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할수 Mar 14. 2024

[100-10] 해가 산산조각이 났대

해 한 조각/ 정진호

그림책 '해 한 조각'(정진호)은 발상이 참 재밌어. 해가 꽁꽁 언 호수를 지나가다가  쿵 미끄러져서 산산조각이 나버리다니! 그래서 세상이 캄캄해졌지만, 해는 역시 해였어. 산산조각이 나 뿔뿔이 흩어진 해 조각들은 자신이 도착한 곳에서 세상을 밝게 비췄어. 우리 함께 해 조각들을 찾으러 가볼래? 한 해 조각은 산으로 갔대. 쑥 들어간 계곡에 역삼각형으로 누우니 안성맞춤이었어,  얼마 후 그 산에 싹이 텄어. 싹은 나무로 자라나 숲이 되었어. 해 한 조각은 구름 위로 올라가 무지개가 되었대. 달에 떨어진 한 조각은 달빛이 되었고 말이야. 동굴 속에 들어간 해 조각은 동굴 속에서 잠자는 동물들의 잠을 깨웠대. 곰을 만난 해 조각은 그림자와 춤을 추었고. 버스에 박힌 해 조각은 사람들의 언 마음을 녹이고, 또 다른 해 한 조각은 친구를 만나게 했고 남은 한 조각은 이야기 속에 남아있다고 해. 아마 재밌는 이야기를 쓸 건가 봐.


우리의 마음에도 해있지. 사람들은 그걸 사랑이라고 하지. 사랑은 자신밝게 비추기도 하고 포근하게 감싸주지. 그리고 다른 사람과 밥을 먹을 때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바라보며 눈웃음치게도 해주지. 근데 사랑도 어딘가에 부딪치면 깨지기도 해. 얼음에 부딪쳐 산산조각 해처럼. 사랑이 산산조각이 나서 흩어져버릴 때, 우린 절망하지. 속의 세상이 캄캄해지기 때문이야. 그래서 길을 잃고 꼼짝 못 하고 주저앉기도 하지. 사랑은 깨져 산산조각이 나 흩어져도 한 조각은 꼭 마음속에 남는대. 이 한 조각 사랑은 옛날 아궁이 속 불씨처럼 꺼지지 않는대. 이야기 속에 남은 해 조각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낼까 궁금하지? 나는 우리 마음속에 남은 사랑 조각이 어떤 이야기를 펼칠까도 궁금해.


사랑은 사랑이라서 조각조각 나도 사랑인 걸. 우린 이걸 믿어야 해. 깨진 해  조각조각들이 모두 해이듯, 그래서 모든 조각이 반짝이듯 말이야. 우리의 사랑도 깨져도 사랑이라서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도 있고  세상을 밝게 비춰줄 수 있는 거지. 조각이 흩어져서 산을 비추고 싹이 돋게 하다니!  깨진 조각이 곰과 만나 덩실덩실 춤을 추다니! 조각은 깨졌다고 울고 있지 않았어. 작은 조각이 해낼 수 있는 일을 한 거야. 우리 사랑 조각도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작은 조각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지 몰라. 어쩌면  누군가와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싶어 안달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우리 사랑 조각을 찾으러 가지 않을래?  우리가 사랑 작은 조각과 덩실덩실 춤추지 않을래?

#책과강연#백일백장#숲해설가#생태공예연구가#숲이내게걸어온말들#에세이작가 #해한조각#그림책 

작가의 이전글 [100-9] 무얼 바라보고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