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가지 질문(김종원)
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가지 질문 (김종원)을 읽는 중이다. '읽기 위한 독서는 단순히 배부르기 위한 것이지만, 멈추기 위한 독서는 우리를 끝없는 성장의 세계로 이끈다.'는 구절에서 멈춘다. 내 독서 습관을 돌아본다. 지난날 나는 단순히 배부르기 위해 책을 읽었다. 동화나 소설은 재미있어서 읽었다. 때론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인문이나 교양서적을 읽을 땐 흡족했다. 잠깐 머릿속에 머무는 지식이 내 것인 양 착각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독서습관으로 인한 흡족함은 배불리 밥을 먹을 때 오는 포만감이 사라지듯 곧 사라진다. 내 마음이 늘 허기져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독서습관으로 인한 것일 것이다.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떤 사람이 천자문을 배웠다. 이 사람은 하늘 천(天)과 땅 지(地)만 10년 동안 공부했다고 한다. 이 사람은 天과 地만 공부하였는데 하늘과 땅은 물론 그 사이 모든 것에 통달했다고 한다. 보통 몇 달이면 천자문을 떼는데 말이다.
이 사람은 天 글자를 배우고 난 후, 하늘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하늘에 나는 새와 구름과 해와 달과 별 등 하늘과 관련 있는 것들을 공부했다. 地를 배우고서는 흙과 바위와 물과 동물과 식물 등 땅과 관련 있는 것을 연구했다. 천자문 중 단 두 글자만 공부했는데 세상 모든 이치에 통달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멈출 곳을 발견하고 멈추고 그곳을 자세히 살펴봤다. 天 자 하나에 몇 년 동안이나 매달려 있었으니, 이를 보는 사람은 답답하였을 것이다. 이 사람이 크게 성장한 것은 天 자에서 멈추고 또 멈추고 멈춘 곳에서 살펴본 데 있다.
나는 뭔가 찾으려는 급한 마음에 달리기만 계속했다. 나는 내가 찾던 뭔가를 스쳐 지나가 버린 것이다. 책을 읽으면, 그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서 실천해 보리라 다짐한 적이 있었다. 이도 한 순간의 마음일 뿐이었다. 유튜브에서 온갖 강의를 들었다. 순간순간 마음이 흡족했다. 잠깐 머릿속을 스쳐가는 지식이 내 것인 줄 알고서.
우리가 느끼거나 듣고 흡족한 것과 행하고 흡족한 것은 완전히 다르다. 내가 이 두 가지를 분간하지 못한 것 또한 내가 발전하고 성장하지 못한 이유 중 하다. 무슨 원리를 듣고 그 원리가 어떤 것인지 알아차렸을 때 참으로 기쁘다. 이 원리를 따라 행동할 때, 우린 기쁠 수도 있고 기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원리를 따라 생활할 때 우리의 마음이 어떻든 우리는 성장해 간다.
천자 중 2 자만 공부하고 998 자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하늘과 땅과 그 사이의 것까지 통달했다는 이야기 괜히 있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한 권을 끝까지 다 읽는데 집착하지 마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이 말도 책을 끝까지 다 읽으려 하기보다, 그중 한 문장이라도 삶에 적용해 보라는 말일 것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책상 위에 쌓여있다. 이 중 몇 권을 끝까지 다 읽을 것인가. 나는 모르겠다. 이 책 모두를 끝까지 다 읽겠다는 마음을 버린다. 그냥 한 권의 책 속에서 한 문장만 건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