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 내열 Oct 02. 2021

멘토를 만나는 횡재를 하다

개울가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개구쟁이 소년은 개구리를 보더니 손에 쥐고 있는 회초리로 때려본다. 왜 회초리를 휘둘러 개구리를 때렸을까? 순진한 어린아이는 분명코 장난 삼아 때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개구리는 꼬마가 휘두른 회초리에 맞아 커다란 상처라도 받을 수  있다. 어느 조직이나 개구쟁이 소년과 같은 배드가이가 있다. 나는 아마도 개울가에 한 마리의 개구리였을지도 모른다.


지방대 나온 놈이 어쩌다 대기업에 입사하여 보니 서울에 명문대 출신들이 즐비하다. 말단사원부터 과장, 부장에 이르기까지  학교 선후배 사이로 직장 내에서 존칭도 없고 해라 한다. 고등학교라도 엮어보려고 해도 시골 고등학교 출신이라 그야말로 개밥에 토리 신세다. 문제는 도토리를 그냥 놔두지 않고 배드가이가 깐죽 거리면서 갖고 노는 것이다. 마치 개울가에서 놀던 꼬마 개구쟁이처럼.


 많은 직원들이 운집해 있는 넓디넓은 사무실에서 큰 목소리로

“ 야, 너 고등학교 어데 나왔노? (모든 직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본다)

“ J 고등학교 다녔습니다”

“그게 어디에 있노?”

“ 대도시 KJ 에서 남쪽으로 80 km 떨어진 곳입니다.”

“ 촌놈이구만”


다 알만한 지방 소도시인데도 그게 어디에 있노? 둘 중에 하나다.

*  학교 다닐 적에 지리과목에서 F학점을 받았거나

*  알고도 촌놈이라는 것을 엮어 사람 기를 죽이려고 (업신여기려고)

 배드가이가 노린 대로 나는 기가 죽어 고개를 못 들고 쪽팔려한다, 속으로만 당신 참으로 얄밉군요.


배드가이는 할 일이 없으면 뒷짐을 지고 사무실을 어스렁 거리면서 돌아다닌다. 마치 이곳저곳 끼웃거리면서 길거리를 헤매는 꼰대들처럼. 어쩌다 내 곁을 지나칠 때면 “촌놈”이라고 한 마디씩  던진다. 지금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 칭하는데 예전에는 매우 경직된 조직문화로 문제가 되지 않고 개구리만 혼자서 속앓이를 해야만 했다.


퇴근길도 조금은 초라하다. 나와 동급의 다른 말단사원들은 상사들을 과장님, 부장님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선배님, 오늘 퇴근길에 맥주 한잔 하셔야지요?” 그러자꾸나 우리가 어제 들렀던 충무로에 있는 XX 맥주 집으로 7시까지 오너라. 어제 들렀던? 모처럼이 아니고 어제도, 오늘도?  나는 목장에 양 떼 무리에서  왕따 당한 외로운 어린양이 된 신세다.


업무 때문에 은행을 다녀와야 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선후배 사이가 투터운 그들은 XX야 은행에 가서 YY 대리를 찾아라. 너 학교 선배님 이시니 도움을 주실 것이다. 그 친구는 한 시간 만에 업무를 마치고서 사무실로 돌아왔으나 나는 순번을 기다리다 보니 두 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아 이게 그들만이 벌리는 리그이구나!


하기야 그들도 리그 멤버가 되기 위해서 나름대로 투자를 많이 했을 것이다. 지방에서 장사하시는 부모님은 비싼 수업료에 하숙비를 감당하느라 새벽잠을 설치셨을 것이고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은 학원이나 과외를 위해 적잖은 투자를 했을 것으로 짐작되니 말이다.  낭만을 먹고살았던 개밥에 도토리는 나름대로 위안이 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 본다.


그래 당신네들은 그동안 100원을 투자해서 여기까지 왔지만 나는 오로지 20원 투자하여 당신들과 같은 배에 승선하게 됐으니 투자비로 따지자면 내가 남는 장사를 한 셈이지요. 혹시 알아요? 이 선상에서 내가 맨 먼저 캡틴이 되는 날이 올지도?


그러나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면 간밤에 그 논리는 온데간데가 없고 개밥에 초라한 도토리가 돼 버린 나를 다시금 발견한다.


어두운 터널을 참고 걷노라면 밝은 빛이 찾아 오드 시 허리를 못 펴고 묵묵히 일만 하고 있는 도토리에게도 굳 가이가 나타났다.  어느 날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타 부서 과장님이 나를 부르더니


 “저녁에 나와 맥주 한잔 하자꾸나?”

“예, 감사합니다”


맥주를 서너 잔 비우고 나더니 마음속에 있는 말씀을 시작하신다. 너나 나나 빽줄이(사회적으로 뒤를 돌봐주는) 없는 사람이 이처럼 커다란 조직 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실력이다. “

하오니 실력을 다져라.  우리가 언젠가는 그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은 오지 않겠나? 그때 준비가 돼 있다면 기회가 오는 것이다.


뜻하지 않게 내 인생의 멘토를 만나게 된 것이다.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땅을 밟고 있는 게 아니라 공중에 부양해 있는 느낌이다.


헤아리기 시작한다. 해외영업 부문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원에게 실력이란?

영어회화,

영문 편지 쓰기,

마케팅에 대한 지식


너무나 기본적인 멘트였으나 그 한마디가 나를 다시 한번 분발케 한 것이다.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영어단어를 외우고, 퇴근하면 영자신문 사설을 베껴 써보고, 화장실 거울 앞에서는 다른 Mr. Moon과 영어회화 연습도 한다.


2-3년을 정말 열심히 했다. 내가 대학교 다닐 적에 이 노력의 반만 했더라면 장학금도 타면서 대학을 멋지게 졸업했으련만 영문학을 한답시고 친구들과 캠퍼스 잔디에 누어 18세기 낭만파 시인들의 시나 낭송하면서 우리의 낭만이 영원할 줄만 알았다.


멘토와 나는 다시금 맥주집에서 시간을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는 나에 대한 주문이 달라졌다.

나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여라

이는 인성에 대한 멘트로 해석을 했다.


* 직장 에서나 사회 에서나 상대방의 얘기를 경청해주는 사람

* 만나면 늘 새로운 “양파 껍질처럼 까도 까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람”


그러다 보니 멘토와 나는 자연스럽게 서로 뜻이 통하고 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간파하게 됐다. 이제는 주위에서 저 도토리는 누구의 라인이라고 (빽 줄 이라고) 수근거리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나도 조그마한 리그를 하나 만들었나? 하고 자문해본다. 아니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리그다. 대신


*  출생 성분을 가리지 않고

*  눈높이가 맞아야 하고

*  조직이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합류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 변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