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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내열 Feb 16. 2024

Marble Cave 의 신비에 감탄 (제 8화)

칠레 파타고니아를 가다

 

앞집, 뒷집, 옆집 굴둑에서 연기가 부여케 피오 오르고 날이 밝았다고 닭들은 꼬끼오하고 울어대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  집 앞에는 커다란 개들이 땅바닥에 고개를 내려놓고 자고있고, 어미 닭들은 병아리 군단을 이끌면서 도로변 풀밭을 돌아다닌다. 집 앞에 누워있는 개들은 어쩌다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차가 지나가면 쫓아가면서 짖고 금방이라도 차바퀴를 물어뜯을 기색이다. 반기는 모습도 색 다르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은 우리와 같이 6,7시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열 시 넘어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구불구불한 시골 골목길이 아니라 바둑판처럼 반듯하다.


썰렁한 집안에서 옷을 두세 겹 주어 입고 우리가 어제 가져온 라면에다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주인장 제니퍼다. 자기 생각에도 집안이 너무 썰렁 하다고 생각 했는지 황급히 장작불을 지피면서 스토브 사용법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장작불이 훨훨 타오르고 집안에 온기가 가득하다. 상수도물을 끓여서 마실수 있냐고 물으니 가능한한 삼가 하란다. 산좋고 물맑은 이 깊은 계곡으로 들어 왔는데 마시지 말라니 놀랍다.


십일 이상 칠레에서 살았기에 나도 전화 번역기 사용하는 실력이 이젠 선수급이다. 제니퍼는 나보다 한수 위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하다. 그녀는 스토브, 부엌, 화장실 사용법을 설명하고 나서는 호텔비를 지불하란다. 현금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조금은 황당하다. 가지고 있는 게 카드뿐이라고 했더니 난감해하더니만 기다리라면서 나갔다가 어데서 카드 단말기를 들고 돌아온다.


이곳에서 일주일 체류 하면서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마켓을 서둘러 찾았다.  3분 거리에 있는 마켓 문은 철창 문으로 굳게 닫혀있다. 이때가 오전 10시.  우리 네 사람이 문 앞에 서성 거리고 있으니 지나가던 사람이 12시에 문을 연단다. 두 시간 동안 동네 한 바퀴를 돌다 12시에 마켓으로 돌아왔는데 문은 여전히 닫혀있다.  하는 수 없어 대로변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금 마켓으로 왔더니 문을 열었다. 가게 안에는 손님들로 북적 거리고 생활용품과 식료품이 다 갖춰져 있는 큰 마켓이다.  음식물을 바구니에 한가득 채우고 나니 마음이 든든하다.


이제 관광샤핑을 해야겠기에 호수가로 나갔다. 여행사들이 즐비하다. 가격은 역시 정찰제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 집, 저 집을 기웃거리다 가격이 15%나 싼 곳을 찾아내 (Marble Cave) 관광은 내일 하기로 예약을 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선착장에는 수십대의 선박들이 도열해 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성수기 2-3월에는 저 많은 배들이 나들이를 하는 듯싶다.





대리석 동굴(Marble Cave)을 찾는 날


약속된 시간에 여행사를 찾았더니 그토록 한적한 시골 마을에 투숙해 있던 손님들이 하나둘씩 몰려든다. 모두들 승선에 필요한 구명조끼에다 비옷을 뒤집어쓰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관광객을 한가득 채운체 파도를 가르며 달리고 있으나 오늘따라 바람이 세차다.  모두들 두려운 모습이다. 말이 없다.  엉덩이가 들썩 거릴 만큼 배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내리치니 처음 경험해 본 사람들은 별일이 없을까 하고 걱정할 수밖에. 나는 오래전에 군대생활 하면서 더 험악한 파도를 맞이한 적이 있었는데 선장과 나는 넘치는 바닷물을 퍼내면서 항해를 했었다. 당시에 선장왈 "육지보다는 바다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던 그 옛날이 떠오른다.


30-40분 달리고 나니 호수 주변에 대리석 바위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호수면과 맞닿은 바위들은 마치 사진에서나 보았던 골다공증 뼈와도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칼슘 카보네이트(탄산염)로 구성된 암반들이 수천 년 동안 파도에 침식되어 오늘의 이런 모양을 하고 있다나.  참으로 기이한 형상들이다.  어떤 곳은 동굴 모양을 하고 있어 배들이 들락 거리고 동굴의 벽면과 수면 아래 바위들은 광택이 있어 반질반질하다. 또 벽면을 손바닥으로 치면 울림현상도 있다. 그런가 하면 조금 떨어져서 보면 바위들이 푸른빛을 발하고 있는데 이는 호수의 푸른빛이 반사되기 때문 이란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코끼리, 거북, 물개와 같은 모양의 바위도 보인다. 안내원에게 저기 보이는 바위는 왜 Marble Cathedral (대리석 성당)이라고 부르냐고 물었더니 동굴의 천장이 교회의 천장과 비슷하다 하여 이름을 붇혀 줬다고 한다. 동굴에 들어갔다가 돌아서 나올 때 안내원이 소원을 하나씩 빌라고 하기에 나는 "소원을 이뤘기에  이 순간이 행복합니다"



오늘 소 잡은 날입니다.


식탁에 앉아 있으면 옆집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직장을 다니는지 아침, 저녁으로 들락 거린다. 일층에는 불이 켜 있지 않아 살림하고 사는 집 이러니 했다. 어느 날 저녁에는 불이 켜 있기에 들여다봤더니 푸줏간 같이 진열장 안에 고기가 한가득 있다. 황급히 숙소로 돌아와 "옆집에서 고기도 파는가 봐?"  지갑을 챙겨 들고 다시 찾았더니 고기를 판다고 한다. 웬일이니?  스테이크 4인분을 샀는데 우리 가격의 십 분의 일 수준이다. 내일 저녁 스테이크 파티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사람들이 줄지어 계속 찾아온다. 궁금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고기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지?   나중 에서야 알게 됐다. 소를 잡아 고기가 들어오면 문밖에 빨간색의 깃발을 꽂아 놓는다.  "오늘이 소 잡은 날입니다"라는 메시지다.


물이나 식품을 사기 위해 마켓을 찾아가면 어떤 날은 12시에, 오후 2시에 문을 열어 헛걸음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쩌다 문이 열려 있을 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손님들로 북적 거린다. 이 또한 궁금하다, 사람들은 가게 문을 열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잘도 찾아오는지? 문 닫는 시간도 맘대로다. 어제는 오후 3시에, 오늘은 오후 5시에. 일주일간 체류하면서 그들의 생활이, 동네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헤아리지 못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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