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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Feb 20. 2022

문과선생님이 느끼는 요즘 문과의 현실1

 요즘 고등학생들의 선택과목 이야기1

문송합니다 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이 말이 요즘 유행어가 되었다는 사실은 문과의 현실이 현재 그만큼 암울하다는 것이다.


아래의 기사는 오늘날 대한민국 문과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557549&code=61141111&stg=ws_real


내가 현장에서도 '문과가 정말 찬밥대우를 받는구나' 하는 것을 뼈 때리게 느꼈던 것은 바로 작년 1학년 담임할 때였다.


요즘은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5월달만 되면 바로 고2때 자신이 희망하는 선택과목에 대한 가수요 조사를 진행한다.


 또 7월달에는 자신의 희망 선택과목을 입력해서 제출한다. 사실 여기서 본인이 선택과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진로는 문과쪽인지 이과쪽인지 이때부터 갈라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학교는 참고로 이 동네에서 문과성향이 강한 여학생 아이들이 많이 선택하는 학교였다. 따라서 예전부터 우리학교에서는 문과 선택비율이 이과 선택비율보다 높았고 못해도 문이과 비율이 최소 1대1은 되었다.


 그런데 이런 우리학교조차 작년에는 문이과 선택 비율은 1대2였다. 우리학교에서 이과 선택자가 이제 문과 선택자를 앞질러 2배가 된 것이다.



 

 사실 내가  아이들의 과목별 성적을 분석해보면 쟤는 문과성향, 얘는 이과성향이라는 것이 대략적 으로 분류가 된다.


 사회나 국어 성적에 비해 수학과 과학 성적이 크게 못미치는 아이가 당연히 이과 성향일리가 없다.


 책읽기와 글쓰기, 발표를 좋아하고 실험이나 조립, 수감각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아이가 이과 성향 일리가 없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아이들조차 이과를 선택하는 것이다.


아니 왜?


답은 하나다. 문과는 좀 아닌것 같아서......




흔하지는 않지만 역사수업 시간에는 "나 역사 덕후에요" 라고 해서 유달리 튀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다른 과목에 비해 역사 성적이 특히 돋보이고, 역사 상식에 대해서 만큼은 전교 1,2등 하는 최상위권 학생보다 훨씬 많은 상식을 자랑 한다. 심지어 역사 인물에 대해서는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때도 있다.


 한 학생은 발표 수업을 시켜보면 발표력도 상당히 우수해서 내가 크게 감탄한 적도 있었다. 한번은 이 아이와 진로상담을 진행했다.



  "너는 진로가 무엇이니?"

  

"글쎄요. 아직 정확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박물관 큐레이터나 역사학자를 해보고 싶어요. 아니면 선생님처럼 역사교사도 좋아요."


"그래 좋아. 계속 지금같이 역사공부를 열심히 해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빛나는 역사인재가 되렴. 선생님도 응원하고 도와줄게."


 이런 훈훈한 이야기를 하고 1학기가 끝나갈 무렵 이었다. 이제 고2때 선택과목을 최종 결정해야 하는데 그 매니아 학생반 담임선생님이 나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쌤~ 우리반 역사 매니아 말이야. 지금 진로 때문에 고민이 상당히 많은가봐."


" 네? 걔는 전형적인 역사매니아이고 자기도 역사 분야로 진로 선택할거라던데요. 혹시 무슨 일 생겼나요?"


"그게~~~ 그 학생 부모님이 걔가 역사(문과)쪽 가는 것을 많이 반대하셔. 얘가 성적이 제법 괜찮은 편이고 수학 과학도 나쁘지 않은데 역사나 문과 쪽으로 가는건 취업이나 돈벌이도 그렇고 부모 입장에서 성에 안찬다는거지. 얘도 당연히 역사 쪽으로 자기 진로를 생각하고 그동안 큰 고민이 없었는데 부모가 자꾸 반대하니까 마음이 싱숭생숭 하나봐...."


"........"


 진로 선택에 대해 담임도 아닌 교과교사가  너는 이것해라 너는 저것해라 정해줄 수도 없는 노릇 이었다.  


나는 결국 지켜보기 밖에 할 수가 없었는데 결국 그 학생은 그동안 생각해왔던 자신의 역사 진로 꿈을 접고 수학 과학 쪽으로 선택과목을 집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아이들이 문과를 참 선호하지 않는구나 또 한번 느꼈던 때는 아이들이 방과후 수업을 선택할 때였다.  


마침 2학기 때는 교육부에서도 "교육회복지원금" 이라 해서 각 학교에 상당한 양의 지원금을 주었고 우리 학교에서도 이 돈을 활용하여 선생님들이 주축이 된 방과후 프로그램을 많이 개설했다.


난 당시에 평소 수업시간에 해보지 못했던 역사적 논쟁이 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역사 토론 수업을 한번 진행해보고 싶었다. 당당히 역사 토론 방과후 수업을 개설했다.


그래도 한반에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몇명 있는데 걔네가 친구들 불러 모아서 참여자가 많지 않을까 나는 은근히 기대감을 품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기대는 기대였을 뿐이었다. 좀처럼 아이들이 신청하지 않아서 수업 개설에 어려움을 겪었고 겨우 희망자 몇명 만을 추려서 반 한개를 겨우 만들 수 있었다.


번면 과학쪽은 인기가 폭발이었다. 평균적으로 한 선생님 당 2~3개 반 이상이 개설되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아이들은 선생님이 방과후 수업 개설을 희망하지 않는데도 과학 방과후 수업을 개설해 달라고 조르기까지 하였다.


 겨우 한개 반 만들 수 있었던 나의 상황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새학기를 준비하면서 2학년으로 진급하는 아이 들의 반 편성을 봐도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최상위권 뿐만 아니라 상위권 학생들 상당수도 수학 과학 중심의 이과 과목들을 대부분 선택 하였고 이 때문에 문/이과반의 학력격차까지도 크게 우려될 상황이 되었다.




 사실 문과의 찬밥 현실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20년 전에 내가 학교에 다닐 때 역시 마찬 가지로

 

  '문과보다는 이과가 낫다'  '문과 나와서는 이과에 비해 취업 어렵다.'


  하는 이야기들은 계속 있었다.


그런데 갈수록 과학 기술 수준이 발전함에 따라 과학 기술은 점점 더 주목받고 있고 반면 인문 사회는 계속 밀리고 있는게 지금의 실정이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계속 심화될 것인가? 이러다가는 문과는 정말 망할 수 밖에 없나? 정말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해야 하는 것일까?


  문과 선생님으로서 기죽어 는 문과 학생들을 위해 뚜렷한 도움도, 뚜렷한 해결책도 제시할 수 없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음 번에 좀 더 이 이야기를 계속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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