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센트 팁

by 문 내열

팁을 주는 사람은 정성이 담긴 서비스에 대한 감사로, 팁을 받는 사람은 정성에 대한 대가로 마치 “악어와 악어새” 와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팁 하면 대명사처럼 떠 오르는게 식당이 연상되는데 이는 우리가 팁을 가장 자주 줬기 때문일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식당에서 처음으로 팁을 줄 때 마치 안 줘도 괜찮은 돈이 20%나 더 나가는 것 같아 바가지를 쓴 씁쓸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팁 문화에 익숙해져 서비스를 잘 받고 나면 팁을 후하게 주는 아메리칸이 되어가고 있단다.


팁이 화제가 되어 미디어 기사로 나온 적도 있었는데 어느 돈 많은 재력가 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오만 불 짜리 체크를 써주고 갔다는 내용을 신문과 라디오 방송에서 보고, 들은 적도 있다. 가깝게는 재미동포 2세로 한때는 미국 프로골프 계에서 유명세를 탔던 K 씨가 엘에이 인근 팜 스플링 에 있는 한 식당에서 팁으로 오천 불을 지불하였는데 가슴이 뭉클한 내용이다. K 씨는 친구와 함께 식당을 찾았는데 여 종업원이 K 씨를 환한 웃음으로 매우 반갑게 맞이해 서로 아는 사이냐고 종업원에게 물었더니 자기가(임신) 만삭의 몸으로 이곳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K 씨가 곧 태어날 아기의 축복을 기원한다고 하기에 혼자 살고 있어 생계를 위해서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단다. 그랬더니 팁으로 오천 불 짜리 체크를 써주고 갔다는 것이다. 팁은 서비스를 받은 감사의 표시 이기도 하지만 남을 도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 이기도 하다. 만약 식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 동정으로 이 돈을 줬다면 그 여인은 결단코 거절했을 것이다.


팁은 음악의 오케스트라와도 같이 식당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같은 마음으로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팁을 같이 나누어 갖지 않나 싶다. 식당에 들어설 때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 앉자마자 음료수를 갖다 주는 사람, 음식 오더를 받으면서 메뉴에 대해 쉽고 자상하게 설명해 주는 사람, 주방 안에서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사람. 이 모든 것들이 아주 매끄럽게 잘 처리돼야지 어느 한 곳에서 엇박자 라도 났을 시는 팁이 반감되는 것이다. 식당 카운터에서 전체를 지휘, 감독하는 주인장은 영락없는 오케스트라에 컨 닥터다. 미스 김, 4번 테이블 쎄팅 해주세요. 주방, 1번 테이블에 불고기 아직 안 나왔어요. 호세, 10번 테이블 정리해주세요. 영업 마감 시간이 되면 “여러분 마감에 들어갑니다. 모두들 정리 정돈합시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웃음꽃이 핀다. “오늘도 무사히 매우 잘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래전에 미국 유학을 왔던 내 친구는 학교 졸업 후 식당에서 일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팁 때문에 해고당한 일이 있었다.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떠난 자리에 팁으로 현금을 놓고 갔는데 아무도 이 돈을 챙기는 사람이 없어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돌아다니면서 쓸어 담아 가지고 집으로 가져간 것이다. 팁을 종업원들과 나눠 갖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다음날 매니저가 부르더니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했다는 웃픈 얘기도 있다.


팁은 서비스에 대한 대가이지만 서비스 질(quality)에 대한 평가 이기도 한다. 한국 식당을 찾았는데 물과 숟가락을 가져온 종업원이 조심스럽게 식탁에 놓은 게 아니라 신경질 적으로 내 팽게치드시 놓는다. 음식이 나올 때도 별반 다르지 않게 조심스럽지가 않다. 오랜만에 집밥을 벗어나 별식을 해 보겠다고 나왔는데. 망했다. 그래요 나도 당신에게 줄 게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식사를 마치고 팁을 10%만 줬다. 서비스가 형편없어 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되면 청구서 위에다 팁으로 1센트 동전하나 얹어놓고 나오는데 이에 비하면 당신 에게는 후한 팁이야. 나오면서 카운터에 계신 사장님께 종업원 서비스가 별로입니다 했더니.

“말해서 뭐해요. 속상해 죽겠어요. 자기 말에 의하면 종업원이 20명이나 되는 꽤 큰 비즈니스를 했는데 망했다나요. 여태껏 사모님 소리만 듣고 살았고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혔는데 살다 보니 별꼴을 다 본다면서 저렇게도 퉁퉁거려요. 불쌍해서 받아 줬는데 주제를 모르고 저러네요.”

그러면 내 보내셔야지요라고 참견했더니

“이놈의 미국이라는 나라는 뻑하면 소송을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다른 한 번은 출장 중 눈폭풍으로 수많은 항공편이 연기, 취소돼 터미널에 발이 묶였는데 터미널은 여행객으로 북새통이다. 식당을 찾았더니 거기 또한 손님으로 가득 차 있고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여종업원은 숨 돌릴 겨를이 없을 만큼 바쁘다. 이를 지켜보고 있다가 여직원에게 당신 오늘 수지맞았네? 했더니 아니란다 망했다는 것이다. 서비스가 빈약하다 보니 손님들이 팁을 제대로 주지를 않아 실속 없이 바쁘기만 한 것이다.


미국 식당 에라도 가면 빈자리가 여기저기 있는데도 손님을 들여보내지 않고 10, 20분씩 기다리게 하면 이민 초기에는 매우 궁금했었다. 한정된 종업원으로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한국식당에 가면 빈자리가 나오면 우선 손님부터 받아서 식탁에 않혀놓는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물 한 컵 갖다 주는 사람이 없어

“여보세요 여기 물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요”

하고 짜증을 내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바로 이게 미국 식당과 한국식당 사이에 팁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이유 일 것이다.


팁을 누가 가장 후하게 주고, 누가 팁에 가장 인색할까? 아마 내경험을 근거로 평가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서비스 업 20년, 하루에 10-15명을 상대하는데 20년 이면 줄잡아 90,000명 정도이니. 일등은 단연 백인, 그다음이 흑인, 그리고 히스패닉, 중동 아랍인, 꼴찌가 아세안이다. 아세안 중에서도 필리핀 사람들이 그나마 팁을 잘 주는 편이다. 한국사람? 좀 민망할 정도다. 우리 종업원들이 어쩌다 한국인 손님으로부터 팁을 받으면 나에게 다가와서

“Mr. Moon 한국분이 팁을 줬어요” 한다.

“ 그 손님이 누구인지 아니? 옆 동네에서 비즈니스 하신 분이란다”.

팁을 받아본 사람이 줄 줄도 안다는 얘기다. 어쩌다 한국을 방문하여 내가 식사값을 지불할 시 주위에서 여기는 팁을 안 줘도 괜찮다고 하는데 팁 문화에 익숙해진 나는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나올 때 괜스레 뒤통수가 부끄럽고 깍쟁이 손님이라고 수군거리기라도 하는 느낌이다


나도 팁을 몇 번 받았는데 의복이 조금은 남루한 고객으로부터 뜻하지 않게 받은 팁은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비록 넉넉해 보이지는 않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나도 감사하는 마음이 인색하지는 않았나 돌이켜 보게 했다.


그리고 팁에 인색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천태만상의 손님을 접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식당에서 어떤 손님은

@ 맛이 변했다면서 괜스레 왔다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 오늘따라 기분이 별로 내키지 않는 종업원에게 옷 색깔이 야하다 든가,

@. 사장님 안계서요? 불러오세요. 사장님은 내가 오면 항시 서비스로 뭔가를 하나 더 주시는데.

거기에다가 호칭도 “아가씨, 언니, 아줌마, 여보세요, 여기요, 거기 없어요?”. 내가 “거기 없어요?” 란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신양아, 박양아 라고도 부르지요. 팁은 서비스에 대한 보상이지만 받아서 기분이 상큼한 팁도 있을 테고, 받아도 그저 그런 팁도 있을 것이다. 팁을 주는 사람의 정성이 담긴 감사하는 마음이었다면 그 금액이 크든 적든 팁을 받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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