  못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연습을 해도 목소리가 좋아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목소리의 안 좋은 부분에 초점을 맞춘 탓이다.  조금이지만 분명히 변화된 부분이 있으니까. 변화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희망이 생겨날 것인데. 왜 잘 못하는 부분에 집중할까.


 내 목소리는 톤이 높다. 그래서 안정적이지 않다. 또 납작하게 눌린 소리다. 게다가 억양이 자연스럽지 않고 발음까지 불분명한 것이 많다.


목소리를 가꾸는 사람들은 대개 성우나 아나운서, 연기자, 가수, 입사 면접을 앞둔 사람,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음성이 직업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을 제외한 일반인의 경우는 대부분 목소리를 가꾸지 않는다.


사람들이 외모를 가꾸는 일과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구입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는 것과 대조적이다. 나 역시 내 음성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없다.


내가 스피치 연습을 하는 이유는 마음에 들지 않은 나를 마음에 드는 나로 바꾸고 싶어서다. 학원에 가면 빨리 목소리를 변화시킬 수 있겠지만  따로 시간을 내서 연습하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다. 사람에 따라 빨리 변화하는 사람이 있고 천천히 변화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지난번 스피치 학원 갈 때 4달에 백만 원이 들었는데 목소리의 변화는 미미했다.


스피치를 배운 후 집에서 꾸준히 연습을 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목소리가 되었을 것이다. 근데 연습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연습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백만 원이나 들여서 학원에 갈 만큼 목소리를 바꾸고 싶었지만. 내 심지가 흘러내린 촛농에 파묻혀 있어서 잠시잠깐 타다가 꺼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내가 연습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음성을 바꾸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심지가 단단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백일백장 글쓰기는 내가 스피치 연습을 50 일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만큼 내 심지를 단단하게 해 주었다.


  백일백장 글쓰기라는 시스템에 나를 집어넣었고 이 시스템이 백일 동안 나를 지속적으로 작동하게 했다.  백일 글쓰기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스피치 연습이란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만든 시스템에 나를 집어넣었다. 이 시스템의 운영 기간은 365일이다. 이제 315일 남았다. 내 심지가 얼마나  굳게 서 있을까.  내 심지가 315일 동안 더 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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