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영어로도 미국에서 잘 살아가고 있어요

by 문 내열

집에서 멀지 않은,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마일스퀘어라는 골프장이 있다. 그러니까 가로, 세로가 각각 1 마일 (1.6 킬로미터) 되는 사각형의 땅에 만들어진 골프장이 아닌가 싶다. 동네 이름은 파운틴밸리로 백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수준급의 타운인데 한인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오랜만에 찾아본 골프장에서 우리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연로하신 한국 코미디언 이 상ㅎ 씨를 만났다. 가족들과 함께 골프 치러 나오신 것 같아 보였다.


골프를 7홀 정도치고 있는데 옆 홀에서 누군가가 한국말로 "에이 ㅆ발" 하는 상스러운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아마 골프가 의도했던 대로 잘 안 됐나 보다. 쳐다보며 설마 클럽하우스에서 마주쳤던 그 연로하신, 젊잖은 연예인? 다행히 그분은 아니었으나 낯 읽은 얼굴이다. 나는 "어디선가 뵜던 분 같은데요?". 우리 일행이 "저분은 제가 잘 알지요."


미국에 이민온지 얼마 안돼 골프를 치러 갔는데 글럽하우스에서 오늘은 "shot gun" 이 있는 날이라는 소리를 듣고서는 깜짝 놀라 가방을 움켜쥐고 집으로 줄행랑을 쳤던 분이지요. shot gun 이란 골프장에서 가끔 주최하는 행사 중에 하나로 18 홀 전체에 플레이어를 투입시켜 놓고 동시에 출발토록 하는 특별 이벤트다. 그러나 그분은 shot gun 이 "총 쏘는 날"인줄 알고서 줄행랑을 쳤단다. 그래도 shot gun을 알아들을 수 있었고, 총을 쏜다는 의미 까지는 아셨던 분이었던 것 같다.


영어가 서툴러 웃픈 일이 있었어도 잘 극복하고 지금은 커다란 저택에서 폼나게 잘 살고 있다. 그래도 이 분은 웃픈 얘기지만 우리 이웃집 아주머니는


한국에서 커다란 슈퍼마켓(편의점)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잘 살고 있었다. 미국에 있는 오라버니가 자녀들 교육을 위해서라도 미국으로 이민와서 살아볼 생각이 없느냐고 하기에 그런곳에 가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아들 둘을 데리고 이곳으로 오게 됐단다. 지금은 한인타운에서 조그마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저녁을 준비하기 전에 집에를 잠깐 다녀오기 위해 프리웨이를 운전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마이크로 "김 순애, 김 순애" 하고 자기 이름을 부르기에 room mirror(운전석 머리 위에 있는 거울)를 쳐다보니 고속도로 순찰차가 불을 켜고 뒤따라 오고 있는 것을 알게됐다. 놀란 나머지 차를 도로변에 세웠다. 경찰이 다가오더니 뭐라고 하는데 영어가 안돼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저 "no english, no english"만 반복하면서 손과 몸짓으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 집으로 갑시다"라고 했더니 뒤를 따라서 오더란 것이다. 집에 도착해 아들을 불러 세우고 아들에게 "저 경찰관이 뭐라고 하는 거야?" 물었다. 어머니 께서는

"시그널을 넣지않고 차선변경을 했고

자동차 등록 갱신기간이 지나서 더 이상 운전을 해서는 안된다"

는 경찰관의 말을 아들로부터 전해 듣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는 얘기는 웃프다기보다는 "세상에 그럴수가?".


나 역시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에는 "영어가 전혀 안된 사람이 어떻게 운전 면허증을 획득할수 있는지?" 반신반의했다. 그렇지만 내 주위에 영어가 안된 분들이 운전 면허증을 갖고 잘들 살고 있다. 한국 같아서는 운전 면허증이 선택이지만 미국에서는 생계형 필수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운전 면허증을 주기 위해서 시험을 치르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운영하는 영업장에도 영어가 안된 중남미 출신의 손님들이 찾아와서


No english. You speak spanish?

(저는 영어가 안되는데 서반어를 할줄 아세요?


What are you talking about? You are speaking english now.

(뭐라는거요? 당신은 지금 영어를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그들은 홍당무가 되어 나를 멍하니 처다보곤 한다. 아마도 내 영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것이다.


이보다 더 놀랄만한 것은

대학 졸업 후 바로 미국으로 이민온 경상도 억양이 아주 심한 내 친구 토마스에 대한 얘기다. 특별한 기술도 없고 내노라는 것은 남들보다 체격이 좋다는 것뿐이었다. 이민 초창기에 그 친구의 길잡이가 군대를 가면 나중에 국가에서 주는 여러 혜택도 많고 한국과는 달리 직업군인이라 보수도 괜찮다는 얘기에 미국 군인의 길을 택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친구의 영어는 별로다. 하물며 오래전에, 이민 초창기에 그의 영어실력은 오죽했을까 싶다. 그러나 그이의 용기만은 지금도 대단하다.


그는 군 입대 후 모병관이라는 보직을 받았다. 모병관은 군인을 모집하는 임무로 군대 입대를 지원하고 싶은 사람들을 집합시켜 놓고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일이다. 본인의 영어가 엉성하고 발음도 좋지 않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 토마스. 수십 명을 모아놓고 설명을 하고 있는데 토마스의 영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곳저곳에서 킬킬거리는 소리가 들려


Look, Anybody don't understand my english? Raise up hand.

(이봐, 너희들 중에 내 영어를 못 알아듣는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봐요)


두 명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You two stand up. Go home

( 너희들은 일어나 집으로 가거라)


내 영어를 진정으로 못 알아 들었다면 어떻게 손을 들어 올릴수가 있겠는가? 이는 분명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비웃는 것이라 판단, 집으로 보냈을 것이다. 몇 번을 생각해봐도 친구의 재치가 돋보인다. 다소 히어링이 불편했더라도 job을 찾겠다고 이곳에 왔다면 그들은 진지 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이민자들은 유창한 영어가 아니더라도 용기와 재치로 이곳에서 발붇히고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일상생활에서는 그런대로 영어가 가능 하지만 병원을 찾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 때문에 우리는 한국말을 하는 한국계 의사들을 찾는다. 여기에는 나이 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조금은 무질서하게 행동하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좀 더 조용하고 질서 정연한 병원을 선호한답시고 나는 영어권 의사 선생님을 찾아다닌다.


이번에는 비뇨기과를 찾았는데 중국계 미국인 여자 의사가 반긴다. 자리에 앉자마자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기에 "전립선"을 점검하러 왔다고 대답해야 하는데 갑자기 prostate (전립선) 라는 단어가 떠 오르지 않아 주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3-4초 동안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 안 되겠다 싶어.


May I have pen and paper?

(펜과 종이 좀 갖다 주시겠어요?


나는 하얀 종이 위에다 남자 생식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있는 그 여자 의사가


I got you. you are tring to say "prostate"?

(알겠어요, 전립선 얘기 이군요?)


그 여자 선생도 나도 우리는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왜냐면 의사와 환자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병원문을 나서면서 "나도 참 웃긴다"라고 나 자신을 비웃으면서


준비도 없이 미국 의사 선생님이 좋다고 당돌하게 찾아갈 수 있는지----?

prostate라는 말도 모르면서 자기가 마치 미국사람인양 미국의사만을 선호하는지----?







keyword
이전 07화운전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미국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