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직장은 인생이라는 장기적인 문제에 대한
단기적 해결책에 불과하다.
- 로버트 기요사키 -
"뭐? 백화점에서 19금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게 말이 되냐?"
최선을 다하는 남자, 최다남. 백화점 3년 차 담당. 사은행사(구매 금액에 따라 고객에게 리워드를 제공하는 행사)로 19금 스탠드업 코미디를 진행하자고 했을 때 들었던 말입니다. '백화점과 어울리지 않는다', '소재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 같은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SNS나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제 동기도 '잘 될지 모르겠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반응들을 보고 '무조건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우기고 우겨서 다음 달 코미디언 분들을 초청해 공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대체 최다남은 왜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백화점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자고 했을까요? 답을 하기에 앞서, 3년 차 직장인으로서 제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것들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직업이 뭔가요? 직장 말고 직업이요."
직장과 직업은 다릅니다. 직장은 '마당 장'을 써서 '돈을 버는 장소'를 말하고, 직업은 '일 업'을 써서 '돈을 버는 일'을 말하죠. 다시 말해 직장이 '돈을 버는 울타리'라면, 직업은 '돈을 버는 기술'인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직장에 소속돼있는 상태를 직업이 있다고 착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대기업에 입사했을 때는 직장만 다니면 제 커리어가 알아서 완성될 것 같았죠. 코로나 시기에 대기업에 취업했다는 사실에 취해 있었고, 매달 안정적으로 꽂히는 월급에 만족해 자기 계발 없이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저는 단지 울타리 안에서 존재하는 데 충실했을 뿐, 울타리를 떠나 제가 먹고 살 기술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지금 저는 '직장은 있어도 직업은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연봉≠몸값'
여기에 연봉과 몸값의 불일치는 제 상태에 대해 더욱 심각성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세바시 인생질문'에 나온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는 연봉과 몸값이 다른 개념이며, 연봉과 몸값이 같아지려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나가도 연봉만큼 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몸값은 내 몸(가치)에 붙어있는 값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울타리에 속했는지와 무관하게 벌 수 있는 돈을 의미하니까요. 저는 작년에 직장에서 6천만 원을 조금 넘게 벌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퇴사를 해도 1년에 최소 6천만 원을 벌 수 있어야 연봉과 몸값이 같아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당장 직장 밖에서 연봉만큼 벌 수 없고, 지금까지의 경력을 갖고서 이직을 하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마 앞으로 직장 안에서 제 연봉은 계속 높아지겠지만, 반대로 채용 시장 안에서의 제 몸값은 계속 떨어질 것입니다. 최근 이러한 상황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면서, 저는 직업·직장·일에 관해 다음과 같이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직업에 대한 고민 : 자아실현 vs 생계수단
직업은 우리에게 자아실현과 생계수단의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우리는 저마다 소방관이나 과학자, 대통령이 되고 싶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돈을 많이 벌어서? 연금이 나오고 안정적이라서? 아닐 겁니다. 어렸을 때 우리가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자아실현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멋진 발명품을 만들고 싶어서',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같이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 직업을 선택했죠.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입시·취업의 기로에 설 때마다 우리는 그 순간 편리해 보이는, 혹은 남들 눈에 일반적이라고 여겨지는 방향을 선택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어느새 직업과 직장이 생계수단으로서의 의미만 갖게 되었죠. 아마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할 때 즈음 '스펙에 맞춰서', '연봉이 나쁘지 않아서', '일단 어디라도 들어가야 할 거 같아서' 같은 이유로 지금 다니는 직장에 들어갔을 겁니다. 그리곤 생각과 다른 직장 생활에 현타를 느끼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고민하죠. 저, 최다남도 한때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는데, 방향성 없이 취업에 목적을 두다 보니 어쩌다 백화점에서 일을 하게 되었네요. (백화점에서 일하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 안에서 제가 생계수단의 의미 이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말입니다.) 이제라도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질 때인 것 같습니다.
"네가 하고싶은 일이 뭐야?"
진부하지만 우리가 직장을 넘어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이 질문에 먼저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꿈과 희망에 가득 찬 이상론(理想論)이 아닙니다. 울타리를 떠나 내가 생존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 가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해야만 '꾸준함'과 '올바른 방향성 찾기'를 통해 전문성을 갖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위한 일,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세상에 발견됩니다. 사람들이, 직장이, 세상이 자기 일을 하며 반짝이는 사람을 가만히 놔두지 않으니까요. 대표적으로 요즘 핫한 다나카 이야기를 해볼까요? 라디오스타에 나온 다나카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까지 4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지난 4년간 '깨진 독에 물 붓기' 수준으로 노력했는데도 아예 반응이 없었다고 하죠. 이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냐고 질문하자 다나카는 이렇게 말합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내가 하면서 행복했다'라고요. 그리고 '꾸준히 하면, 끝까지 하면 언젠가 빛을 본다'라고요. '최선을 다하는 남자'도 4년쯤 밀면 사람들한테 반응이 올까요?
다나카를 비롯해서, 지금 우리 눈앞에 반짝이는 직업인들은 어느 날 갑자기 땅에 떨어지듯 나타난 게 아닙니다. 미디어에 노출된 인플루언서, 사업가, 작가, 그리고 유명하진 않아도 우리 주변에서 확실한 직업을 갖고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직업인들. 이들은 모두 다나카와 같은 시간들을 거쳤습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싶은지 고민하고, 꾸준히 노력하고, 올바른 방향성을 찾아가는 '축적의 시간'을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장기적으로 채용 시장 안에서 더 잘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고싶은 일을 해야 합니다. 하고싶은 일을 해야만 꾸준히 노력할 수 있고, 디테일에 집착하며 나만의 전문성을 쌓아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직업을 택할 때 더 이상 자아실현과 생계수단을 양자택일의 개념으로 바라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올바른 방향성을 찾아나간다면, 자아실현과 생계수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직업인'이 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자, 그럼 여기서 여러분에게 질문.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