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애틋하고 아름다워서

나는 눈물을 흘린다.

by 할수 최정희

천국보다 아름다운 드라마를 끝까지 보았다. 이 드라마에 나를 끝까지 머물게 한 이유는 두 가지 다. 하나는 작가가 말하는 천국보다 아름다운 곳이 어딘지 궁금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손석구라는 연기자 때문이다.


내가 연기자 손석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였다. 나의 해방일지의 그는 연기자가 아니었다. 마치 실제 세상의 구 씨가 화면을 뚫고 들어온 것 같았다. 그의 커다란 어깨가 처진 뒷모습만 봐도 그의 삶이 어땠는지 다 알 것 같았다. 그가 사는 삶이 내 삶인 듯 마음이 에이고 아렸다. 이렇게나 연기를 잘하는 손석구가 천국보다 아름다운' 드라마에선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그 연기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 끝까지 드라마를 따라갔다.


아내 김헤자에게 천국보다 아름다운 곳은 손석구와 함께 사는, 지지고 볶고 사는 이 세상이었다. 손석구가 없는 세상은 천국도 천국이 아니었다. 나는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 손석구 그는 아내 김혜자에게 잘해주고 싶어 23번이나 환생해서 부부로 살았다.


하지만 늘 아내 김혜자를 힘들게 하고 말았다. 김혜자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잘 살아보라며 그는 환생을 멈춘다. 손석구 없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산 환생의 삶 끝에서 김혜자는 예전에 23번이나 남편이었던, 자신을 힘들게 했던 손석구를 향해 말한다. “당신 없이 안 되겠어.”


쓰다 미뤄둔 이 글을 마저 쓰려고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당신 없인 안 되겠어."란 말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드라마를 볼 때에도 이 장면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는데.


울산에서 며칠을 지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휴대폰에서 브런치를 열고 이 글을 읽으며 퇴고하는데. 가슴속 호수로 한 줄기의 뜨겁고도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에 잔잔하던 호수에 물결이 일렁 일어나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나는 "당신 없인 안 되겠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게 살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른다. 나는 생명의 끝자락을 꽉 붙잡는다. 목숨이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 갈까 불안, 불안하다. 목숨이 쇠줄처럼 질기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이 순간, 왜 이다지도 삶이 아름답게 보이는 걸까? 이전엔 보지 못한 생명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데, 또 가슴이 에이며 눈물이 난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숨을 그냥 흘려보내버렸기 때문일까?


살날이 얼마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나는 나를 조금씩 더 아껴주게 되었다. 내가 나를 아껴주기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 그..., 23번 보다 훨씬 더 많이 나를 웃게 한 그, 23번보다 더 많이 눈물 흘리게 한 그, 남편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더 애틋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없듯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 혼자 머물던 울산 집에서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도 "당신 없이 안 되겠어.'란 말에 눈물이 흘려내렸는데. 글을 끝내려는 지금도 이 말에 울컥 눈물이 솟는다. 나는 내게 물어본다. "이 말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 ”왜 눈물이 자꾸 나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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