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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Mar 09. 2022

교사가 수업시간에 느끼는 감정

교사도 수업시간은 늘 긴장된다.

나는 11년차 교사다.


역사를 전공했고 수업시간에도 대부분 역사만을 가르쳤다.


그런데 이제 익숙할 법도 되었는데 여전히 학교 수업은 부담되고 긴장된다. 어쩌다 학교 일정 변경이나 시간표 변경으로 그날 수업이 없어지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와. 이제 좀 한숨 돌리겠네. 다행이다"


 이런걸 보면 나는 참 수업에 대해 많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실제 수업 시간이 다가올수록 내 긴장감은 고조된다. 보통 2교시가 마치고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은

      

' 와 드디어 2교시 끝났다. 이제 좀 쉬자.'


하고 분주하게 복도를 뛰어다니거나 친구를 부르거나 때론 잠을 보충하기도 하지만 나는


'3교시 수업이 이제 10분 남았구나. 준비가 잘되었나? 어디 놓친 것은 없나? 긴장되네 ㄷㄷ'


하며 본격적으로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이제는 좀 편하게 수업할 수 없을까. 그래도 10년동안 최소 50번은 가르쳤던 내용이잖아! 하며 수업 직전 여전히 콩닥콩닥거리는 내 가슴에 손을 대며 원망해본다.


하지만 수업을 100번 하든 200번 하든 앞으로도 내 가슴의 두근거림은 계속 될 것 같다.


예전에는 이런 문제로 약간의 스트레스도 받았었다. 특히 수업 시작전 항상 여유있게 웃으며 교실에 들어가시는 베테랑 선생님들을 볼 때엔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도 저 정도 짬(경력)이 되면 여유가 생기겠지. 그때되면 안보고도 수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초임때는 나도 저렇게 될 것이다 애써 위안을 삼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게 되기는 커녕 여전히 내 마음 속의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콩닥콩닥 거림을 내 나름대로 해석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선 긴장을 하게 되니 매시간 수업 준비를 허투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이미 50-60번이나 가르친 내용이고 머릿속에서는 "삼국의 발전" 이라고 하면 고국천왕, 광개토대왕, 장수왕, 고이왕, 근초고왕, 법흥왕, 진흥왕 등 오늘 수업할 중요 포인트가 술술술 생각나지만 지금 이 시간 나에게 수업듣는 이 아이들에게는 모두가 학교에서는 처음 배우는 새로운 내용들이다. 그것도 50분 동안 전적으로 나에게 의존해서 말이다.


한 반에 이들 30명 시간을 합치면 모두 1500분, 내 수업 하나로 나는 타인의 소중한 1500분을 책임져야 한다.


어찌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업시간이 다가올수록 혹시나 빠트린 내용은 없을까. 이 주제는 무엇과 연관해서 설명할까. 우리 일상생활과 관련해서는 어떤걸로 비유를 들 수 있을까 끊임없이 점검하고 생각하고 고민한다.


긴장감은 고조되지만 그래도 그렇게 공을 많이 들이고 신경을 많이 쓴 수업일수록 아이들 수업 집중도가 참 좋다. 특히 나도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어버버'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정확한 개념을 또박또박  말해줄 수 있고 이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도 쉽게 알아 들었다는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떡인다. 그럴 때 나는 기쁘기도 하고 보람도 느끼고 다행이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모든 아이들이 내 수업을 집중해서 잘 듣는 것은 아니다. 표정부터가 나 지루해요 하며 턱을 괴고 수업 듣는 아이들이 있고 대놓고 엎어져 자는 아이, 수업시간 계속 옆만 쳐다보는 아이 등 수업시간 아이들 표정과 행동도 저마다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감정을 가장 당황케 하는 장면은 뒷자리에 앉아서 내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다른 과목 공부에 열중 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그럴 때 나는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리며 허탈한 감정이 들면서 화가 날 때가 있다.


 "내 과목 중요도가 그렇게 떨어지는건가. 아니면 내 과목에 관심이 없는걸까. 저 아이에게 내 수업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저 아이는  대체 내 수업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속으로는 그런 장면을 목격하면 수업하다 말고 거기 ! 하면서 소리를 빽 지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내 머리는 감정이 밀려오면서 수업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하는 머리랑, 화를 내야 하나 고민하는 머리가 뒤섞여 혼동이 되어 한동안 침묵이 흐를 때가 생긴다.


"선생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심각해지셨어요."


"응? 아...아니야. 아무것도."


예전에는 이럴 때 나는 화부터 다짜고짜 냈었다.


 이런 행동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이건 너 잘못이다 그러니 너에게 난 소리지를 자격이 있고 너는 이 버릇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지적받아야 한다는게 내 "화"의 논리였다.


그런데 그렇게 몇번 화를 내고 나면 항상 후회가 많이 남았다.


- 그렇게 화낸 내 모습에 굴복한 그 아이는 과연 진심으로 그날의 행동을 반성했는가? no

- 그 아이는 앞으로 두번 다시는 그런 행동을 안할 것인가? no

- 수업시간에 화낸 내 모습은 다른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교육적효과가 있었나? no no!



결국 화를 내고 나면 당황했던 내 마음만 잠시나마 해소되었던 것이지, 다른 아이들에게 불편한 감정은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지적받은 아이들도 보통 진심으로 반성하기보다 '부끄럽게 뭘 그렇게 애들 보는 앞에서 개 망신을 줘? 아 진짜 짜증나' 하며 나에 대해 반발심만 더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나는 교사이면서도 어른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들 앞에서 감정적으로 대하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화는 잘못된 일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그 이후 아이들이 수업시간 어떤 행동을 해도 지속적이지 않고, 타인에게 방해를 주는 행동이 아니라면 크게 지적하지는 않게 되었다. 특별히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해도 그 자리에서 지적하기보다는 한참 지켜보다 나중에 따로 불러서 차분히 타이르고 조언하는 정도로 끝냈다.


무엇보다 교사는 누구나 수업을 맡게 되면 30명 중 해당 교사의 수업을 학수고대하는 팬그룹 아이들이 생기게 된다. 이 아이들은 늘 밝은 얼굴로 내 수업을 기다리고, 내 발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하고, 내 이야기에 가장 크게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이다.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지만 나는 수업시간 늘 이렇게 최선을 다해주는 고마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감정적으로 수업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일도 나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또 하나의 의미있는 배움의 시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배움의 주체자가 바로 나이고 30명이 오매불망 나를 바라보고 있을텐데 내가 어떻게 설레지 않고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일을 준비하는 지금 나는 긴장하고 있지만, 밝은 모습으로 내 수업을 집중해서 경청해 줄 아이들을 상상하며 나는 오늘도 수업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끝으로 작년 교원평가에서 나에게 가장 감동을 줬던 학생의 멘트를 소개한다.



'선생님 수업은 힘들었던 제 고3시절에 청량제 같았고 힐링이었어요 선생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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