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만 하면 되었다. 1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읽고

by 할수 최정희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읽는 중이었다. '나로 산 사람이 여기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작가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는 숲 속 승려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티베트 숲 속에서 승려로 산다.


나는 승려가 되고 싶었다. 스무 살 무렵 가정 형편으로 대입을 포기하고 고통 속에서 헤맬 때였다. 삶의 고뇌와 속박에서 초월하고 싶었다. 승려가 되면 세상 번뇌애서 벗어나 고요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승려로 살기 위해 숲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내겐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몇 달 동안 생각한 후 승려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승려의 삶에 대해 잘 몰랐지만, 숲 속 절간에서 수행하여 얻는 마음의 고요가 네겐 의미가 있을지 것 같지 않았다. 사람 속에 살면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얻은 깨달음에서 나온 고요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왜 승려가 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나 후회가 없다. 간절하게 원했던 일이지만, 그 길을 걷지 않겠다고 내가 스스로 결정했기 때문이고 내게 더 의미 있는 삶을 선택해서다.


비욘 나티코는 17년 동안 숲 속에서 승려로 살았다. 어느 날 숲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내부의 음성에 따라 환속하였다. 나는 비욘 나티코가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이 따라가서 사는 사람 즉 몸과 마음이 지금 여기에 머물러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나는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19살로 돌아가 그때의 고통 속에 빠져 살았다. 어떤 땐 미래로 날아가 일어나지도 않은 불행한 일로 마음이 불안에 휩싸인 채 살기도 했다. 승려의 삶을 살지 않았지만, 나는 삶이 주는 고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때때로 세상을 고요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쓰는데, 이만하면 되었다란 말이 징채가 되어 가슴을 지잉 친다.


가슴이 흔들리면서, 눈 속 가득 눈물이 고인다.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리다가 주르르 흘러내린다. 한글 수업하러 복지관으로 가는 중인데. 지금 여긴 시내버스 안인데. 눈이 벌겋게 된 채 교육생들 앞에 서게 될까 다른 승객이 알아차릴까 신경이 쓰이는데. 눈물이 계속 흐른다.


나는 중얼거린다. "이만 하면 되었다. 지금의 나는 틀라지 않아." 이만 하게 될 때까지 내가 경험한 일들이 영화처럼 머릿속에 떠오른다. 때론 살았고 때론 견뎌냈던 일들 모두 감사하여라! 기어이 나를, 내가 원하던 곳으로 데려다 놓기 위해 50년 동안 애쓴 삶, 고마워라.


밤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가족들 몰래 울음소리 삼키며 눈물 흘리게 했던 꿈, 그 언저리에도 못 가보았지만, 이만 하면 되었어라. 고승처럼 해탈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어도 나 지금 여기서 사는 기쁨 쫌 알겠어라.


2025년 5월 14일 수요일 시내버스 안에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스토리 크리에이터 선정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