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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내열 Feb 26. 2024

아르헨티나 까지 건너 왔습니다 (제 12화)

칠레 파타고니아를 가다


파타고니아의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편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들렀다.  3박 4일 체류하면서 한때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던 옛 영광들을 더듬어 보기로 했다. 뿌에르토 나탈레스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는 방법은 저와 같이 칠레 수도 산티아고로 올라가 비행기를 바꿔 타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자동차로 국경을 넘어 아르헨티나 인근도시 리오 투르비오(Rio Turbio)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 직항 편을 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중남미 항공 편들은 출. 도착 시간이 수시로 바뀌고 때로는 취소되기도 한다. 6개월 전에 예약했던 항공편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오후 5시 30분 도착 예정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2-3번 항공편이 바뀌면서 호텔에 새벽 1시에 들어왔다.  긴 하루였다. 늦은 시간에 도착 예정이어서 혹여 호텔 카운터가 닫혀 있을세라 칠레에서 출발 전에  연락을 했더니 걱정 말고 오란다.  24시간 오픈이란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와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호텔 밖 길거리에서 새벽 3시까지 마이크로 떠들어대는 통에 잠을 설쳤다. 중남미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잘살아볼까 궁리를 하는 게 아니라 오늘 하루가 내 생애에서 최고의 순간인양 술 마시고 노래하고 흥에 취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부러운 건지 한심한 건지 모르겠다. 이도 한 세상 살아가는 요령일진대.  


조식을 위해 인근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아르헨티나에서 첫 식사다. 칠레와는 확연히 다른 음식이다. 아메리칸 스타일로 내 입맛에 맞고 커피 또한 오랫동안 못 맡았던 그 향이 내 코를 행복케 한다.  이 커피 향 얼마만인가------ 일행 모도가 커피잔 위에 코를 대고 "음 그래 , 이거야"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달라고 하니 종이쪽지에다 10,000 페소라고 손으로 써 왔다. 6,000페소 정도를 예상했던 게 10,000 페소? 숫자만 달랑 10,000페소라고 쓰지 말고 상세내역이 적혀있는 빌(bill)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6,200페소, 주문했던 내용이 담긴 제대로 된 계산서다. 이 동네가 흉악한가 아니면 우리가 식당을 잘못 찾아온 것인가?  


식사를 마치고 거리로 나선 시간이 조금은 이른 시간이다. 놀랬다, 놀래고 또 놀랬다. 골목길에 홈리스피블이 (homeless people) 즐비하게 드러누워있다. 가족전체가 집을 잃고 나와 거리에서 밤을 지새웠는지 어린애들이 손을 벌리며 구걸을 하고 있다. 그들을 뿌리치고 길을 걸으면서 나도 모르게

Don't cry for me Argentina

를 읊조렸다. 가슴이 아프다. 눈물이 난다.  한때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던 아르헨티나가 이게 웬 말이냐?


시골마을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술집을 전전하며 온갖 고생을 하다 나중에는 연예인으로 성공하고 끝내는 대통령 영부인까지 된 "에바 페론". 그녀는 빈민촌을 찾아 그들을 돕곤 했다. 남편이 대통령 재선에 도전할 때 러닝메이트로 지명되어 선거운동을 하다 건강이 안 좋아 러닝메이트 후보직을 그만두는 연설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노래

Don't cry for me Argentina  가 아니라 Don’t cry Argentina가

 21세기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재현되고 있다니 슬프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


2023년 12월은 아르헨티나에 격변의 한 달이었다.  극우파, 아르헨티나 트럼프라고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가 새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그는 아르헨티나 페소를 없애고 미국달러를 사용하겠다고 했으니 미국의 경제 속국이 된 거나 다름없다.  달러대비 페소 환율이 353이었던 것이 하루아침에 811이 됐으니 폭망 한 것이다. 국가고시 환율이 811이지만 호텔이나 시내에서는 935로 아르헨티나 페소가 삼분의일로 평가절하 된 것이다.


달러 씀씀이가 좋다 보니 시내 대로변엔 관광객들이 북적 거린다. 길거리엔 환전하라고 "깜비에" 하고 소리치는 환전상들이 널려있어 귀찮을 정도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만난 한국 젊은 부부가 뜻하지 않게 아르헨티나에서 한달살이를 하고 왔다는 게 실감 난다.


시내 한복판에 71미터 높이의 거대한 탑이 서있는데 Obelisco de Buenos Aires 라 부른다. 1936년에 시의 탄생을 기념키 위해 세웠단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헤매면 이 탑이 항상 나침판 역할을 해주곤 했다.  탑을 중심으로 뻗어있는 "훌리오 9번가"는 폭이 140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도로다. 공원이 있는 도로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도로 한 복판에는 60-70년 된 자카란다 (jacaranda tree) 들이 우거져 있어 꽃이 피는 11월에는 환상의 도시를 연출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르헨티나 지하철도 나에게는 관심거리다.  우리나라 지하철 역사가 반세기인데 반해 여가는 110년 전에 중남미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하철을 개통했다. 세계 최초의 영국 지하철에 비교하면 50년이나 뒤지지만 110년 된 지하철은 어떠할까 궁금하여 지하에 있는 역사를 둘러보기도 했다. 우리와 같이 깨끗하고 현대식은 아니지만 그 옛날에 이런 지하철을 운행했다는 것만으로도 한 번쯤은 더듬어볼만헸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지하철을 타다 언어소통 문제로 낭패를 당했던 관계로 탑승은 하지 않았다.


유럽 고대 건축양식들은 칠레 산티아고에서 많이 보았던 터라 사진 찍기에 연연 하지는 않았다.  건물 주변에 있는 공원이 나에게는 더 매력적이었다.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Parque Tres de Febrero"를 가로지를 땐 "역시 우리와는 다르구나" 했다. 그들은 일찍이 120만 평이나 되는 대공원을 만들어 휴식과 레저 생활을 했으니까.  공원에 나무들이 우리와 같이 30-40십 년 전에 심은 나무가 아니라 70-80년 아니 100년이 다돼 보이는 고목이 비바람에 찢겨져 땅에 누워 있었다. 미국 맨하탄은 평당 1억을 홋가하는 땅에 100만 평이 넘은 공원을 조성했기에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면 이곳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Parque Tres de Febrero"를 비롯한 아름다운 공원들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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