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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May 25. 2022

체벌의 시대는 갔고 이제 잔소리의 시대마저 가고 있다.

요즘 시대에 필요한 지도방식

 요즘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잔소리와 꾸중이라고 한다. 대부분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부모 밑에서 사랑과 애정으로 자라난 아이들인 만큼  잔소리와 꾸중이 익숙할 리 없다. 그래서 요즘에는 이 문제로 교사와 학생 간 부딪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다소 과도기적 측면이 있는데 앞으로 이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예전 학교에서는 체벌이 많았다. 내 학창 시절을 떠올려봐도 선배에게 인사 제대로 안 했다고 단체로 불려 가서 매를 맞기도 했고, 선생님께 복도에서 뛰어다녔다고 단체기합을 받기다. 워낙 자주 받는 체벌이다 보니 '체벌이 정당한 것인가' 생각할 틈도 없었다. 그저 윗사람이 혼내면 '내가 또 잘못했나 보다.' 그냥 받아들였고 그렇게 체벌은 반복되었다.


하지만 요즘의 학교에서 이런 모습은 정말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인권교육이 학교에서도 점차 강조되면서 체벌은 갈수록 자리를 잃어갔다. 처음에는 체벌 없이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냐는 일부 교사의 볼멘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도 체벌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법의 원칙은 확고했다. 특히 체벌로 인해 학생 교사 간 법정 공방까지 간 경우 어떠한 사유든 체벌한 교사가 패소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학교에서는 더 이상 체벌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학교에는 학생 지도를 위한 교사의 꾸중이나 잔소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나 역시 학생들의 태도가 너무 예의가 없거나 수업시간 아이들이 지나치게 산만할 경우 잔소리나 꾸중을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런  지도방식은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점잖게 타일러 충분했을거라는 후회가 많이 남았다.


또한 이런 잔소리는 사실 그때 상황에 대한 일시적인 방책이었을 뿐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었다. 아이들은 '이 선생님이 지금 화가 많이 구나.' 하며 상황을 모면하려고 애쓸 뿐 자신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몰랐다. 그러다 보니 며칠 지나면 이런 행동은 또다시 학교에서 반복되었다. 뿐만 아니라 교사가 자주 잔소리나 혼을 낼 경우 아이들은 '저 선생님은 매번 듣기 싫은 소리만 반복한다.' 면서 오히려 해당 교사를 기피하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반감을 가지고 교사의 지시에 더욱 삐딱하게 구는 경우도 있었다.


선도위원회를 맡으면서 가끔씩 교사 지도 불응이나 교사와 부딪힘으로 올라오는 아이들을 만난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과 상담해보면 자기 잘못이 100%라고 수긍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 부분은 제가 잘못했지만 선생님이 그렇다고 화 내신 건 잘못한 거죠."

"그건 저도 인정해요. 하지만 조용히 따로 불러서 이야기하면 될 것을 여러 애들 있는 앞에서 언성 높이며 혼내신 것은 이해가 안 가요."


물론 교사 입장에서는 아이의 평소 태도가 좋지 못하고, 여러 번 말해도 듣지를 않으니 어쩔 수 없이 화낸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3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이들의 저런 항변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가에 법이 있는 것처럼 사실 학교도 학교생활 규정에 근거하여 아이들을 지도한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학기 초에 아이들에게 학교 생활 규정을 공지하고 이에 따라 지도할 것임을 예고한다. 교사는 이런 학교규정을 잘 이해하고 이에 대한 정당함을 가지고 아이를 지도하면 되는 것이다. 굳이 화를 낼 필요가 없다.


 특히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요즘의 아이들은 대부분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에게서 손에 때 한번 묻지 않고 사랑과 칭찬만을 듬뿍 받고 자란 세대들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꾸중이나 잔소리는 그 자체로, 큰 상처와 충격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요즘의 부모들이 아이를 지나치게 오냐오냐 하면서 키운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에게 사랑을 주면서도, 아이가 잘못한 행동을 했을 경우 이를 분명하게 알려주고, 규칙을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한지도 알려주었다.


이런 부모의 가르침을 받고 자라난 아이들일수록 학교 교칙에 관심이 많고, 교사의 생활지도 정당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끊임없이 의문을 품게 된다. 따라서 요즘의 교사는 교칙을 잘 이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교칙을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하고 왜 도움이 되는지를 아이들에게 이해시키는 능력도 요구된다.  


생활지도 측면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아이가 어떤 잘못을 하든 간에, 아이와 교사의 관계는 래포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사가 아이를 호통치고 불신할수록, 교사와 아이의 관계는 악화되고 교사의 지도방식은 효력을 잃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따라서 교사는 아이에게 "너의 행동은 잘못되었지만 너 자체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너를 신뢰하고 존중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너는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 는 긍정적 메시지를 계속 아이에게 주어야 한다.


시대가 변했고 10년 전인 내 초임때와 비교해 아이들은 또 한번 바뀌었다. 지금의 아이들은 체벌을 넘어서 이제 잔소리나 꾸짖음조차 낯설어하고 힘들어 한다. 따라서 과거 체벌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잔소리나 꾸짖음도 교육 현장에서 점차 효력을 잃어가고 있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면서 혹시나 자신의 교육방식이 과연 요즘 아이들에게 적합한 것인지 교사 스스로 자신의 지도방식을 점검해 볼 시기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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