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음주운전을 하면 그 대가는?

by 문 내열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용기가 부족하여 속만 태우다 마주친 술잔에 기분이라도 up 되면 술의 힘을 빌어 "나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 하고 입이 떨어진다. 상대는 나의 치밀한 계산을 알아 차리지 못하고 얄밉게도

너 취한 거야?

진심이야?

술 깨면 내일 다시 이야기해•••••

이런 사랑고백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고 애용되고 있다.


사랑고백뿐만 아니라 슬픈 일로, 기쁜 일로 나 스스로를 제어할 길이 없으면 도움을 청하는 것이 또한 술이다. 살면서 우리에게 아주 편리하고 유용한 것이다.


나의 개구쟁이 친구 봉식이는 체구도 좋고 운동도 탁월하여 체육대학에 진학했다. 2-3개월에 한 번 정도 만나는데 어느 날은 손등에 붕대를 감고 나타났다. 어찌된 일이냐고 물으니 술 먹다 다쳤단다. 좀처럼 누구와 싸우거나 다투지를 않은 친구라 놀랠수밖에. 다그쳐 물으니.


학교친구들과 시골에 놀러 갔다가 과음을 했던 모양이다. 시골길을 걷는데 길옆에 어떤 사람이 아주 도도하게 자기를 노려 보더란다. 그래 다가가 "당신 뭐야?" 하고 다그쳤는데 아무런 대꾸도 없이 무표정으로 망부석처럼 서있고 목을 쥐고 흔드는데도 꿈쩍도 않기에 화가 난 나머지

"한방 줬다나?"

그래도 상대방이 꿈쩍을 않고 서있어 쪽팔린 나머지 "애라 모르겠다" 하고 물로 뛰어들어 헤엄을 치고 있는데 곁에서 구경하던 친구들이 꺼내 주더란다. 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손은 퉁퉁 부어있고 피를 흘렸는지 친구들이 붕대를 감아 줬다고 한다. 그러나 심한 통증으로 견딜 수 없어 병원을 찾았더니 골절상이란다.


친구왈

"너 어제 웃겼어. 어떻게 (묘지에 있는) 비석에다 일격을 가할 수 있어. 그뿐이야? 물이 차 있는 논두렁에서 수영한답시고 허우적거리던데?"


과음은 친구 봉식이를 이처럼 코믹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자식들이 술을 좋아하면 부모는 늘 마음을 조이며 살아야 하는 영어의 몸이 되고 만다.


아들이 둘 있는데 자기들 말에 의하면

"형은 술고래야"

"동생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취하지가 않아"


와이프나 나나 술을 못 마시는데 이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이럴 때 족보가 등장한다.


우리 집안에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모두 기껏해야 한잔 내지 두 잔?

그러면 당신 어머니 집안은 어때?

맞다. 외삼촌이 동네에서 술 주정뱅이로 소문이 났었지.

그렇다니까? 당신 엄마 쪽의 DNA 야.


미국 젊은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일터로, 학교를 가기 위해 차량을 운전하기 시작한다. 부모들은 집을 나서는 자식들에게 거의 무의식적으로 "음주운전 하지 말아라“ 하고 당부한다. 그들은 부모의 당부를 귀담아듣는지는 모르겠으나 부모의 마음은 조금은 위안이 된다.


밤 12시 전화벨 소리에 잠을깼디. 아들 녀석 전화다. 무슨 일로 이 야심한 밤에 전화를 했냐고 물으니

"나 지금 헌팅톤비치 감옥에 있어" 한다. 왜냐고 물으니 비치에서 소리 지르고 논다고 경찰이 감옥에 넣었단다. 집에서 10여분 운전거리에 헌팅번비치가 있는데 이는 젊음이들이 서핑을 즐기는 곳이며 전국단위의 서핑대회가 매년 열리기도 한다. 또한 밤이면 수백, 수천 명의 젊음이들로 불야성을 이루는 해변이다. 모르면 몰라도 아들 녀석이 해변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과음한 탓에 소리를 질렀지 않나 추측해본다. 경찰이 이를 체포, 연행하여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유치장과 감옥을 구분하지 못한 아들 녀석이 감옥에 있다고 말할때에는 "세상에 어쩌다 이런 일이 다 있나?" 하고 한탄을 했다.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아들이 감옥에 있으면 내가 할수있는 일이 무엇인지 가늠이 안된다. "이건 분명 우리 집에 비상이다"라고 정신을 가다듬고 미국 동부에 있는 큰 아들 녀석의 새벽잠을 깨웠다.


야, 너네 동생이 헌팅톤비치 감옥에 있다고 전화가 왔어

왜?

나도 잘 모르겠어, 소리 지른다고 잡아다 감옥에 넣었데

알았어, 기다려봐, 내가 전화해볼게


30여분 후에 전화가 왔다


큰일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 말고 있어. 내일 아침에 동생이 전화하면 경찰서에 가서 데리고 와


그렇게 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다시금 족보 타령을 한다.

"하필이면 외삼촌의 DNA가 그 녀석한테 갔을까? 키 크고 잘생긴 외모는 고맙지만 술 DNA는 아닌 것 같아"

아침 9시에 벨이 울려 현관문을 열어보니 감옥에 있다던 아들 녀석이 "씩" 웃으며 문 앞에 서있다. 친구가 데려다 줬단다. 와이프가 그냥 지나칠 리가 만무하다.


너네 엄마 죽는 꼴을 봐야 속이 시원하겠니? 어떻게 했길레 감옥을 다 가니?

엄마, 아무런 잘못도 안 했어. 그냥 소리 지른다고 수갑 채워서 데리고 간 거야

왜, 젊잖게 놀면 안 되니? 내가 죽고 못살아 이 녀석아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여보야, 이만하길 다행이야, 그동안 속을 썩여본 적이 없었던 아들 이었잖아


술이 흥을 돋우는 야릇한 마법은 있지만 가슴을 철렁이게 할 때면 글쎄다. 그나마 음주운전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앞선더.


해외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에게 "공항 픽업"을 부탁했다. 그런데 그이는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자기 차가 아니라 와이프 차를 운전하고 마중 나왔다.


웬일이야? 엄마 차를 다 운전하고?••••••

그냥! •••••••

프리웨이를 30-40분 동안 운전 하는데 대화가 없었다. 왠지 "쇄"한 기분이고 분위기다.

집에 도착하여 차고 문이 열리는데 아들차는 보이질 않는다.

아들 녀석이 우리 케리어를 집안으로 옮겨놓고서는


그제 음주운전에 걸려 차가 impound 됐어 (차를 몰수당함)


미국에서 살면서 음주운전에 걸려본 적이 없었고 주위 사람들이 음주운전에 대한 경험담을 얘기하면 흥미로운 부분만 귀담아 들었던터라 조금은 당황스럽다.


우리는 곧장 경찰서를 찾아가 차량 견인비와 이틀간의 주차료를 지불하고 차를 찾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에게 차를 바꾸어 타자고 제의한다. 이유는


@ 보험회사로 부터 쫓겨났고 여타 다른 보험회사를 접촉해봤는데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 회사 상사에게 음주운전을 보고 했더니 회사로부터 쫏겨나기전에(Fire 당하기 전에) 퇴사를(quit)

하는 것이 후일에 다시금 취업하기에 유리하다는 조언에 어제 바로 사표를 섰단다.

@ Ford SUV Explorer 새 차를 더 이상 운전할 수 없는 형편이 되어 엄마가 타던 똥차 Ford Taurus

13년된 차로 바꿔 타고 싶단다.

엉겁결에 와이프는 새 차를 운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나 마냥 즐거워할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하고 새 차를 빼서 개폼을 잡고 으스대던 게 엊그제였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녀석을 보니 음주운전이 참으로 무섭다는게 피부에 와닿는다. 앞으로 6개월간은 일터 외에는 그 어디에도 운전을 할 수 없다. 그리고 구금을(구속을) 피하기 위해서는 3개월간 운전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고 사회봉사활동도 해야 한다. 프리웨이를 운전하다 보면 젊은 남녀 7-8명이 비닐봉지를 들고 도로주변 쓰레기를 줍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는데 그들이 바로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회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문제아 들이다.


probation (집행유예) 기간 3-5년 이내에 음주운전을 다시 하게 되면 그들 차량에 IID (ignition interlock device)를 설치한다. 이는 차 시동을 걸때마다 음주 측정기를 불어서 알코올이 탐지되지 않아야 시동이 걸리는 장치다. 미국서 자동차 관련 비즈니스를 하면서 손님이 차 시동을 걸려면 자기에게 먼저 알려 달라고 한다. 자기만이 시동을 걸수있는 장치가 있단다. 처음에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IID였다.


차가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는 미국사회에서 그들의 죄는 밉지만 생계를 뺏을 수 없는(면허취소) 현실에서 음주 운전자에게 베풀수 있는 마지막 배려가 아닌가 싶다. 영업장에서 매 분기에 한 명 정도는 이런 차량을 마주친다.


6개월간의 운전교육과 사회봉사를 마치고 어렵사리 재 취업을 한 아들 녀석은 부모가 있는 캘리포니아를 떠나고 싶다면서 직장을 쫏아 알칸소 주로 이사를 했다. 미국에서는 다른 주로 이사를 하면 음주운전 기록이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훨씬 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음이 있기에, 친구가 있기에 즐겨 마시던 술이 얼마나 가혹한 시련을 주었는지 요즘은 술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친구를 만날 기회가 있으면 만약을 대비키위해 아예 영업용 차량을 불러서 간다. 음주운전 얘기를 꺼내면 "자기 인생에서 한 번이면 족 하단다". 음주운전자를 옆에서 지켜보았지만 한 번의 실수가 "자동차보험, 운전교육, 사회봉사, 직장해고" 등으로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려 버린 미국사회의 시스템에 적잖이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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