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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May 05. 2024

[100-62] 한 책에서 한 문장

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가지 질문(김종원)


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가지 질문 (김종원)을 읽는 중이다. '읽기 위한 독서는 단순히 배부르기 위한 것이지만, 멈추기 위한 독서는 우리를 끝없는 성장의 세계로 이끈다.'는 구절에서 멈춘다. 내 독서 습관을 돌아본다.  지난날 나는 단순히 배부르기 위해 책을 읽었다. 동화나 소설은 재미있어서 읽었다. 때론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인문이나 교양서적을 읽을 흡족했다. 잠깐  머릿속에 머무는 지식이 것인 착각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독서습관으로 인한 흡족함은 배불리 밥을 먹을 오는 포만감이 사라지듯 곧 사라진다. 내 마음이 늘 허기져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독서습관으로 인한 것일 것이다.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떤 사람이 천자문을 배웠다. 사람은 하늘 천(天)과 땅 지(地)만 10년 동안 공부했다고 한다.  이 사람은 天과 地만 공부하였는데 하늘과 땅은 물론 그 사이 모든 것에 통달했다고 한다. 보통 몇 달이면 천자문을 떼는데 말이다. 

 

이 사람은 天 글자를 배우고 난 후, 하늘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하늘에 나는 새와 구름과 해와 달과 별 등 하늘과 관련 있는 것들을 공부했다. 地를 배우고서는 흙과 바위와 물과 동물과 식물 등 땅과 관련 있는 것을 연구했다. 천자문 중 단 두 글자만 공부했는데 세상 모든 이치에 통달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멈출 곳을 발견하고 멈추고 그곳을 자세히 살펴봤다. 天 자 하나에 몇 년 동안이나 매달려 있었으니, 이를 보는 사람은 답답하였을 것이다. 이 사람이 크게 성장한 것은 天 자에서 멈추고 또 멈추고 멈춘 곳에서 살펴본 데 있다.   


나는 뭔가 찾으려는 급한 마음에 달리기만 계속했다. 나는 내가 찾던 뭔가를 스쳐 지나가 버린 것이다.  책을 읽으면, 그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서 실천해 보리라 다짐한 적이 있었다. 이도 한 순간의 마음일 뿐이었다. 유튜브에서 온갖 강의를 들었다. 순간순간 마음이 흡족했다. 잠깐 머릿속을 스쳐가는 지식이 내 것인 줄 알고서. 


우리가 느끼거나 듣고 흡족한 것과 행하고 흡족한 것은 완전히 다르다. 내가 이 두 가지를 분간하지 못한 것 또한 내가 발전하고 성장하지 못한 이유 중 하다. 무슨 원리를 듣고 그 원리가 어떤 것인지 알아차렸을 때 참으로 기쁘다. 이 원리를 따라 행동할 때, 우린 기쁠 수도 있고 기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원리를 따라 생활할 때 우리의 마음이 어떻든 우리는 성장해 간다. 


천자 중  2 자만 공부하고 998 자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하늘과 땅과 그 사이의 것까지 통달했다는 이야기 괜히 있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한 권을 끝까지 다 읽는데 집착하지 마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이 말도 책을 끝까지 다 읽으려 하기보다, 그중 한 문장이라도 삶에 적용해 보라는 말일 것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책상 위에 쌓여있다. 이 중 몇 권을 끝까지 다 읽을 것인가. 나는 모르겠다. 이 책 모두를 끝까지 다 읽겠다는 마음을 버린다. 그냥 한 권의 책 속에서 한 문장만 건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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