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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내열 Aug 20. 2021

퓨전 스타일 미국식 교육

6남매를 길러낸 노부부,  70을 훌쩍 넘긴 얼굴엔 굵은 주름이 있으나 매우 다복하고 넉넉해 보였다. 큰 아들은 초등학교 교사, 둘째는 중학교만 다니고 말더니 나중에 검정고시로 고등교육을 마친 경찰 공무원, 셋째는 중견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딸 셋은 모두 출가하였는데 세 자매의 돈독함이 질투가 날 정도다. 큰 사위는 병무청, 둘째 사위는 교육청, 셋째는 국세청에서 각각 근무하고 있다. 사위 셋이 모이면 삼청사(삼총사)다.

 

자녀 교육을 어떻게 시키셨기에 이토록 훌륭하게 키우셨습니까?

“자녀 교육?  나같이 학교 공부가 짧은 사람은 그런 것 몰라. 우리 새끼들은 날 때부터 즈그들이 (자기네 들이) 지복을 (자기 복을) 갖고 태어 난기여.”

“내가 한 것이라곤 열심히 일해서 수업료 달라고 하면 날짜에 늦지 않게 준 것 밖에 없어. 아! 하나 더 있어 공부하기 싫으면 때려치우고 즈그들 (자기 네 들) 하고 싶은 것 하라고 했어”

이 노 부부는 서구식으로 자녀들을 교육시킨 것이다. 고도로 훈련된 경주용 말 도 아니요, 천방지축으로 나돌아 다니는 야생마도 아니요, 울타리 안에서 자유 분망 하게 뛰어다니기도 하고, 뒤 궁굴기도 하고, 서로 힘 겨루기도 하도록 방목하여 튼튼하고 건강한 말 새끼를 키우신 것이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자녀교육은 어떠한가?

관심이 많다. 아니 극성이다. 전 인생을 올인한다.

갓 태어난 신생아를 보고 “참으로 예뻐요” “아기 천사가 우리 곁으로 찾아왔어요” 란 말 대신 “그 녀석 총명해 보이는구나, 귀를 보니 영리하게 생겼어, 이목구비가 장군 깜이야” 벌써부터 아이에 대한 기대감을 무의식 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돌잔치를 하면서 대여섯 개의 물품을 애 앞에다 진열해놓고 그중 하나를 집어 보도록 한다.

연필을 집으면 앞으로 공부를 잘할 것 같아,

공을 집으면 커서 운동선수가 되려나 봐

붓은 화가나 예술가

청진기는 의사

마치 월드컵 경기 때 (생선) 문어가 우승팀을 점지토록 하는 것을 연상케 한다. 또래 친구보다 퍼즐을 잘 맞추는 어린 자녀를 보면서 “여보, 돌잔치에서도 계산기를 집더니만 우리 애는 나 닮아서 수학이나 엔지니어링에 재능이 있어” 이렇듯 자식의 장래를 예단해 보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대학 진학을 앞둔 자녀가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무슨 소리야? 배골아 죽을 일 있냐?” 자녀의 대학 진로도 충고가 아니라 위협적이다. 환경문제는 우리 인류가 도전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다. 먹고사는 문제는 자식들의 몫이지 부모가 걱정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애틋한 사랑을 키워온 애인을 부모님께 선 보이면 그 애인의 학벌, 부모의 재력, 사회적 신분 등을 들여다본다. 사극에서  세자비 간택에 준하는 횡포다. 어쩌다 의견 충돌이 생기면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사랑? 그것 별것 아니야 사노라면 정들게 돼 있어. 이는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이런 얘기는 잘 사는 부자들 만의 리그도 아니다. 소시민이 살고 있는 우리 동네 옆집에서도 같은 소리가 흘러나온다. 자녀들 교육, 결혼 얘기만 나오면 날카로운 비평이 전문가 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자기 자식은 다른 사람처럼 얘기한다.


그러는 당신은 자식농사를 어떻게 지었소?  

한 녀석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마칠 때까지 학업성적이 학년에서 상위 1-2% 이내로 곧잘 하는데 다른 한 녀석은 책 읽는 꼴을 못 봤어요. 그나마 고등학교로 올라가더니 7개 과목 중 3과목은 AP class 우월반을 받더군요. 어쭈? 공부를 제법 하는가 했는데 2개월 후 학교에 찾아가 Regular class 보통반으로 다시 보내 달라고 했답니다. 그 이유가 공부 잘하는 애들하고 경쟁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다나요? 남들은 우월반에 못 들어가서 안달인데 스트레스받는다고 우월반을 반납하는 녀석을 보고 무슨 할 얘기가 있겠어요. 그냥 지켜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매를 벌어요. 방과 후에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나오질 않는데 열공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 게임놀이나 음란물을 훔쳐보고 있어요 아니다 싶어 나는 은행에 가서 현금 오천 불을  준비해다 놓고 가족회의를  소집했지요 가족회의라 해봐야 아내, 문제의 인물 그리고 나 셋이다.

“제임스? 너 공부하면 스트레스받지?”

“예”

“그러면 공부를 때려치워라. 왜 그토록 힘들게 사니? 고등학교 졸업장은 필요로 하는 사람들 에게나 소중한 것이지 그것 별것 아니다. 여기 오천 불을 줄 터이니 이 돈으로 중고차도 사고, 아파트 렌트도 구하고, 여자 친구와 동거도 해보고, 맥 도날드 같은 곳에 가서 돈도 벌어봐라. 나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어”

“싫어요”

“왜?”

“저도 대학이란 것을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나가서 그렇게 산다는 게 무서워요”

“그래? 그런데 그렇게 해 가지고 어디 대학을 갈 수 있겠니? 어디 두고 보자꾸나…”

나는 이 녀석을 겁박 지르려고 한 게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미국에서는 16세가 되면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하고, 취업도 할 수 있다. 나도 비즈니스 하면서  17세와 19세 젊은이를 두 명이나 고용했었는데 너무도 의젓하고 일도 곧잘 한다. 내가 가서 도와주려고 하면 이 일은 내 일 이오니 가서 당신 일이나 잘하세요 한다.

미국에서 자라고 교육을 받은 제임스도 내가 한 말이 그냥 빈말이 아니란 걸 직감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고등학교만 마치면 집에서 바로 내 보낸다. 부모가 크게 실망하면 그 이전 에라도 내 보내는 경우도 있다. 왜냐면 16세 이상은 정상적인 , 합법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준비해온 오천 불을 다시금 은행에 입금시키고 일 년 남짓 시간이 지나니까 대학 지원서를 쓰기 시작한다. 제2차 가족회의가 소집된 것이다.

“제임스, 대학을 가면 엄마, 아빠가 수업료와 생활비 전액을 지원해줄 용의가 있다. 그러나 어떤 대학에서 입학허가서를 받아 오느냐에 달려있다. 왜냐면 이는 너에게 Return (돈을 다시 되돌려 받음) 없는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 여부는 엄마, 아빠가 결정할 일이다. 한 가지 더 있지, 투자는 4년으로 한정한다. 4년 이내에 대학을 못 마치면 더 이상 도와줄 수 없으니 그 이후는 네가 알아서 해야 한다”

실제로 4년 이내에 학점을 채우지 못했거나 중간에 전공을 바꿔 졸업을 못하는 학생이 굉장히 많다. 제임스는 운이 좋게도 투자자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전공은 사회 심리학.  선택 이유는 사회에 나가서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안목이 필요할 것 같아서란다. 4년 만에 학업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는 괜찮은 직장도 구했다.


고등학교 때 내치지 않고 한번 더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그리고 투자를 기꺼이 해준 것에 매우 감사하면서 종종 우리 두 부부를 고급 레스토랑으로 모셔 우리 입을 호강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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