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시 흥정할 수 있다!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나폴레옹 힐/반니

by 할수 최정희


다시 흥정할 수 있다.

1 페니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나폴레온 힐/ 반니를 읽고



이 책에는 돈 버는 일은 물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적용해도 될 방법들이 들어있다. 돈 버는 일과는 좀 거리가 멀지만 성취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런데 잘 나아가지 못한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에 소개된 제시 벨 리튼하우스의 시가 마음에 와닿았다. 나도 내 인생과 말도 안 되는 값, 1 페니에 흥정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을 1 페니에 흥정했더니

인생은 그 이상 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저녁마다 내 보잘것없는 돈을 헤아리며

간절히 애원 헸다


하지만 인생은 청한 것만큼만 주는

정확한 고용인

한번 삯이 정해지고 나면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


말도 안 되게 적은 삯을 받고 일하면서

배운 딱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내가 얼마만큼 삯을 달라고 했더라도

인생이 기꺼이 내줬으리라는 사실이다.



이 시는 한번 삯이 정해지고 나면 삯을 더 받을 수 없어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이 책에는 다시 흥정한 사람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마지막 잎새로 유명한 오헨리다. 오헨리의 의 1 페니 인생은 그를 횡령죄를 범하게 하고 감옥으로 이끌었다. 감옥에서 그는 단편 소설을 쓰면서 자신의 인생과 다시 흥정한다. 그 결과 그는 세계적인 단편 소설가라는 삯을 받았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인생과 흥정을 벌이고 있다. 1 페니의 삯으로 견뎌내는 삶,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인생과 새로 흥정을 시작하는 일은 매우 오래 걸렸다. 한번 삯이 정해지고 나면 견뎌내는 수밖에 없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죽고 싶지는 않았다. 희망을 갖고 살기 위해, 인생에게 삯을 올려달라고 처음 요청할 때, 얼마나 내가 비굴하게 느껴지던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인생은 더 올려줄 수 없다며 단칼에 내 말을 잘라버렸다. 나는 인생에게 삯을 더 올려달라고 더 올려달라고 거듭 요청했고, 지금도 계속 요청하고 있는 중이다. 오헨리의 요구는 들어주고 나는 왜 안 들어주냐며 항의도 해보았다. 이런 항의는 아무 쓸모없는 일이었다. 인생이 말했다.


"일방적으로 줄 수는 없어. 내가 삯을 올려주려면, 너도 무엇이든 내게 내놓아야지."


'공짜는 없구나.' 생각하는데 인생이 다시 말했다.


"너, 루틴이 라게 있어? 루틴 하나라도 만들어. 그다음에 그걸 들고 다시 흥정하러 와."


정확해서 냉정하기까지 하던 내 인생, 1 페니보다는 더 줄 마음이 있나 보다. 마음이 조금 놓였다. 나는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이라도 다시 인생과 흥정할 수 있었다. 다만 빈 손으로는 안 되었다. 내가 인생에게 줄 것을 그 무엇, 루틴을 반드시 들고 가야 했다. 작심삼일형 인간이던 내가 처음 백일동안 매일 글을 쓰고 난 후 곧바로 '숲이 내게 걸어온 말들(설렘)' 에세이 집을 내지 않았나. 하루 하나의 글을 백일 동안 쓰는 루틴을 인생은 금방 책으로 돌려주었다.


인생은 우리의 자잘한 루틴을 먹고 성장한다. 그래서 인생과 흥정하려면 우리의 루틴을 들고 가야 한다. 우리가 인생에게 더 많은 삯을 받고 싶다면 어떤 루틴이든 많이 들고 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루틴을 쌓아 들고 가면 인생은 언제든 우리와 다시 흥정해 준다. 생각보다 후하게 삯을 지불한다. 이는 언제든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닌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동주와 키세스 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