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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내열 Jan 13. 2022

세상 살 줄 아는 미국 사람들

오픈 하우스


아침이면 잠에 취해 일어난 애들이 화장실을 찾다 화장실 문을 쥐어박기도 하고

먼저 일어나 화장실을 차지하고 있는 형에게 왜 내 화장실을 사용 하느냐고 짜증내고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다 학교시간에 늦으면 왜 깨워주지 않았느냐고 엄마에게 투덜대고

체육시간이 있는 날이면 현관문 앞에서 운동화와 체육복을 찾다가 엄마로 부터 혼나기도 하고

출근길을 서두르는 남편은 여보! 내 안경은? 내 자동차 키는? 내 지갑은?


이처럼 아침이면 전쟁터와도 같이 시끌벌쩍케 했던 재비새끼들도 모두 둥지를 떠난 지 오래됐고 이따금씩 자기 짝궁과 새끼들을 거느리고 찾아오기는 하나 이젠 그 옛날의 재비새끼들이 아니고 손님이 돼버린 그들이다. 언제부터 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살고있는 둥지에는 허전한 공간들이 많아 보인다.


어쩌다 부부가 대화도 없이 각자의 일에 메달리다 보면 적막하기까지 하다.  하여 우리는 보다 아늑하고 우리 두사람만 으로도 채울수 있는 공간으로 새둥지를 찾기로 하였다


나는 그동안 살아온 이 집을 복집 (복이 많은 집)이라 불러준다. 20년 전에 이사 와서 살면서 좋은 일이 참으로 많았으니까. 골프 홀인원을 무려 여섯 번이나 했단다. 프로 골프선수들도 평생 동안 홀인원을 못한다는데 아내가 3번, 내가 3번이나 했다. 홀인원을 한번 하면 3년간은 운수가 좋다나?  도합 6번이니 18년간은 운수 대통한 거지. 나는 이 말을 믿고 싶다. 이 둥지에서 사는 지난 20년은 행복의 연속이었으니까.  


미국에서는 집을 팔기 위해 집을 깨끗이 단장해놓고 일반 대중들이 집을 구경하러 오도록 문을 열어 놓은 것을 오픈 하우스라 부른다. 이곳저곳 오픈 하우스를 찾아다니면서 그동안 무심코 지나치면서 당신들이나 나나 사는 게 별반 다르지 않겠느냐 했던 생각이 너무도 많이 어긋났다.


사람들이 멋지게들 꾸며놓고 사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에 꽃나무와 과일나무를 심어놓고 사계절을 만끽하면서 살고 있다. 레몬나무에는 노란 열매들이 주렁주렁 주인장의 겨울 감기를  준비하겠노라고 비타민을 가득 머금고 있고, 아보카도 나무에는 풍성한 열매들이 주인장의 식탁을 책임지겠다고 뽐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뿐인가. 여름철이면 넓디넓은 수영장에서 온 가족들이 수영을 즐기고, 그릴에서는 스테이크를 굽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거기에다가 음악을 겯드리면 주말마다 축제의 연속이다. 행복의 연속이다.  인간답게 세상사는 사람들을 봤다.


있는 자와 조금은 부족한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잘도 살고 있다.


어느 골목길에 들어서면 고급주택이 즐비하게 줄 서있고 집 앞 단장도 집집마다 나만의 특색을 살리면서 전체적으로는 이웃집과 조화를 맞추기 위해 나름 노력도 했다. 누군가가 나서지도 않았을 진데 이웃과 이웃들이 말없이 동네 꾸미기에 앞장선 것이다


골목을 돌아서 나오면 그저 그렇게 사는 보통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호화롭고 부티가 나지는 않지만 나름 깔끔하게 단장해놓고 이 골목도 사람 살기 좋은 곳이라고 자랑이라도 하듯 집 앞에는 잔디와 선인장 그리고 팜트리(palm tree)들로 꾸며진 것이 제법 볼품이다.


그러다가 두세 개 정도의 골목을 돌아 동산 위로 올라가면 숲 속에 궁전과도 같은 커다란 저택들이 아름드리나무 속에 파묻혀 있다. 해가 저물면 그 넓디넓은 저택에 대낯같이 불을 켜놓고 두 부부가 저녁을 먹고 있는 풍경은 마치 동화 속 숲 속에 왕자와 공주 같다.


우리는 이런 곳을 동네라 칭한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사는 별난 동네도 아닌 보통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우리 동네 말이다.


유난히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집은 벽면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말 그대로 투명한 저택이다. 유리창 너머 수영장과 그림 같은 정원이 있는 그 집에서 저녁을 먹고난후 우리 두 부부가 벽난로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나의 가슴은 벌써 설렌다.


행복은 누가 주는 것도 아니요, 찾아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직장에서, 사업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둥지로 돌아와 아름답게 꾸며놓은 휴식처에서 하룻밤을 쉬노라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 싶다. 아니 차라리 낭만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길 이름들도 예쁘다. sunset view 석양이 아름다운 길, rolling hills 구릉 같은 언덕길, mountain view 뒷산 풍경이 좋은길, rose garden 장미꽃이 만발한 길거리.


sunset view 길을 지나치면서는

" 여보 석양에 이곳을 다시한번 찾자구려 정말 속에  풍경이 될것같애".


어떤 동네는 인들이 밀집해 있는 듯하다. 모두들 성조기를  앞에 걸어놨다.  미국인들은 주택뿐만 아니라 자동차에도 성조기를 매달고 다니는데 나는 이를 애국심 이라기보다는 자긍심이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같은 이민자들이 보기에는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으나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국가에 대한 자긍심은 분명코 칭찬할만하다.


미국 속에 한 소시민이 돼버린 나는 그들이 잘 꾸며놓은 아름다운 집에 둥지를 틀어 그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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