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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May 08. 2024

[100-65] 나희덕 시인의 시, 대화對話를 읽는다.

허물을 벗고 사람이 될까

나희덕 시인의 시 대화對話를 읽는다. 시는 삶을 돌아보게 한다. 외롭기도 했고 서투르기도 했던 때론 길을 잘못 들기도 했던 지난 삶을 참 따습게도 돌아보게 한다. 이 시는 


무당벌레와 나밖에 없다.

추위를 피해 이 방에 숨어들기는 마찬가지다. 


로 시작한다. 나는 시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또 나희덕 시인에 대해 아는 것이란 이름뿐이다. 다른 시인들도 이름만 아는 시인도 있고 대부분은 이름조차 모른다. 시의 아래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무당벌레처럼 살아왔구나 싶었다.


조금은 벌레인 우리가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는 어떤 것일까


냄새를 피우거나

서로의 주위를 맴돌며 붕붕거리는 것?

함께 뒤집혀 버둥거리는 것?

암술과 수술을 드나들며 

꽃가루를 헛되이 일으키는 것? (대화對話의 일부분)


나는 아직도 꽃가루를 헛되이 일으키는 중일까. 나를 알아달라고 냄새를 피우는 중일까. 삶의 언저리를 빙빙 돌고만 있는 것일까. 생각을 해본다. 내 삶이 엎치락뒤치락하기 몇 번이던가. 난 참 오랫동안 버둥거렸다. 누군가가 말했다. 뒤집혔을 땐, 일어서려고 버둥대지만 말고 잠시 하늘을 바라보라고. 


그가 말한 하늘은  우리 머리 위에서 빛나는 푸른 하늘일까? 아닐 것이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하늘을 말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우리 마음이 바로 하늘이니까.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해를 뜨게 할 수도 있고 별이 빛나게 할 수도 있다. 별빛 하나 볼 수 없는 그믐밤을 만들 수도 있다.  우리가 우리 마음의 주인일 때만 말이다. 


나는 마음의 주인으로 살지 못했다. 내 행동이 아니라 타인의 행동에 따라 내 하늘에 해가 뜨기도 하고 먹구름이 몰려오기도 했다. 내 마음의 주도권을 한 사람에게가 아니라 수시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넘겨준 것이다.  날씨가 들쭉날쭉하여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거나 올라가면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할 뿐 아니라 때론 죽기까지 한다. 사람이라고 다르겠는가.  수시로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내 마음, 사실 영하의 칼바람이 부는 날이 많았다. 


다행히 살아있으니, 마음의 주도권을 되찾아와야겠다. 마음의 주도권을 찾아오면 내게 해가 필요하면 해를 쏘아 올리고 별빛이 필요할 땐 별을 뿌리고 밤길을 걸어야 할 땐 보름달이 빛나게 할 수 있을 거야.  들판의 벼처럼 내가 넘실넘실 자라나도록 소낙비도 한소끔 뿌려줄 수 있을 거야.  그러면 조금은 벌레인 내가 허물을 벗고 사람이 될까. 무당벌레면 어떻고 사람이면 어떨까. 추위를 피해 방으로 드는 건 무당벌레나 사람이나 마찬가지고, 꽃가루를 헛되이 일으키는 것도 마찬가진데. 이뿐이랴 뒤집혀서 버둥거리는 것도 마찬가진데. 왜 나는 굳이  사람이 되려고 버둥거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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