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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되었다 2

솜상수로 살아가리라

by 할수 최정희

며칠 전 한글반 수업을 하러 갈 때 가슴을 징 쳤던 '이만하면 되었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시내버스 안에서 눈물 흘리게 만든 '이만하면 되었다'란 말은 조금 모자라지만 괜찮다는 뜻이다. 이만 하면 될 때까지 내 삶의 여정은 솜을 지고 가던 당나귀가 강물 속에 넘어졌다가 일어나는 일이었다. 물 먹은 솜을 잔뜩 지고 걷는 일이었다.


'이만 하면 되었다'는 말은 다 이루었다는 말이 아니다. 등에 진 물 먹은 솜이 거의 말라서 살만해졌다는 말일뿐. 솜을 지고 시장까지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 시장에 도착하면 솜을 팔아야 하는 일도 남아있다. 여기서 멈춘다면 언젠가는 시장까지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이고 솜을 팔기 위해 사람들과 흥정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이다.


이만 하면 되는 상태는 사람을 충만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가슴속에 채워야 할 빈 공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는 시장이 멀고 험하다 해도 갈 것이다. 가서 좋은 가격에 솜을 팔 것이다. 몇 번이고 다시 솜을 사서 등에 지고 시장을 찾아갈 것이다. 좋은 가격에 팔기 위해 매번 사람들과 흥정을 할 것이다.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는 상태 즉 뭔가를 더 이상 채울 공간이 가슴속에서 사라질 때까지, 나는 솜을 사고팔고 할 것이다.


이만하면 되는 삶에서 멈추고 싶지 않다. 강물 속에 몇 번 더 뒹굴더라도 개의치 않고 다시 솜을 사고 등에 지고 시장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이제 되었다'라는 말이 징채가 되어 가슴 언저리를 징~ 칠 때까지, 솜장수로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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