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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Mar 14. 2022

교사도 '앞으로' 를 고민한다.

제2의 삶과 직장은 누구든 준비해야 한다.

내가 근무한 학교들에는 유독 원로 교사들이 많았다. 여기서 원로 교사란 나이가 지긋하신, 곧 퇴직을 앞두신 선생님들을 존칭하는 말로 나는 줄곳 이분들과 같은 교무실에서 일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현재 퇴직을 앞두신 상황들이다 보니 말하는 주제도 비슷했다. 대부분 명예 퇴직, 연금, 퇴직 후의 삶 등에 관한 이야기였다. 어찌 보면 아직 젊은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은 주제들이었으나 자꾸 이쪽에 포커스를 맞춰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도 '퇴직 후의 내 삶은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나는 가끔씩 이 분들의 수업 준비 열정에 큰 감탄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특히 5시 퇴근 시간이 되었을 때, 본격적으로 교무실에 혼자 남아 ebs 강의를 듣고 최신 교육 트렌드를 배우고 이를 아이들 수업에 적용하려는 이 분들의 열정에 깜짝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5시 땡이면 학교 업무는 내일로가 되고 무조건 칼퇴를 해야 했던 내 모습과 상반되어 나 스스로 반성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교직생활 중에는 그렇게 열정적으로 수업 준비를 하시고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시원로선생님들이셨지만 정작 퇴직 후의 삶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설계도 있지 않으신 것 같았다.


연락은 뜸하지만 퇴직하신 선생님들께 가끔 안부 문자를 보내면


" 나야 잘 있지 허허. 새해 인사 고맙네. 뭐하고 있냐고? 글쎄 딱히 할 만한게 없어서 그냥 집에서 매일 쉬고 있네. 뭘 해야 할까? 체력은 아직 남고 마음은 청춘인데 말이야. OO 선생이 차라리 좀 가르쳐 줘봐."

   

 하는 응답들을 자주 받았다.


나는  이런 문자를 받으면서 나 역시 20년 뒤에 퇴직이 가까워졌을 때 이 분들과 삶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야 안정된 정규직으로 최소한의 내 소임만 하면서 살고 있지만, 정작 퇴직 후에는 딱히 능력도 없고 기술도 없고 체력도 후달리는 60대 취준생인 나를 그 어느 회사에서도 써줄 것 같지가 않았다.


특히 2030 우리 공무원세대는 그렇지 않아도 공무원 연금개정으로 퇴직후 받게되는 연금 수령액도 이전보다 훨씬 적을텐데 말이다.


이대로 가만 있다가는 나 역시 수명만 길어지고 빈곤한 삶을 사는 비참한 노인이 될 것 같았다.





미래 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앞으로 현재 청소년 세대의 평균 수명은 100세를 넘어 120살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현재의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현대 의학 기술은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아마 지금의 3040세대들도 현대의학기술의 혜택을 받아 최소 90살, 보통은 100 살을 훌쩍 넘겨 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괜히 100세 시대란 말이 아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우리의 직장 근무기간이다.


물론 직종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삶의 주기를 보면 30살에 취업하여 정년은 기껏해야 60살 정도까지가 끝이다.


즉 30년간 벌어들인 소득으로 우리는 60살 퇴직 후에도 죽을 때까지 무려 40년을 더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럴때 우리가 연금으로만 과연 살아갈 수가 있을까? 갈수록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 국가의 생산성도 그만큼 줄어들고, 국가가 보조해야 하는 지원금도 부담이 커질 것이다. 결국 국가는 지원금을 줄여야 할 것이고 우리삶도 그만큼 궁핍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그래서 나는 퇴직 후 제2의 삶, 제 2의 직장, 제2의 소득 파이프라인대해서도 고민을 한다.


물론 지금 상황에선 딱히 준비랄 것은 없다. 정말 잉여인간스럽게 고민만 진행 중이다.


그래도 티끌같은 내 노력들을 하나씩 열거해보면 작년부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유투브 수업 영상을 수십 개 만들어 놓았다.(비록 구독자 수는 처참하지만;;) 그렇게 영상 퀄리티가 좋은 편은 아니라 시청자를 많이 끌어들이지는 못했지만 수업 내용만큼은 압축적이고 충실하게 담고자 노력하였다. 그 결과 시험 공부를 할 때 내 영상을 본 아이들에게는 도움 꽤 된다는 제법 좋은 평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한편 브런치 글도 자주 이렇게 쓰면서 내 지난날을 되짚어 보고, 소재 거리를 찾아서 공부도 해보고, 다른 작가의 글을 통해 배우고, 내 필력을 향상시키고자 스스로 노력 중이다.


한편으로 미래직종이나 미래세계에 관한 책들도 두루 섭렵중이다. 아직은 나에겐 뜬구름잡는 것 같은 와닿지않는 이야기들이 전부지만, 그래도 자꾸 알아두고 자꾸 봐야 앞으로의 미래 세계에 대한 적응도 쉬워질 것 같다.


제 2의 소득 파이프라인을 위해서 부동산 재테크도 계속 공부 중이다. 현재는 분양받은 아파트 대출금 갚느라 아직은 잉여 투자금도 없고, 생활비 자체도 마이너스 수준이지만 자꾸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기회가 올 때 확신을 가지고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지난 10년간의 나는 정말 아무 생각없이 살았다. 하지만 이랬던 내가 요즘에는 그나마 퇴근 후 "노력" 이라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의 내 삶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런 내 노력들이 눈처럼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 복리의 마법처럼 큰 눈덩이가 될 수 있고, 나이들어서의 나에게 작은 결실이라도 하나 안겨주지 않을까 한다.


사람의 수명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60세 이후의 삶도 준비해야 한다. 당신에게 있어 제 2의 직장은 무엇이고 당신은 현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부분에 대해 깊은 고민과 준비를 해야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ps.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늦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껄무새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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