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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Feb 16. 2022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핸드폰은 거두는게 맞을까?

 조회시간 담임이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거둘 때 마다 드는 생각.

아침 조회가 시작되기 전 우리학교.

선생님이 아직 교실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일찍 학교에 등교해서 자리에 앉아 있는 부지런한 녀석들이 꽤 있다.


사실 20년전의 나도 그랬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항상 일찍 교실에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조회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조용히 책을 보고, 자습하곤 했다. 그러다 친한 친구들이 하나 둘 들어오면 같이 이야기 나누고 장난치고 조회시간과 담임 선생님을 기다리는게 당시 내 일상 모습이었다.




20년 후 담임 교사가 되어서 만나게 된 고등학교 교실의 아침 모습은 어떨까?




그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우선 그전과는 다르게 굉장히 조용해졌다. 그런데 여기에서 조용하다는 것은 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자습을 해서 조용한 것이 아니다. 저마다 핸드폰에 집중하느라 옆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안나눠서 조용한 것이다.


게임하는 아이, sns 하는 아이, 사진찍는 아이 ~~~ 아침 조회 직전에도 아이들은 저마다 본인만의 핸드폰 활동을 하느라 모두가 바쁘다.



지금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생활 필수품이다.




오죽하면 말이다. 아이들에게 벌을 줄 때에도


"자 두가지 벌칙 중에 하나 선택해. 방과후 학교에 좀 남았다 갈래? 아니면 스마트폰 하루 압수당할래?"



라고 물으면


"그냥 남을래요. 핸드폰 주세요."


대부분 이런 답변을 한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지금 핸드폰이란 존재는 자기 분신과도 같은 소중한 물건인 것이다.



문제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담임 입장에선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거두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반 교실에서 조회 시간에 회수된 핸드폰 개수를 봐도 알 수 있다. 3월 초나 입학 첫날 휴대폰이 없는 아이를 제외하고 23/25를 냈던 핸드폰 갯수가 5월이 되니 16/25로 줄었고 12월에는 8/25로 줄었다.


아이들이 핸드폰을 안가져 온 것이 아니다. 분명 소지하고 있는데 없단다. 아이들은 핸드폰을 내기 싫어서 거짓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상황이 이런데도 학교에서는 왜 굳이 아이들 핸드폰을 거두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수업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거두지 않았을 때는 제대로 된 수업이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핸드폰이 있을 때 아이들의 수업 집중력은 크게 약해진다. 우리 어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요즘 세대 아이들의 핸드폰 중독 현상은 심하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이라고 해야 할까?



핸드폰을 거두지 않는 순간 아이들은 처음 수업을 잘 듣다가도 수업이 재미가 없어지면 금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나중에는 교사와 핸드폰을 번갈아 가며 힐끗힐끗 쳐다보기 시작한다. 어떤 아이들은 지금 수업하고 있으니 핸드폰을 꺼놓고 주머니에 집어넣어라 하면 아예 책을 책상과 90도 각도로 세워 자신의 가림막을 만들어 놓고 엎드려서 수업 시간 내내 핸드폰을 하기도 한다.


교사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이런 행동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이를 계속 무시하고 수업할 수도 없다. 그럴 경우 그 아이의 옆이나 뒤의 아이들도 똑같은 행동을 따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의 교사는 수업시간에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핸드폰 단속만 계속하는 감시자가 된다.  



자, 그런데 고등학생 17-19살, 한창 머리 굵어진 아이들에게 매일 핸드폰 좀 집어넣어라 꺼놓아라 잔소리 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 듣는 아이들도 짜증나지만 교사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변태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365일 잔소리, 싫은 소리 계속 하는 것을 좋아하는 교사도 요즘은 잘 없다.  



12월말이 되었다. 이때는 우리학교의 학생 생활 인권 개정 위원회가 열렸을 때다. 나도 당시 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여기서 학생 생활 인권 위원회는 우리학교의 1년 규칙을 정한다는 면에서 사실 매우 중요한 회의였다.


다른 사안들은 무난하게 통과가 되었는데 역시 학교에서 핸드폰 이용 규칙을 정할 때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렸다. 당시 학생들 대표로 참여한 학생회 아이들과 교사들은 이 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솔직히 니들 핸드폰 하고 싶은 것은 선생님도 알지. 선생님들도 굳이 거두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수업 할 때 니들 집중력이 너무 떨어져. 견물생심이라고 했지. 핸드폰 소지하게 되면 계속 핸드폰 생각이 나서 결국엔 니들이 수업을 잘 안듣게 되더라고. 사실 수업시간에 학습용으로 필요하다고도 하는데 열에 아홉은 학습용이 아니라 딴짓하는데 쓰고 있더라. 니들 학습을 생각한다면 수업시간에 굳이 스마트폰이 필요할 것 같진 않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차라리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물어보면 될테고 말이야."


학생들이 의견을 제시했다.


"선생님, 말씀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희도 핸드폰을 하루종일 소지하지 못하고 있으면 너무 갑갑해요. 그럼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저희가 자율적으로 이용하게 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저희도 쉬는시간에는 게임하면서 머리 식히고 아이들과 사진도 찍고 싶어요."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 다시 말했다.


"......니 말도 일리는 있어. 근데 선생님이 매번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다시 핸드폰 거둘려고 하면 그만큼 일도 많아지고 너무 번거로워져. 선생님도 수업준비하고 담임 일 처리할 것도 많은데 어떻게 매 쉬는시간마다 교실에 다시 올라와서 너희들에게 일일이 호명하고 건네주고 다시 거두겠니. 그렇다고 자율적으로 거두게 되면 말이야. 기회를 틈타 또 냈다 안냈다 하는 애들이 분명 생길 것이고 잘못하다가는 도난 분실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 그리고 핸드폰이 고가 물건이라서 분실할 때거나 도난 사고 발생하면 수습하는 것도 큰 일이야. 너희들 입장에서는 한명 한명의 핸드폰이겠지만 선생님 입장에서는 반 아이 전체의 핸드폰을 관리해야 되는거니까 이해 좀 해줘"


그날 회의에서 결론은 그렇게 났다. 실제 핸드폰이 없으면 좀 답답하겠지만 그래도 학업에 집중해야 하는 고등 학생이고 실제 핸드폰은 수업에 도움되는 측면보다는 딴짓하는데 쓰는 것에 대해 아이들도 인정했다. 그래서 내년(22년)에도 우라학교는 핸드폰은 아침조회시간에 수거하고 방과후에 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다만 특정 수업에서 아이들 핸드폰이 필요할 경우에는 교과교사 허락 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사실 국가 인권위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핸드폰 허용에 관해서는 핸드폰 규제보다는 아이들 핸드폰 소지쪽에 손을 더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아래 기사를 보자.


 https://www.yna.co.kr/view/AKR20211103080800004  

해당 기사에서 인권위는 학교에서 핸드폰 소지 뿐만 아니라 사용자체도 허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즉 이런 문제에 대해 누군가 깊이 파고들어 따졌을 경우 학교 입장에서도 점점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1세기는 정보화 시대, 스마트 시대라고 부르짖으면서 이를 배워야 할 학교에서는 정작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한다면? 이는 학교 교육방침이 그만큼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사실 나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은 잘 모르겠다. 수업시간 집중과 학습효율을 생각하면 핸드폰 규제가 맞는 것 같고, 학생 인권과 정보화 시대, 요즘 아이들의 핸드폰 사용 중요도를 생각하면 핸드폰 소지가 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핸드폰 규제보다는 핸드폰 소지가 점점 힘을 받을 것이고, 어느 순간 학급 핸드폰 가방도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될 거라는 점이다.


나는 아침 조회시간에 아이들에게 큰 목소리로 "핸드폰 안낸 사람 빨리 내~!" 라고 말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항상 생각이 복잡해진다.

 

 '핸드폰 과연 계속 이렇게 거두는게 맞는거야? 안맞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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