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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다시 시작하란 신호이다

배한봉 시인의 시, 홍시를 딴다를 읽고

by 할수 최정희

제목: 실패는 다시 시작하란 신호이다


배한봉 시인의 시, 홍시를 딴다를 읽고 있다. 이 시는 시인이 소월시 문학상을 받은 해 나온 소월시문학상 작품집에 실린 시다. 시인은 홍시를 장대로 따다가 홍시를 놓친 일을 두고 하늘의 온기를 데려온 일이라고 한다.


나는 자주 삶의 소중한 무엇을 놓치고 산다는 느낌이 들었다. 돌아보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겠다, 운동을 하겠다, 산책을 하겠다… 그런 사소한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뿐인데. 물론 책을 쓰겠다는 사소하지 않은 일까지 포함된 나의 일상이 늘 실패의 연속이었다.


일상에서 일어난 자잘한 실패를 두고 ‘실패가 아니다’라고 말하려면, 배한봉 시인이 홍시에서 하늘의 온기를 발견했듯, 나는 일상의 실패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야 한다. 새롭게 발견한 의미가 삶의 소중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말해줄지도 모른다. 지나간 내 삶은 삶아서 꼭 짠 나물처럼 한데 엉켜 있다. 나는 이 덩어리들을 조심스레 펼쳐 얽힌 순간 하나하나 읽어본다.


매주 마지막 일요일 아침 7시에 줌 독서 모임이 있다. 나는 몇몇 일요일에는 8시가 넘어서 일어났고, 몇몇 일요일엔 일찍 일어났지만 줌 독서 모임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곤 했다. 이렇게 두 달이 흘러갔다. 매일 글을 쓰고 말겠다는 다짐은, 번번이 무거운 눈꺼풀과의 씨름에서 지고 말았다.


반복되는 모든 실패에 대한 나의 반응은 똑같았다. 그것은 "나는 왜 해내지 못했을까?"에 대한 질문 아닌 자책과 이에 대한 대답 '너 때문에' '상황 때문에'라는 변명이다. 다행스럽게도, 내 안에서 나를 검열하고 별 볼일 없는 나를 더 나은 별 볼 일 있는 존재로 나아가게 떠미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은 "아냐, 내 탓이야'와 '다시 시작할 거야"라는 나의 의식이다.


이 글을 쓰는 순간도 내 머릿속은 돌덩이처럼 무겁다. 돌덩이가 어떻게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다른 날이었으면 자리에 눕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곤 몇 시간을 내리 자고 말았을 것이다. 오늘은 마음을 다잡아 명상을 하기로 했다. 다행히 명상을 하고 나니 머릿속 돌덩이가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렇듯 끝내지 못한 일을 다시 시작하고 또 나를 이기기 위해 애를 쓰는 동안엔 어떤 것도 실패한 것이 아니다. 실패 한만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내가 이 글을 마무리 짓고 있는 이유도 이 '다시 시작' 덕분이다. 이젠 이런 소소한 실패쯤이야 "새로운 기회가 왔네."라며 웃으며 맞이할 수도 있겠다. 넘어졌기에 다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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