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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벽에 그린 그림

by 할수 최정희

글쓰기는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일이다.

- 크리스티앙 보뱅 -


넘을 수 없는 벽*은 아버지의 병환 앞 나의 꿈이었다.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는데 꿈은 무너지니 동굴이 되었다.


내가 나를 넘어서지 못해, 스스로 그 동굴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절망과 낙담의 동굴을 돌아 나오는데, 오십 년이 걸렸다


넘을 수 없는 벽은 꿈이 아니라, 나였다.

나는 나를 넘어가기 위해 '나'란 벽에 문을 그린다

몇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할지 알지 못하지만 나는 문을 그린다.


모든 일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문을 그리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강물을 거슬러 헤엄쳐가는 연어처럼

나는 '나'라는 알을 낳기 위해, 벽에 문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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