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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내열 Aug 21. 2021

나더러 영웅 이래요

미국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자동차 매연 점검을 해서 합격하면 주 정부를 대신해 합격증을 발급해 주는 일이다.. 모든 차량은 2년에 한 번씩 점검을 받아야 하는데 만약 합격하지 못하면 수리를 해서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합격할 때까지 재 점검을 받아야 한다. 합격증이 없으면 자동차 갱신등록이 안되어 수족이 묶일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은 수리비 조달도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이곳 미국에서는 주급(주 단위로 급여)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태반인데 수리비 천불, 이천 불은  대단히 버거운 돈이다. 세상 어디에서나 마찬가지 이겠지만 돈 있는 사람은 좋은 차, 새 차를 운전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은 오래된 낡은 차를 갖고 있다. 한 여성분이 매연 점검을 받기 위해 꽤 오래된 차량을 끌고 와서, 앉자마자 "합격했으면 좋겠다" 고 혼잣말을 한다. 서류에 사인을 받고 테스트를 시작하는데 이 여인은 의자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있다. 합격을 간절히 소망한 것이다. 15분 정도 걸리는 테스트가 끝나고

"당신 합격했어요"

하니 눈물을 흘리며 환하게 웃는다.

"You are my hero.  You saved me 당신 대단해요. 당신이 나를 구해주는구려"

돈을 지불하고 일어서더니

"나 당신 한번 안아주고 싶어요"

황소만 한 여인이 키도 작고 몸도 삐쩍 마른 나를 덥석 안으니 고목나무에 매미가 되고 말았다.


오늘 손님은 60대 중반 남루한 차림의 여성이 13년 된 차량을 끌고 왔다. 얼듯 보아하니 합격이 만만치 않는 낡은 차량이다. 아무런 말이 없는 이 여인이 나를 쳐다보는 눈빛은 신난해 보였다. 테스트를 했는데 용케도 합격을 했다. 서비스료 오만 원을 지불하고 나서 주춤하더니만 호주머니에서 십오만 원을 꺼내 그 돈을 나에게 준다.

"이게 무슨 돈이요?"

"당신께 주는 거요"

"글세요 이 큰 금액이 팁은 아니잖아요. 내가 이 사업장의 주인이요. 저는 팁을 받지 않습니다."

"받으세요, 내가 주는 돈입니다"

"정 그렇다면 팁으로 만원만 주세도 됩니다"

이번에는 내 손에다 그 돈을 쥐어준다. 그 여인이 떠난 뒤 이 돈의 정체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혹시 차가 합격해서는 안 되는 불법 차량인데 실수로 합격했나?

- 주 정부에서 나온 undercover 암행감찰반?

- 아니면 합격을 기대하지 않고 수리를 대비 돈을 준비했는데 합격했다 하니 기쁜 나머지 나에게 주는 것인가?

거액의 팁을 받았는데 기쁘지가 않다. 퇴근 후에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아내 또한 웃지 않고 웬일일까 걱정하는 눈치다. 만약 암행 감찰반이었다면 사업장을 접을 만큼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도 좀처럼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암행 감찰반이었다면 이틀 이내에 누군가가 다시 찾아와 나에게 통지케 돼있다.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팁을 십오만 원이나 받았다고.


이번에도 여성분 손님이다. 매연 점검을 받기 위해 사업장을 들어오자마자 자기는 싱글맘인데 좋은 가격으로 잘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런 손님이 종종 있다. 나는 이 여인의 얼굴을 scan 훌터본다. 사별과 같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싱글맘이 됐는지 아니면 성깔이 괴팍하여 데리고 살던 남자를 걷어차 버렸는지. 내 스캔에서 판독된 여인은 착해 보였다.

"얼마에 해 드릴까요?"

"알아서 잘 좀 해주세요"

너무 많이 깎으면 상대방의 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딱히 얼마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손님이구나

"그래 반 가격 이만 오천 원 이면 되겠소?"

"고마워요, 고마워요. 다음에 올 때는 돈을 깎지 않고 다 드릴게요"

뭐야? 사귀는 남자가 있어 곧 재혼하면 경제적으로 좋아진다는 얘기인가? 아니면 사별한 남편이 남기고 간 보험금이라도 탄다는 얘기인가? 일어나 나가면서

"God bless you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

퇴근하여 여보 나 오늘 착한 일을 했소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왔으니 주말에 성당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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