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치는 사람이 안치는 사람보다 평균 5년 더 건강하게 산다고 한다. 그 이유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기 때문 이란다. 어쩌면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는 골프를 잘 치지는 못 하지만 어쩌다 골프가 잘되면 그다음 날 까지도 붕붕 떠서 돌아다닐 만큼 기분이 좋고 상큼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한국에서의 선입견 (귀족 스포츠) 때문에 미국에서 골프 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집에서 10-20분 이내에 10여 군데의 골프장이 있고 가격도 대부분이 50불 수준이다. 카트 없이 걷기라도 하면 20-30불인데 4-5시간 동안 친구들과 한 주간 있었던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웃고 즐기면서 다음 한 주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재충전이 된다면 미국에서 이만한 운동도 없다고 생각한다.
주말에 골프 라운딩을 함께하는 친구가 4-5명 있는데 직업과 나이 출생 성분이 다양하다. 객지벗 10년이라는 옛말을 빌어 우리 모두 친구 하기로 하고 호칭 미국식으로 first name을 불러준다. 토마, 사이먼, 마테오, 토니, 베드로. 수년을 함께해도 매번 새롭고 재미나는 화젯거리가 끝이 없다 한 친구는 강원도 C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주하여 10여 년간 피잣집에서 피자를 굽고 있는 사장님, 또 다른 이는 부산에서 B 대학을 마치고 형제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이민 와서 지금은 50여 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 나름대로 성공한 사장님. 그러나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종업원 들로부터 심심찮게 소송을 당하여 법원에 들락 거리느라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지 백발의 노인이 돼버린 젊은 할아버지. 한국에서 인기 있는 대기업 S 그룹 중견 간부까지 승승장구하던 임원이었는데 그동안 자녀들을 미국에 유학시키고 기러기 아빠로 살다가 퇴사한 후 미국으로 건너와 한국식 국밥집을 운영하면서 카운터를 담당하고 있는 종업원겸 사장. 그리고 가족과 함께 미국에 관광 왔다가 미국에 홀딱 반해서 그만 주저앉아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된 후 아내는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남편은 고향 후배가 운영하는 페인트 회사에 취업한 페인트 공. 페인트를 하고 있는 친구는 전주에 있는 C대학에서 응용미술학을 전공했는데 페인트 붓으로 돈 버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우리 이민자 중에서 대학 전공을 가장 잘 살린 사람이라고 불러준다. 이곳 이민자들의 먹고사는 직업을 들여다보면 한국 에서의 직장이나 대학 전공과는 판이하게 다른 구멍가게(liquor store), 잔디깍기, 페인트 칠하기, 야외 직판장(outdoor swap meet) 아니면 식당업 등을 하고 있어 우리는 우스게 소리로 이민 오는 길에 대학 졸업장을 대평양 바다에 집아 던져 버리고 왔다고들 한다.
오늘 골프도 여느 때와 같이 (돈) 내기 골프를 하는데 돈내기가 아니고 저녁식사 때 소주 2병 사기. 우리 팀은 다른 팀 들과는 다르게 꼴찌가 소주를 사는 게 아니라 일등이 산다. 제일 잘 쳐서 기분이 좋으니까. 그래도 일등 하겠다고 신경전이 보통이 아니다. 홀에서 30센티미터 가까운 거리도 give (들어간 것으로 간주)를 안 주고 끝까지 공을 홀에다 넣어야 한단다. 홀을 마치고 나서 파, 보기, 더블보기 하면서 각자 자기 점수를 신고해야 하는데 한 점 차로 경쟁에 있는 친구들은 상대방의 점수를 두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본다.
"당신이 어떻게 보기야? 여섯 번 만에 홀에 공을 넣었으니 더불 보기지."
"다섯 번 만에 넣었거든" 신경전이다.
금방이라도 싸울 것만 같았던 친구들이 다음 홀에서 친구의 공이
@ 하늘 높이 뜨면
- 오메(어쩌나) 주말이라 주님 만나러 올라 가네
@ OB가 나면(boundary 밖으로 벗어남)
-집 나간 며느리와 OB 난 볼은 안 찾는데이
@ 물에라도 빠지면
-아침에 샤워를 않고 나오셨나?
@ 쪼르가 나면(멀리 날지도 못하고 근접지에 떨어짐). 오늘 왜 골프가 잘 안 맞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어
-그게 골프가 안 되는 백가지 이유 중 마지막 백 번째 이유라네
하면서 우스개 소리도 그치지 않는다.
골프를 마치고 국밥집을 하고 있는 친구 베드로 내 식당에서 소주 한잔 하면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오늘 스토리텔러는 토마 친구. 골프를 치다 말고 할리우드 쇼를 했는데 잘 안 됐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홀에서 샷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디서 난데없이 공이 날아와 왼쪽 어깨를 얻어맞았다. 앞에서 플레이하고 있는 6번째 홀에서 공이 날아온 것이다. 공이 잘못 맞아 사람 있는 쪽으로 날아가면 우리는 “볼” 하고 큰소리로 외친다. 아무런 경고도 없이 얻어맞은 것이다. 어깨를 만지작 거리다 말고 공을 친 그놈이 얄미웠다. 그놈을 겁박이라도 줘야겠다는 생각에 할리우드 쇼를 한답시고 그 자리에 덥석 주저앉아 고통스러운 제스처를 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4명의 건장한 백인 젊은이들이 다가와 미안하다는 사과는커녕 카트에서 내리지도 않고
“너 많이 아프면 내 골프백에 진통제가 있는데 줄까?”
거기에다 묻지도 않았는데 우리 삼촌이 변호사라고 내뱉곤 가버린다. 삼촌이 변호사이니 고소(소송) 같은 것은 꿈 도 꾸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안녕하세요? 인사말 다음으로 “고소” 하겠다는 말을 자주 듣다 보니 이 또한 생뚱맞은 소리도 아니다. 녀석이 황당하고 너무 무례하다 싶어 쫓아가
“I need your driver license 너 개인 신상정보가 필요하니 운전면허증을 보여다오”
“No 싫어요”.
그래? 그렇다면 사진이라도 찍어둬야겠군. 카메라를 들이 대니 고개를 돌려 버린다. 나도 따라 돌면서 계속 그놈의 인상착의를 훔치려고 두 바퀴나 돌았는데도 실패했다. 아니다 싶어 같이 라운딩 하고 있는 너네 놈들이라도 사진을 찍어놔야겠어, 셧터를 누르니 벌 때같이 달려들면서
“너 왜 내 허락도 없이 나를 찍어? 이것 초상권 침해야”
다행히도 자기들 사진을 지워 달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했어도
“괜찮다. 운 좋게도 크게 다치지 않았고 또 네가 의도적으로 그런 것도 아닌데”
하고 끝났을 일이지만 너무 뻔뻔하니 화가 풀리지가 않는다.
골프 치는 것을 포기하고 클럽하우스를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이는 두 당사자끼리 해결할 일이지 자기들과는 무관 하다는 것이다.
“아니 너의 영역에서 일어난 사고인데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내가 골프비를 지불할 시 어떠한 사고에도 문제 제기를 않겠다고 서류에 서명했다나?.
그들이 해줄수 있는 것은 위급한 사고 시에 119를 불러주는 일이란다. 그 뻔뻔한 놈을 혼내 주지도 못하고 참으로 쪽 팔리고 맥이 빠진다.
그래도 실속이라도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다섯 번째 홀에서 중단했으니 여섯 번째 홀 에 데려다 주 구려”
마샬이(골프장 순찰하는 사람) 앞장서서 나를 인도한다.
“마샬 당신은 저분들에게 왜 내가 중간에 끼어들었는지를 설명해 주구려”
이내 골프가 잘 되지 않는다. 온통 머릿속에는 깔끔하지 못했던 할리우드 쇼를 되씹어 보면서 “공에 얻어맞자마자 쓰러지면서 최소한 두 바퀴 정도 뒹굴었어야 하는데 “ 한참이나 아픈 곳을 어루만지다 덥석 주저앉았으니 무례한 그놈이 봐도 티가 나는 쇼였을 것이다. 이것도 순발력이 있어야 하고 한번 정도는 전에 해봤던 사람이나 하지 나 같은 쌩뚱이는 안 되는 것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