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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Apr 08. 2022

교복 그것 꼭 입어야 하나요?

요즘 아이들의 교복에 대한 생각


미국 프로야구의 뉴욕양키즈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구단이다. 다만 이 구단에는 독특한 풍습이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유니폼 뒤에 선수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참고로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에는 유니폼 뒤에 모두 선수 이름이 적혀있다.)  이것은 전통을 강조하는 양키즈 구단의 확고한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팀보다 위대한 개별 선수는 없다. 우리는 원 팀이다." 하는 것을 팬들과 선수들에게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뉴욕양키즈의 과거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래너는 선수들의 외모와 복장을 깐깐하게 관리하기로 유명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선수들의 외모에 관해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으며, 수염이 덥수룩한 선수의 수염을 밀어버리고 장발에 턱수염까지 허용하지 않았다. 또한 선수들이 유니폼 상단의 단추 하나 푸는 것까지 단속할 정도로 선수들을 통제했다.



그는 양키스라는 최고 구단에 몸 담은 사람들은 그에 걸맞은 최고의 자세, 태도, 예절을 지녀야 한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적 선수들은 가차없이 자신이 기르던 수염과 머리를 잘라야 했고 일부 선수들은 '교도소도 여기보다는 자유로울 것' 이라며 반항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타인브래너는 '머리를 기를테면 구단에서 나가라' 고 전달하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경기 때마다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는 '장발자' 명단을 적어 감독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바로 조치하라는 뜻이었다.


 그는 2010년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이런 꼰대(?)스러운 조치 사항들은 여전히 뉴욕양키스의 전통으로 남아 현재도 구단과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욕 양키스의 사례처럼 매년 우리 학교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교복문제다.


지금은 덜해졌지만 특히 과거 학교 생활 인권 규정 개정과 관련해 회의를 하면 꼭 단골로 거론된 주제가 교복을 반드시 입어야 하는가/입지 않아도 되는가 문제였다. 이 문제를 놓고 교사, 학생, 학부모 위원들은 자기의 생각을 주장하며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교복을 반드시 입어야 한다는 쪽에서는 그래야 학생이 학생답게 보이고,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학교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이 분들은 복장 뿐 아니라 기본적인 두발, 화장 단속까지 요구하기도 하였는데 학생들에게 이런 제한 조건들을 풀어버리면 아이들은 더욱더 외모 가꾸는 것에만 신경을 쓰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학교의 학업 분위기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복장과 외모를 통제하게 되면 학업 성적이 올라간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학업과 공부란 것은 자기가 해야겠다는 자발적인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지, 무언가를 억압하고 통제한다고 해서 갑자기 공부할 마음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아이들 대부분은 "귀한집 자녀" 소리를 들으며 복장과 외모를 단속 안해도, 학교에서 학원에서 또 과외를 통해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아이들 복장과 학업이 상관계수가 있다면 방과후 편한 복장의 아이들이 학원에서 보이는 높은 학업 집중력은 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편으로 복장과 외모 문제로 자주 지적되는 아이들 대부분은 사실 주로 학업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에게 학교 스타일에 맞는 단정한 복장과 외모를 강조하고 단속한다 해서 아이들이 갑자기 마음을 돌려 학업에 열중하는 경우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아이들은 네일아트, 디자인, 메이크업 등에 관심이 많은데 장기적으로 이 아이들의 진로까지 생각한다면 과연 단속만이 능사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였다.


오히려 교복은 실제 학교에서 학업에 전념하기에 불편한 면도 있다. 폴리에스테르가 많이 들어가 있고 빳빳한 재질을 가지고 있는 일부 품목들은 아이들 활동에 지장을 주고,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피로감을 가중시킨다. 단적인 예로 우리가 정장을 입고 다닐 때와 편한 복장이나 체육복을 입고 다닐때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또한 중고등학교 아이들은 한창 성장기의 절정에 있다. 특히 키나 몸집 자체가 커지다 보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이즈가 안맞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여학생들은 2-3학년이 되면 블라우스나 재킷이 너무 타이트해졌다고 불편함을 호소한다.


아이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 학교에서는 편한 학교 체육복이나 학교 생활복을 교복과 병행해서 입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마저 불편한 점이 있는데 체육복의 경우 체육시간을 활동적으로 보내면 땀이 베여서 빨래를 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다음날 다시 편하게 입을 옷이 없어서 문제가 된다. 또한 7, 8월 무더운 여름날에는 체육복 상의나 생활복마저 덥기 때문에 일부 아이들은 라운드 면 티셔츠를 착용하고 다니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심화되면 아이들은 편한 운동복 차림의 사복을 입을 때도 있게 된다. 이후 교실에서의 아이들 복장은 교복, 체육복, 라운드 티셔츠, 편한 운동복 등 다양한 가지각색의 옷들로 구성되는 것이다.


 현재 교실 내의 이런 풍경에 대해 예전 학교 문화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불편한 시선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이 분들은 '학생다움'을 강조하고 학교의 규정이 무너졌다며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또한 현재 우리 학교의 학생 생활 인권규정에는


"교내에서는 규정된 교복이나 체육복 착용을 권장한다." 


 라고 되어 있는데 '권장한다'를 통해서는 아이들 복장을 단속할 근거가 없다고 아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분들이 말하는 학생다움이라는 것은 과연 실체가 무엇인가? 과거의 획일적인 머리 스타일에 매일 단정한 차림의 교복이 그것이라면 이것은 단순히 그 분들이 생각한 과거의 학생다움을 현재에도 똑같이 적용하려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 시대가 바뀌면 학생다움의 의미도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현재 그 의미를 규정해야  사람들은 그분들이 아니라 현재 학교에 몸담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 또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사여야 한다.


실제 그런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서 우리학교에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대표들이 모여 매년 학생 생활 규정 회의를 열고 있고, 학생들의 의견도 모으고 있다. 놀라운 것은 회의를 해보면 의외로 아이들 중 교복 폐지를 찬성하는 쪽은 생각보다 많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아이들은 매일 획일적인 교복 착용만을 반대할 뿐 교복이 우리 학교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상징성을 가지고 있고, 학교공식행사나 단체활동을 할 때 꼭 필요한 복장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입학식이나 졸업 앨범 촬영을 할 때는 스스로 정돈되고 단정한 교복 복장으로 나타나 사진 촬영에 열심히 임하기도 한다.

 또한 학생회 아이들은 '교복 DAY' 나 '교복 바로입기 주간행사' 를 진행해 교복을 잘 갖춰 입는 학생이 많은 반에게 상품을 주는 행사도 매년 진행 중이고 한번씩 복장이 지나치게 사복 위주로 흐트려졌다 싶을 때는 '교복 바로입기 캠페인'을 자치적으로 진행해 아이들에게 교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교복은 어떤 의미일까? 분명한 것은 아이들은 교복을 편한 복장으로 바라보지 않을 뿐이지,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SNS에 우리네 학교 교복은 이런 모양, 이런 스타일이라며 자랑스럽게 올리기도 하고 교복을 다른 학교 아이들과 우리네 학교 아이들을 구분하는 기준점으로 삼기도 한다. 또한 외부행사를 갈때에는 같은 교복을 입고 나감으로써 소속학교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대학교까지 이어져 대학생들이 과잠바를 맞춰 입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교복을 반드시 입어야 할까? 과거세대도 아니고 신세대도 아닌 끼인 세대인 내 입장에서는 '반드시는 아니다.' 라고 애매하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회사를 매일 다닌다 해서 매일 정장을 입고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학교에서 매일 교복을 반드시 입어라 하고 강제하기는 힘든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머리에 과도한 스크래치를 하고, 핫팬츠를 입고, 문신을 하면 어떻게 되냐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우리학교 학교생활규정에는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수업분위기를 해치는 과도한 화장이나 머리모양을 허용하지 않는다."

"신체에 문신이나 고의적인 상처로 인한 흉터 등의 자국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 


 하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고 아이들도 자발적으로 이 규칙을 이해하고 잘 지키고 있다. 또한 가끔씩 너무 튀는 복장을 한 아이에 대해서는 모두가 주목을 하게 되고 주변 아이들이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서 그 아이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일상적인 복장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현재의 우리학교 생활규정은 대부분 아이들의 동의와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면이 많다. 이에 따라 아이들 중 다수는 학교 생활 규정에 만족하고 이를 지키고자 노력한다.

앞으로 교복의 미래가 어찌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학교현장에서 교복은 현재 유지와 폐지의 딱 중간지점에 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교복을 입는 주체는 학생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교복과 복장 문제에 대해서도 항상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모아 규정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제는 외부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복장을 통제하고 단속하는 시대는 끝났다. 변화된 시대 흐름과 학생 자치 시대에 걸맞게 아이들의 의견을 통해 학교 복장을 규정해야 할 것이다.  


 




ps. 아, 그럼 뉴욕양키스는 어떻게 된거냐고? 뉴욕양키스가 2000년대 강팀으로 군림했던 것은 스타인브래너가 거액을 써서 좋은 선수들을 많이 영입했기 때문이었지, 엄격한 복장 단속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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