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투수의 보직으로는 마무리 투수와 선발투수가 있다. 마무리 투수가 9회 마지막 순간에 등판하여 한 이닝만 책임지는 보직이라면, 선발투수는 1회부터 등판하여 보통은 6-7회까지 책임지는 보직이다.
마무리 투수는 1이닝, 적게는 3 타자만 상대하면 되기 때문에 한 경기당 던지는 투구 수가 적다. 한 타자당 5개 정도씩, 평균 15-25개 정도의 공으로 경기를 마무리한다. 따라서 마무리 투수는 처음부터 전력투구를 한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하는 직구 위주로 뿌리며, 힘으로 타자를 상대하고 윽박지르려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마무리 투수로는 '돌직구'로 유명한 오승환이 있다.
<오승환/출처 나무위키>
반면 선발 투수는 평균적으로 6-7회까지 이닝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한 경기에 던지는 투구 수도 많다. 보통은 100개까지 공을 던지고, 많게는 110-120개의 공을 던지는 날도 있다. 그런데 선발투수가 앞서 본 마무리 투수처럼 모든 공을 전력투구하여 직구로만 던지면 어떻게 될까?
아마 그 투수는 1-2회는 넘어갈지 몰라도 그 이후로는 얼마 못 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직구만을 계속 던지다가는 갈수록 체력이 떨어질 것이고, 직구의 위력도 그만큼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00개 이상의 공을 던져야 하는 선발투수는 마무리 투수와는 다르게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가끔씩 직구 구속과는 20-30km 차이 나는 공도 섞어서 던져야 하고, 구종도 다양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선발투수가 가지고 있는 직구의 위력도 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선발투수로는현재 MLB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이 있다.
<류현진/출처 MHN스포츠>
그런데 우리 삶에도 이런 완급조절은 필수적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하는 일 대부분은 장기간에 걸치는, 때론 평생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직장인의 경우 취업에 성공하면 길게는 한 회사에서 20-30년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직장인이 너무 열정을 가지고 밤낮 가리지 않고 오로지 일에만 몰두하면 어떻게 될까? 처음 며칠간은 괜찮을지 몰라도 금세 번아웃(Burn out)이 오고 결국 쓰러지고 말 것이다.
여기서 호르몬 이야기를 잠깐 하면 우리가 어떤 위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면 '노르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이 호르몬은 투쟁 호르몬으로도 불리는데 스트레스나 위기 상황이 오면 주의력과 집중력을 향상하고 단기적인 기억력마저 향상시키는 호르몬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우리가 스트레스 상황에 놓일 때 노르아드레날린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벼락치기나 작심삼일이 가능한 것도 바로 이 호르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노르아드레날린은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즉 사람이 스트레스 상황에 계속 놓이게 되면 노르아드레날린 분비는 점차 감소하고, 반대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계속 증가하게 된다. 이 호르몬의 과다 분비는 만성 피로, 면역력,기억력 감퇴, 주의 집중력 결핍을 이끌게 되는데 이는 우울증 초기 증상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처음에는 본인도 무기력해지고 우울증인지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회복하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그럼 노르아드레날린 분비를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건 그만큼 재충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적어도 주말에는 업무를 위한 컴퓨터나 핸드폰은 꺼두자.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소중한 내 시간으로 가지자. 자연과 함께 한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며 책을 읽는다든지 하자. 내가 재충전한 시간만큼 노르아드레날린도 충분히 충전되어 다시 나를 업무효율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주말이나 밤늦게까지 일벌레, 일중독 상태로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그렇게 생활하는 것은 결국 내 몸을 망가뜨리고 파멸로 가는 길 밖에 되지 않는다. 재충전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