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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Mar 12. 2024

[100-8] 어떤 여행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코끼리 이야기

며칠 전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한 권씩 집어 들고 살펴보는 중이었다. " 책을 빌릴 분은 지금 오세요. 시간이 10분 남았습니다"라는 말소리가 들렸다.  이제 겨우 1권을 겨우 골랐는데. 이때 내가 빌려온 그림책은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코끼리 이야기'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기 코끼리가 여행을 떠나서 자기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와 삽화가 맘에 들어 빌려왔는데. 제28회 눈높이 아동문학상 그림책 대상을 받은 그림책이라 한다.



 아프리카 초원 사는 아기 코끼리는 자기가 누구인지 모른다. 아기 코끼리는 기린 혹은 사자나 코뿔소, 얼룩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기 코끼리는 떼로 몰려다니는 것은 겁쟁이 같아서 싫고 코로 물을 뿜고 풀을 뜯는 것은 우스꽝스러워서 싫었다. 그래서 아기 코끼리는 긴 코로 물을 뿜어내지 않고 풀을 뜯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기 코끼리가 자신이 누가인지 안 후 친구들과 때로 몰려다니고 코로 물을 뿜고 풀을 뜯는다. 왜 이렇게 변한 것일까?


 아기 코끼리는  긴 다리의 기린처럼 멀리 갈 수 있었다. 사자처럼 용감했고 으르렁 소리도 우렁차게 낼 수 있었다. 코뿔소처럼 박치기도 잘했다. 얼룩말처럼 뒷발차기를 잘했다. 사자처럼 수염이 없었지만 걱정 없었다. 어른이 되면 생길 거니까.  코뿔소와 달리 입가에 있는 뿔이 언젠가 콧잔등으로 옮겨갈지도 모르는데,  어느 날 물웅덩이에서 물을 먹다가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이 코끼리여서 놀랐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자신이 뭘로 보이는지 물었다. 친구들이 코끼리라고 대답했다. 코로 물을 뿜지도 않고 풀을 뜯지도 않는데, 왜 자기가 코끼리인지, 알 수 없었다.


아기 코끼리는 자기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길을 떠났다. 사막을 건너고 바다를 건넜다. 서커스단 단장에게 배워 접시를 돌리고 자전거 타기를 공연했다. 사람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은 아기 코끼리 자신이 코끼리가 아니어서 좋았다. 아기 코끼리가 불타는 링을 넘는 것을 연습할 때였다. 링이 작아서 목에 걸리고 말았다. 아기 코끼리는 불타는 링을 코로 휙 벗어던졌다. 링은 날아가 서커스단 단장 위로 떨어졌다. 아기 코끼리는 얼른 양동이의 물을 코로 빨아들여 힘껏 내뿜었다. 천막 안은 물바다가 되었다. 아기 코끼리는 물에 비친 자기 그림자와 마주쳤다. "넌 코끼리야, 사막과 바다를 건넌 용감한 코끼리야. 오직 코끼리만이 코로 물을 뿜어 누군가를 구할 수 있지."라고 물속의 그림자가 속삭여줬다.


사막을 건너 바다를 건너 자신을 알기 위해 여행한 아기 코끼리는 용감했다. 그래서 자신이 코끼리란 것을 알게 된 아기코끼리. 코로 물을 뿜는 것이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소중한 것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기 코끼리는 초원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달리고 코로 풀을 뜯고 물을 내뿜는다. 아기 코끼리가 자신을 찾는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자신이 기린일까 사자일까 코뿔소 혹은 얼룩말일까 생각만 하다가 일생을 마치지 않겠는가. 코끼리의 삶을 신나게 살아가는 아기 코끼리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책과강연#백일백장#숲해설가#생태공예연구가#에세이작가#숲이내게걸어온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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