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은 절대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고,
상사는 결코 내 커리어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 최선을 다하는 남자 -
"지금 다니는 직장에 왜 다니세요?"
여러분들은 지금 다니는 직장에 왜 다니시나요? 솔직히 저는 별생각 없이 지금 다니는 직장에 들어왔습니다. 대학시절 영화를 만들겠다고 소소한 방구석 도전을 하다가, 졸업할 때쯤 불안해서 남들 따라 취업을 준비했죠. 남들이 알고 있는 대기업이었고, 딱히 별다른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아서 지원했습니다. 연봉도 중요한 요소였고요. 심지어 직무도 중간에 바뀌었습니다. 저는 관리직으로 지원했는데, 인원 변동이 있다고 '마케팅 비슷한 일'을 하는 부서로 저를 보내더군요.
취준시절 저는 '간판이 큰 직장'에 들어가는 게 성공하는 건 줄 알았습니다. 남들이 다 알만한 기업의 이름을 대며 "OO에 다닌다'라고 하면 제가 대단해지는 것 같았거든요. "내가 공부도 열심히 했고 스펙도 열심히 쌓았다"라는 사실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부분이 참 모순적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직장 안에서 어떠한 소속감도 느끼지 못하며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직장 밖에서는 간판에서 오는 소속감을 강조하며 프라이드를 느끼려고 했었다는 점이 말입니다.
입사하고 저도 얼마간 '생각 없이 열정적'으로 일했습니다. 상사에게, 조직에게 인정받는 게 삶에서 중요한 과제처럼 느껴졌죠.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내 인생을 위해 이 직장 안에서 무엇을 얻어가야 할지, 이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게 진짜 내 인생에 도움이 될지, 이런 고민들 없이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그냥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그러다 '초심자의 열정'이 떨어질 때쯤 깨달았습니다. 제 능력의 성장이 동반되지 않는 조직 생활에서는 아무런 성취감도 얻을 수 없고, '눈먼 열정이나 친목질로 얻어낸 고과는 살벌한 채용 시장 안에서 바람 불면 날아가 버릴 허상이라는 것'을요. 갈수록 직장 생활에 현타를 느끼던 저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이 회사 안에서 성장하고 있나?"
직장을 다니며 우리는 커리어적인 측면에서 두 가지 가치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성장'과 '조직 안에서의 성공'이라는 가치입니다. 먼저 개인의 성장이란,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내가 어디서든 돈으로 교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말합니다. 다음으로 조직 안에서의 성공이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인정을 받고, 승진을 하거나 좋은 고과와 평판을 얻는 것'을 말합니다.
이상적인 경우라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성장과 조직 안에서의 성공을 동시에 얻는 상황일 것입니다. 하지만 조직의 평가보상체계가 합리적이지 않아서, 혹은 적성과 직무가 맞지 않아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떤 가치에 더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할까요?
무조건 개인의 성장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합니다. 조직 안에서 인정받는 데 매몰되어 능력을 기르지 못한 사람은 자칫 그 직장에서만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직장을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고, 애매한 나이에 직장에서 버려진다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질 수 밖에 없겠죠. 반면 우리가 조직 안에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확실한 능력만 길러낸다면, 직장을 넘어 채용 시장이라는 더 큰 차원 안에 우리를 둘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 내 인생을 맡기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우리가 직장을 선택하거나 직장이 있든 없든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다나카 이야기를 해봅시다. 다나카를 연기한 김경욱은 SBS 공채에 합격한 개그맨입니다. 웃찾사 등 여러 프로그램에 등장했지만 처음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죠. 그런데 그가 SBS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주해서 자기 계발을 게을리했다면,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그에게 부여한 역할에만 만족했다면, 요즘같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매정한 시청자들에게 바로 외면당하고 잊혔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당시 대중의 무관심을 견디고 조용히 능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렸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김경욱은 '다나카', '김홍남', '나 일론 머스크' 같은 캐릭터를 개발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고민을 했을까요? 또 가수로 데뷔할 만큼 노래 실력을 갖추는 데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요?
개그맨 김경욱은 결국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라는 능력을 길렀기 때문에 성공한 것입니다. 자기만의 확실한 무언가를 만들었기 때문에 SBS라는 울타리에 연연하지 않고 유튜브도 하고, 다른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하고, 콘서트도 하는 거죠. 얼마 전에는 저희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도 하고, 인생네컷에서는 다나카 프레임까지 나왔더군요. 만약 그가 '웃찾사 개그맨'으로서 인정받는 데 매몰됐다면, 이런 일들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직장을 다니는 동안 이 직장을 넘어 채용 시장 안에서 생존할 수 있는 우리만의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직장은 절대 우리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고, 상사는 결코 우리의 커리어를 만들어주지 않으니까요. 서운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겁니다. 다른 사람이 왜 우리 인생과 커리어를 책임집니까. 반대로, 우리는 왜 우리 인생과 커리어를 남에게 맡깁니까.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죠.
저, 최다남은 이제 더 이상 조직 안에서 인정받는 데 연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조직이 부여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항상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인정받기 쉬운 방법, 포장하지 쉬운 방법이 아닌 제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인정받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직장에서 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면 제가 더 크게 쓰일 수 있는 곳,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면 되니까요. 그게 가능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연애할 때도 나한테 집착하고 목 매다는 사람보다 아쉬움 없는 사람한테 더 매력을 느끼잖아요. 나말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더 가치있게 느껴지고요. 우리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상대가 '아..그 사람 참 매력적이었는데, 사귈 때 더 잘해줄걸'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직장 생활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직장을 너무 '짝'사랑하지 말자고요. 나혼자 목 매달고 아쉬워해봤자, 간택당하는 건 항상 다른 놈이니까. 이상, 31살 연애 경험 1회 방구석 연애 전문가 '최고로 다정한 남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