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은따의 유형과 은따가 되었을 때 느끼는 고통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은따'가 생겨났을 때 학생(본인), 학부모, 담임(학교)은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1. 학부모는 어떤 상황이든 자녀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
통합 데이터 지도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청소년의 고민 1위가 바로 친구관계라고 한다.
꼭 이 데이터가 아니더라도 실제 많은 통계자료에서 청소년들은 대인관계(친구관계)로 인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부모들 입장에서는 청소년기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학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건강한 교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학업에 온전히 집중하기도 어렵다.(실제 교우관계가 불안정해진 아이들은 성적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청소년기의 교우관계 문제를 유아기 때처럼 부모가 직접 개입해서 해결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아직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해결 방법에 대해서 미숙한 청소년들을 위해 부모는 아낌없는 지지와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우선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이라면 아이를 야단치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아이에게 정서적 지지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외롭고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아이에게는 그 누구든 자기의 편이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에서는 이런 절대적 지지를 보내주어야만이 아이도 마음의 문을 열고 부모에게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을 것이다. 또 가정에서 받은 신뢰와 정서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다시 이 문제에 대해 용기를 가지고 맞설 수 있을 것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담임 선생님에게 아이의 상황을 숨기기보다 구체적으로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학급에서 아이들 교우관계를 살피고 있는 것은 담임이기 때문이다. 담임선생님을 통해 아이의 문제 행동이나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 현재 아이의 학교생활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원인 파악이 제대로 되어야만이 구체적인 해결 방안도 나올 수 있다.
혹시나 담임에게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가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도 있는데 담임도 최대한 눈치껏 피해 학생에 대한 지원 방안을 고심하는 편이다. 또한 담임 입장에서도 구체적인 부모의 도움 요청이나 상황 설명이 있어야 아이에 대한 지원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학부모와 아이가 이야기하기를 꺼려하면서 담임이 알아서 해결해 주기만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2. 생각 외로 담임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담임은 학급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고 평가하고, 아이들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사실 아이들에게 담임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아이들은 담임의 말 한마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때론 사소한 농담마저도 진실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런 담임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만약 학급에서 따돌림 분위기가 감지되었다면 담임의 훈화 몇 마디로도 큰 효과는 발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청소년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잘 안다. 만약 학급이 따돌림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면 많은 아이들도 '이래서는 안 되는데.....' 생각은 하고 있을 것이다. 상황이 그러할 때 담임이 적절한 시기에 개입해 아이들에게 올바른 길과 올바른 방법을 알려준다면, 아이들도 담임의 뜻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고 학급 분위기도 반전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나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담임은 의도적으로 자리배치나 모둠활동, 학급 행사에서 아이를 배려해 줄 수도 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도 하는데 담임은 우선 소외된 아이가 어울릴 만한 그룹이나 친구들을 살핀다. 그리고 컴퓨터로 자리 뽑기나 모둠활동을 할 때 의도적으로 이 아이를 특정 아이들과 자꾸 엮이게 만든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아이는 특정 아이들과 계속 대화할 수 있게 되고 같이 모둠활동을 하면서 어울릴 수도 있게 된다. 특히 이런 방법은 성격이 조용하고 소극적이라서 아직 교우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효과가 좋다.
수업시간이나 담임 시간에 소외된 아이를 자꾸 돋보이게 함으로써 학급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아이에게 모두가 관심을 안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자. 그럴 때 담임은 의도적으로 이 아이에게 발표를 시킨다든지, 학급 행사를 할 때 중요한 역할을 맡긴다든지, 봉사활동을 할 때 눈에 띄는 일을 맡긴다든지 하면서 일부러 이 아이를 부각할 수 있다. 또 소외된 학생을 의도적으로 칭찬하거나 자주 말을 걸면서 학급 아이들에게 그 아이에 대한 긍정적 여론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
3. 피해 학생 본인도 적극적인 마음가짐과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담임이나 학부모의 노력이 있다 치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학생 본인이다. 본인이 이를 달가워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행동할 경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학생 본인이 이런 어려움에 처했을 경우에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담임이나 학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행동은 학생 본인이 하는 것이지만 분위기 형성이나 자리 배치 등 환경적 지원이나 정서적 지원은 담임이나 학부모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도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친해지고 다가갈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이 필요한데 우선 상황이 안 좋을수록 모둠활동이나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이들은 학급에서 교우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수시로 주변 아이들을 평가하기도 한다. 그럴 때 본인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소외된 아이를 달리 보고 안 좋았던 학급 분위기 여론도 달라질 수 있다.
아이들의 교우관계를 보고 있으면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진입장벽이 높은 그룹이 있는 반면, 느슨한 교우관계에 배려심 있는 아이들로 구성이 되어 진입장벽이 비교적 수월한 그룹이 있다. 소외된 학생 입장에서는 이런 그룹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목표로 두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결국 본인의 적극성이다. 같이 밥은 먹고 싶은데 친구가 거절할까 봐 지레 겁을 먹고 결국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사실 이럴 때 친구관계 형성의 길은 요원하다. 아이들은 생각 외로 타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학생 본인은 소외되어서 힘들어하고 있지만 정작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가 소외된 상황인지 어떤 감정인지도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부끄러워하지 않고 직간접적으로 '너희와 친구가 되고 싶다.' '내가 소외된 상태인데 괴롭다. 나를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고 어필을 하면 주변 아이들도 쉽게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사회성이 부족해서 다짜고짜 주변 아이들에게 친구를 맺자고 졸랐다가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다. 친구관계도 어떻게 보면 연인관계와 비슷한데, 타인 입장에서는 나와 대화도 없거나 전혀 연관도 없는 아이가 불쑥 찾아와 친구 관계를 맺자고 하면 좀 당황스러울 것이다. 눈치가 부족한 이런 아이들의 경우에는 교사나 학부모로부터 먼저 조언을 받고 난 다음 행동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소외된 학생이 친구 관계 맺기에 성공한 사례는?
실제 학급에서 소외된 학생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보통 학급당 1명 이상은 있는 편인데 소외된 학생에서 탈출하고자 노력하여 성공한 사례도 몇 건 있었다. 과거 내가 맡은 담임반의 경우 학생 한 명이 전학을 왔는데 말수가 적고 소극적이라서 주변 아이들과 친구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럴 때 또 한 명의 학생이 전학이 왔다. 이 학생도 소극적이었다. 어느 날 점심시간 교실에 가보니 두 학생이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 교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때 내가 "그럼 너희 둘이 같이 밥 먹으러 가면 되겠네." 한 마디 하였다. 그러자 아이들은 "듣고 보니 그렇네요." 이야기하더니 그때부터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반이 갈라져도 단짝 친구가 되었다.
또 다른 사례는 메이저 그룹에서 학생 한 명이 떨어져 나온 경우였다. 사실 이 아이는 붙임성도 좋고 성격도 좋고 다재다능한 면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그룹에 붙어서 다시 친구 관계를 맺기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자기가 메이저 그룹이라 다른 아이들과는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때 나는 아이를 점잖게 타일렀다.
"친구들은 서로 동등한 존재지 그렇게 급을 나누어서는 안 돼. 나중에 네가 직장에서 사회생활할 때도 사람을 그렇게 급을 나누어 가려가며 사귀면 다른 사람들은 너를 어떻게 볼까? 친구들끼리는 기본적으로 서로 동등하다고 생각하고 두루 친하게 지내는 법도 필요해. 또한 상대방을 존중해줘야 너도 존중받을 수 있는 거야." 아이는 내 말에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니 이후 다른 그룹의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잘 지냈다. 이후 이 아이는 졸업할 때까지 여러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원만한 학교생활을 유지하였다.
한편 아이의 개인적인 노력으로 친구관계 맺기에 성공한 경우도 있었다. 맨 뒷자리에 앉아 한없이 무기력하고 침울한 표정을 짓던 한 아이는 어느 날부터는 갑자기 달라져 학급 행사나 모둠활동, 체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반장-부반장 등 학급 임원들에게도 그 아이를 잘 챙겨달라고 부탁하였는데 이후 아이는 반장-부반장의 도움 속에 더욱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가 적극적으로 달라지니 반 분위기도 그 아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후 그 아이는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방과 후에 같이 어울려서 잘 놀러 다니기도 하였다.
또 어떤 아이는 1년 동안 외톨이로 지내다가 새 학년이 되어 새로운 아이들이 뒤섞이자 적극적으로 관계 맺기를 하여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다시 학교 생활을 원만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하지만 그럼에도 학교에는 여전히 은따를 당하거나 학급에서 소외된 학생들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쌤 저는 혼자가 좋아요. 저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되거든요." 하며 기계와 친구가 되어 자발적으로 혼자 있기를 자처하는 아이들도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성 부족으로 이런 현상이 일시적으로 생긴 것인지, 아니면 이런 아이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지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외된 아이의 내면 속에는 긍정적 감정보다는 부정적 감정이 더 싹트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후에도 수많은 사회를 만난다. 성인이 되어서는 회사나 군대 등 또 다른 사회를 만나고새로운 교우관계를 맺는다. 또 아이의 자녀가 태어나면 그 자녀에게는 다시 학교라는 사회가 반복된다.
학교에서 아이가 따돌림을 당했는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극복 경험이 없으면, 아이가 앞으로의 사회생활에서도 제대로 헤쳐 나가기를 기대하기는어려운 법이다. 간혹 자퇴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단순히 그 상황을 피한 것일 뿐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도 학교에는 소외되거나 혼자 다니는 많은 아이들이 존재한다. 때론 씩씩하게 밥을 혼자 먹으면서도 그래도 선생님 앞에서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 하는 아이들을 볼 때엔 마음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다. 뭐가 되었건 이 아이들에게도 학교라는 공간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또 그러기 위해서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가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소외되는 학생들을 챙기고 노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