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교사들은 보통 임용고시에 합격하면, 합격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곧바로 발령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그리고 발령받은 학교에서는 곧장 담임을 맡게 되는데 실전 경험이라곤 교생 실습이 전부인 이들이 능숙하게 담임을 맡을리 만무하다.
실제 나 같은 경우도 임용고시 합격 후 곧바로 중학교 현장에 투입되어 3학년 담임을 맡아 아이들을 지도하게 되었다. 아는 것이라곤 얄팍한 전공 지식과 교육학 이론이 전부였던 나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부끄러워서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수차례 실수를 반복했다.
그렇게 되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평소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도 내가 담임이 되었을 때를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내재된 교육 철학이나 교육 경험도 없다보니 그저 아이들을 내 감정에 휘둘려 오락가락 대하기 바빴다. 당연히 담임으로서의 권위도 서지 않았다.
그럼 아이들에게 담임으로서 좋은 권위를 세울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글은 10년간의 어줍잖은 내 교직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글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교직에 나서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다.
1. 아이들과 좋은 관계맺기부터 해야 한다.
처음 담임을 맡아 교실에 들어가면 담임도 긴장하지만 아이들도 보통 긴장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담임을 쳐다본다.
'올해 우리 담임 선생님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일까? 나와 담임 선생님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그렇다. 아이들도 담임교사와 보통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특히 가정에 부모가 있다면 학교에는 담임이 있을 정도로 담임과 아이들 사이는 가깝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런 담임과 불편한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역으로 아이들의 마음이 이러하다면 담임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금방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있다는 것이 된다. 특히 담임교사가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주고 받고, 자주 선택권을 주고 그들을 이해하려 할수록, 아이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어느새 담임의 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지난 글에도 말했듯이 한국인들은 관계주의 성향을 가지고 남과 주변, 단체 분위기를 특히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아이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평소 담임을 신뢰하는 학급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면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고 왠만해선 담임의 말을 거스르거나 이탈하지 않게 된다. 간혹 그런 아이가 생겨도 대부분의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만 안타깝게 바라볼 뿐, 담임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담임의 권위는 바로 아이들과의 관계맺기, 이를 통한 담임을 신뢰하는 학급 분위기로부터 출발한다.
2. 아이에게 벌보다는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자.
내가 초임 때 가장 많이 했던 실수는 아이가 흡연이나 무단 이탈 등의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이를 바로잡는답시고 큰 벌을 내리거나 아이를 감정적으로 대하는 경우였다. 실제 화가 난 내 감정을 통제하지도 못하고 아이에게 큰소리를 치거나 늦게까지 남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아이에게 반발심만 살 뿐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 내가 감정적으로 대할 때 아이도 감정이 치솟아 서로 부딪치는 경우도 있었고, 며칠 괜찮나 싶더니 금새 똑같은 행위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아이에게 벌은 적용할 당시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징벌 기간이 끝나면 그 효력은 사라진다. 아이는 그 잘못은 자기가 벌을 수행함으로써 끝이 났다고 생각하게 되고 잘못된 습관에 길들여져 있으면 이를 고치지 못하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출처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실제 위의 그림에서 보듯 청소년들의 뇌를 보면 이성을 가지고 자신을 통제하는 전두엽(전전두피질)은 아직도 발달할 시기가 많이 남아있는 반면 감성 정보를 처리하고 만족감 쾌감을 관장하는 보상 중추인 측좌핵은 어느 정도 성장이 마무리 되어 성숙단계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전두엽 발달이 부족하여 자신의 행위가 가져올 문제점이나 두려움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그저 '벌'로만 지도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또 '이것은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등의 통제식 지도는 아이를 환경에 굴복하고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아이로 성장시킬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은 즉각적 보상이나 만족감, 자기에게 직접적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있다. 아이의 행동이나 성향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주거나 직접적 칭찬을 해준다든지, 또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자신에게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면 아이들은 보다 담임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3. 아이에게 조언을 하기 전에 아이 입장에서 공감이 우선이다.
동감과 공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동감은 말 그대로 타인과 동일한 입장에서 같은 마음 상태인 것이고 공감은 타인과 비록 상황은 다르지만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말한다. 공감은 보다 고차원적인 감정으로서 우선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만족도가 높아야만 가능한 것이다. 즉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여유가 없는 상황인데 타인까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공감은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능력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한국의 아이들, 특히 많은 청소년들이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 가정 환경의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청소년들이 아직 자신의 입장을 말하거나 표출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교사들은 아이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아이를 섣불리 판단하고 자기 입장이나 아이에게 훈육식 교육을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식의 지도 방식이 아니다. 아이는 겉으로는 '네 알겠습니다' 할지라도 속으로는 공감받지 못한 자신의 상황을 교사가 몰라준다고만 생각할 것이다. 당연히 교사의 조언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은 자기의 입장이나 상황을 타인에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속에서 위로를 찾고 해결책을 스스로 모색하기도 한다.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 담임일수록 아이와 담임의 유대 관계는 돈독해지고 아이는 담임을 따르게 된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이다.
이상으로 그동안의 내 교직 경험을 토대로 담임으로서 권위를 세울 수 있는 방법들을 적어 보았다. 하지만 담임 교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이 아닐까 한다. 내가 아이들을 힘들어 하고 싫어한다면 어느 순간 아이들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특히 아무리 능력있고 커리어가 화려한 교사라도,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을 싫어하는 교사의 말을 귀담아 들을 일은 잘 없다.
교사마다 다양한 교육 현장에 투입되다보니 교직 경험은 저마다 다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지난 날을 성찰하며 계속해서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아닐까?
성찰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보다 노련하고 능숙하면서 아이들 앞에서 저절로 권위가 세워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담임의 권위는 담임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담임의 권위를 세우는 주체는 바로 아이들이다.