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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Apr 12. 2024

[100-39] 마음에 드는 표현과 비유

너도 하늘말나리야/이금이

너도 하늘말나리야(이금이, 밤티)를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도서관에서 서가에 꽂힌 책을 둘러보는데 이 책 보였다. 오래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꽤 재밌게 읽었다. 근데 뭐가 재미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집에 와서 책을 펼치며 또 떠올려봐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에는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고 시골 보건소에 와서 살게 된 초등학교 6학년 아이 미르, 엄마가 돌아가신 뒤 선택적 함구증을 앓는 바우, 엄마와 아빠의 기억이 아무것도 없는, 할머니와 사는 소희, 이렇게 세 아이가 등장한다. 이들 아이 셋이 서로 마음의 상처를 보고 천천히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담긴 이야기다. 지금은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책에서 내가 배우고 싶은 표현을 찾아보았다. 


에세이집 '숲이 내게 걸어온 말들'내고 나서 굉장히 부끄러웠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책을 냈다고 말하기가 꺼려졌다. 사람들에게 책을 냈어요라고 말할 있게 것은 내면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왔다. 그건 '숲이 내게 걸어온 말들'이 교보문고 MD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교보에서 좋은 책이라고 했으니까 이만하면 부끄러워해도 되겠다 싶었다.


앞으로도 책을 계속 내고 싶다. 근데 책을 내고 나서 내 책을 내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글 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첫 에세이집은 글쓰기 공부를 하지도 않은 채 혼자서 끙끙대며 쓴 책이다 보니,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니다. 나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래는 마음에 들었던 표현들이다. 


가까이 갈수록 우람해진 나무는 둥치 곁에 서자 고개를 있는 힘껏 젖혀도 전체를 없었다. 느티나무 가지들이 수백, 수천 개로 조각 내놓은 하늘이 보였다. 미르의 가슴도 그렇게 조각난 같았다. 


소희는 일기장이 두 개다. 하나는 선생님께 검사받는 일기장, 하나는 비밀 일기장이다.

……

눈이 마주치는 순간  혼자만의 표정을 싹 지워버린 미르는 그 위에 가면을 썼다. 소희는 미르의 가면을 자신의 검사용 일기장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비밀 일기장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것처럼 그 아이도 남한데 혼자만의 얼굴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조금 전까지 앙증맞고 귀여운 노란 꽃잎을 활짝 펼치고 있던 괭이밥이 해가 지는 걸  가장 먼저 알고 꽃과 잎을 오므렸다 마치 마음을 닫는 것 같았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른다. 바우는 생각했다. 아빠는 물론 늘 누구보다 먼저 마음을 알아차리던 소희도 모르고 있다. 괭이밥이 자신 같았다. 


"다른 나리꽃들은 땅을 보면서 피는데 하늘말나리는 하늘을 보면서 펴." 바우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는 듯했다. 그림 한쪽에 글귀가 쓰여 있었다. "하늘말나리. 소희를 닮은 꽃.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 중얼거리듯 읽던 소희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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