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대한민국 (상)
여행이란 나에게는 사진 속에 그녀를 만나보기 위해 집을 나서는 것과 같다. 만나본적이 없어 그녀를 기다라고 있는 동안 설레임이 찾아오고 두려움도 다녀간다. 마치 지금의 내 여인을 처음 만날 때처럼.
그런 기다림과 설레임들이 이제는 그녀의 삶이 어떠한지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그녀는 행복한지?
행복할 자격이 있는지?
내 여행 이야기다.
이제는 사람들이 살아내고 있는 삶을 들여다보면서 “당신들은 오늘도 행복합니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행복의 기준은 상대적일 수 있으나 “내가 본 행복” 얘기다.
잘 먹고 잘살고 있는지?
사는 공간은 허접하지 않은지?
선택한 직업에 만족들은 하는지?
하늘이 내려준 자연의 축복을 즐기고 있는지를 묻고 다닌다.
3월 하순 내가 다시 찾은 서울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봄꽃들로 축제였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벚꽃, 개나리, 진달래꽃 들이 피나보다 했다. 그게 아니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봄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살고 있는 미국 엘에이에서는 사계절이 없어 봄이 오고 가는 줄도 모르고 수십 년을 살았다. 이것도 한국에 사는 당신들에게는 자연이 준 축복입니다.
그뿐인가 가을 단풍도 참으로 아름답다. 말로 다 형언할 수 없고,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자연이 한국에 수많은 시인들을 낳았을지도 모르겠다. 서울 지하철 승하차 보호막 벽에 쓰여있는 주옥같은 시 들이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서울시민 모두가 시인이 되어가는 문학의 도시가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남쪽나라들을 찾아다닌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지난 여름 인지라 그 어디에서도 캐럴송은 들리지 않았다. 전 세계가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리는 낭만으로 설레지만 남미에는 없었다. 두툼한 외투를 여미고 눈 내리는 명동길을 연인과 함께 걸으면서 크리스마스 캐럴송으로 눈과 귀가 호강하는 12월의 한국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축복이 아님을 일러주고 싶다.
여행은 눈을 호강시켜 주지만 입도 따라다니며 호강한다. 그동안 서울시내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즐겼던 굴보쌈, 대패삼겹살, 추어탕, 칼국수, 짜장면, 돼지족발, 한정식은 나의 한국생활을 행복하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한정식 식탁에 오른 수십 종류의 현란한 접시들은 젓가락 갈길을 헤매게 만든다.
달랑 우동 한 그릇, 라면 한 사발, 덧밥 한 그릇을 쳐다보며 밥상이 너무 야박하다고 투정을 부렸던 일본 여행과는 대조된다. 푸짐하면서도 맛깔난 접시들의 퍼레이드는 한국민의 인심을 대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국서 즐겨 먹었던 타이(태국) 음식 때문에 태국여행을 앞두고 기대에 한껏 부풀었었다. 그러나 현지의 비 위생적이고 허접한 길거리 음식이 나의 발걸음을 붙들지는 못했다. 음식이라는 것도 나름 품격과 정성이 필요할진대 이건 아니다 싶었다. 길거리에서 음식물을 사서 비닐봉지에 담아 고층 빌딩으로 발걸음을 재촉이는 직장인들을 보며 한참이나 말문을 잃고 쳐다보고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면 손님을 안내하고, 물도 갖다주고, 밑반찬도 깔아주는 한국식탁을 여태껏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물 한잔의 서비스도 없는 야박한 나라들이 한 둘이 아니다. 후한 인심으로 삶의 풍요를 즐기게 해주는 한국식탁이 자랑스럽다.
여행 중에 나름 잘 먹고 잘 사는 곳이 중국이 아닌가 싶다. 한 달 반 중국여행에서 내 입은 “그래 잘 찾아왔어 바로 이 맛이야” 하고 내게 감사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던 것 같다.
통제와 감시로 숨 막히는 사회주의 인줄 알았는데 정작 먹고사는 것만큼은 세상 어디에서 보다도 풍족했다. 야채, 육류, 과일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풍요로운 식탁이 오늘의 중국인들을 해피페이스(happy face)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여행길에 오르면 끊임없이 이동수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3년 동안 서울에 머물면서 이곳이 교통천국이 아닌가 싶다. 미국에는 대중교통 이라고는 항공편이 유일하다. 지금껏 버스와 기차를 이용해 본 적이 없다.
서울에는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깔려있고 쾌적한 열차에 반했다. 티켓 한 장이면 서울시내는 물론 서울 광역권까지 거침없이 달릴 수 있는 편리함은 일본도, 유럽도, 아세안 어느 국가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방콕 출근길 버스에서는 승객들이 짐짝처럼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칠 뿐만 아니라 차장이 차 안애서 현금을 받고 있는 모습은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싶다. 승객을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연약한 여자 차장이 버스문에 매달리며 서울시내를 누볐던 게 엊그제였던 것 같다. 여행길에 완행열차를 탔다. 입석이지만 승객을 다 태우지 못해 열차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이 어이없어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적은 비용으로 편리하고 쾌적한 대중교통 이용도 아무에게나가 아니다. 오롯이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출발하고 도착하는 교통편에 익숙해 있다가 바깥세상으로 나가보면 내가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는 게 다행이고 자랑스럽다.
갖고 있지만 소중한 줄 모르고
누리고 있지만 고마운 줄 모르고서
행복이 저 먼발치에 있다고
내 처지가 왜 이러하냐고
투정하는 당신은 이미 행복한 사람 입니다.
새해가 되면 동해안 정동진까지 찾아가, 제주도 일출봉을 올라 건강을 지켜 주라고, 행복을 달라고 소원을 빌고 있는 당신은 이미 행복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